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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5분 만에 네 잎 클로버 두 개를 한꺼번에 찾았습니다.
아내는 5분 만에 네 잎 클로버 두 개를 한꺼번에 찾았습니다. ⓒ 정철용
하지만 아내는 그것들이 따기에는 너무 작다고 그냥 놔두기로 합니다. 나는 그 주변에 또 없을까 하고 샅샅이 훑어봅니다. 그러나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헤집으면서 찾아보아도 네 잎 클로버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아내가 또 소리칩니다.

“야, 여기 또 있네.”

“햐, 정말 재주 좋네. 나보다 시력이 나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잘 찾아내지?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거야?”

“네 잎 클로버는 시력으로 찾는 게 아니야. 느낌으로 찾아야지.”

함께 동네 주택가나 공원을 슬슬 산책하다가도 주변 잔디밭에서 네 잎 클로버를 자주 발견해내곤 하는 아내의 솜씨를 생각해 보면, 아내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하여 일부러 쪼그려 앉지 않더라도, 슬슬 걸어가면서 무슨 느낌이 있어 눈길을 주다보면 네 잎 클로버가 반짝 눈에 띈다는 것입니다.

아내의 말로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해서 따 모은 네 잎 클로버가 아마 수백 개는 될 거라고 합니다. 그 때마다 책갈피에 잘 눌러 놓았다가 코팅을 해서 친구들에게 작은 선물로 주기도 했다고 하는군요.

아내는 연애 시절 그 중 몇 개를 내게 주었습니다. 몇 개는 편지나 엽서에 붙여서 주었고 또 몇 개는 손수 코팅한 후 내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선물로 주곤 했지요. 지금도 나는 그 때 받은 오래된 네 잎 클로버 두 장을 부적삼아 내 지갑 속에 늘 넣고 다닙니다.

아내가 준 네 잎 클로버 두 장은 내 지갑 속에 늘 지니고 다니는 부적입니다
아내가 준 네 잎 클로버 두 장은 내 지갑 속에 늘 지니고 다니는 부적입니다 ⓒ 정철용
하지만 지금까지 네 잎 클로버를 그렇게 많이 발견해 내었지만, 정작 아내는 복권이나 보물찾기 또는 무슨 추첨 이벤트 등에서 운 좋게 당첨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건 아내로부터 받은 네 잎 클로버를 늘 지니고 다니는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총각시절부터 부은 주택부금이 1순위가 되어 몇 번이나 신규 아파트 청약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뉴질랜드로 이민 오면서 결국 10년이 넘은 그 통장을 해약해야만 했지요. 가끔씩 복권을 사기도 했지만 내가 당첨된 최대 금액은 5000원이었고, 그 금액만큼 공짜로 얻은 복권 10장도 결국 모두 꽝이었습니다.

이걸 보면,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은 사람들이 그냥 재미삼아 지어낸 말인 것 같습니다. 쉽게 눈에 띄거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네 잎 클로버에 ‘행운’이라는 꽃말을 붙여준 것이겠지요.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귀해도 우리 부부에게는 네 잎 클로버는 아주 흔한 풀잎입니다. 아내는 너무나 쉽게 네 잎 클로버를 찾아내는 재주를 지니고 있고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도 많이 네 잎 클로버를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이라는 그 드문 '행운'도 우리를 빗겨간 것이 아닐까요?

그래도 우리는 햇빛이 좋은 날 종종 잔디밭에 나가 앉아 네 잎 클로버를 찾습니다. 행운을 가져다주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불운을 피해가게 하는 힘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지요. 아니, 어쩌면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의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들이 한두 번 씩 겪었을 큰 병이나 사고나 마음의 걱정거리 없이 무난하게 살아왔으니 그거야말로 정말 '행운'에 속하는 일이 아닐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나의 삶은 세 잎 클로버였지만 네 잎 클로버 아내가 있어 가끔씩 빛이 났습니다
나의 삶은 세 잎 클로버였지만 네 잎 클로버 아내가 있어 가끔씩 빛이 났습니다 ⓒ 정철용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세 잎 클로버들만 잔뜩 피어난 잔디밭을 헤치고 있는데 아내가 저쪽에서 또 소리칩니다.

“야, 또 찾았다. 벌써 네 개나 찾았네.”

30여분 동안 아내는 벌써 네 개나 찾았는데 나는 한 개도 못 찾아냈으니 정말 허탈합니다. 나는 이제 네 잎 클로버 찾기를 그만두고 일어섭니다. 내 손으로 직접 찾기보다는 그저 아내가 찾아주는 네 잎 클로버만으로 만족해야 될 것 같습니다.

“왜? 이제 포기했어? 잘 찾아봐. 마음을 잘 모으면 보이는데…”

“아니 됐어. 난 벌써 찾았는데 뭐. 그것도 아주 큰 걸로.”

“그래? 어디? 어디 있는데?”

나는 아무 말도 안하고 아내에게 그냥 씩 웃어주었습니다. 내가 발견한 커다란 네 잎 클로버가 바로 내 앞에 서 있었으니까요. 자신이야말로 내가 찾아낸 가장 큰 네 잎 클로버라는 사실을 아내는 알까요?

세 잎 클로버의 내 삶이 때때로 빛났던 것은 바로 네 잎 클로버 아내가 옆에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오늘 아내에게 살짝 고백합니다. 햇볕이 참 따스한 봄날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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