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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파업출정식에서 삭발을 단행한 오주환 언론노조 스포츠투데이 지부장이 노동자들에게만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경영진을 규탄하고 있다.
8일 파업출정식에서 삭발을 단행한 오주환 언론노조 스포츠투데이 지부장이 노동자들에게만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경영진을 규탄하고 있다. ⓒ 언론노조 제공
광고시장 위축과 무료신문·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의 공세로 신문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신문노동자들이 급여삭감, 정리해고에 내몰리고 있다.

97년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스포츠신문들이 대규모의 감원과 상여금 등 급여삭감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는 종합일간지로 확산되고 있다. 굿데이는 부도까지 맞았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경영위기 타파와 생존권 사수를 위해 신문노동자들의 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9일 최근 신문업계 불황에 따른 감축, 임금삭감 등 구조조정 사태와 관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현재 신문업계 현실을 "싸우지 않고 피해갈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내가 나서서 싸우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나를 위해 싸워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언론노조는 또 "신세한탄만 하고 있거나 '우리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안도의 한숨만 쉬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내부혁신과 외부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언론노조 긴급 성명 전문이다.

정리해고, 급여삭감에 내몰리는 모든 신문 노동자들에게 고(告)한다
- 싸우지 않으면 죽는다!


올 것이 오고 있다. 누누이 경고한대로 길게는 10여년, 짧게는 1∼2년 동안 쌓여온 신문업계의 적폐가 한꺼번에 터지고 있다. 그동안 실상을 감춰오던 카드 거품과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신문업계가 안아온 그 흉측스런 몰골이 전면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의 임금 17.8% 삭감 등을 뼈대로 한 양보로 제1차 투쟁이 마무리된 한국일보 사태, 같은 날 94%의 찬성으로 파업에 들어간 스포츠투데이지부의 투쟁은 각각 종합일간지 시장과 스포츠신문 시장의 단면을 드러낸다. 곧 제2·제3의 한국일보가 나타날 것이고, 제2·제3의 스포츠투데이가 줄을 이을 것이다.

우리는 종합일간지 시장이 안고 있는 적폐의 70∼80%가 이른바 '조중동'의 책임임을, 특히 그 중에서도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책임임을 여러차례 강조해왔다. 10여년에 걸쳐 이들 세 신문이 자행해온 불법, 탈법에 의한 불공정 거래행위의 적폐가 쌓이고 쌓여 폭발하고 있다.

외부환경 개선없이 내부 경영혁신만으로 살아나기 힘들다

물론 우리는 이들 세 신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싶은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한국일보의 경우 장씨 족벌일가의 족벌·파행 경영과 회사 자산약탈이라는 내부적인 요인 또한 오늘날 한국일보의 현 주소를 있게한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한국일보의 족벌 파행경영처럼, 종합일간지마다 경영진의 무능력, 신규사업의 실패 등 다양한 내부적 경영악화 요인을 갖고있다.

하지만 우리는 단언한다. 모든 종합일간지들이 아무리 내부 경영혁신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그 자체만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이룰 수는 없다. 엄청난 배달·판촉비가 투입되는 신문시장을 정상화시키는 외부환경 개선이 없다면, 그것은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실패로 끝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부적인 경영혁신이 1∼2년 가량 더 생명을 연장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내·외부의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종합일간지 시장에 희망은 없다. 스포츠신문 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1∼2년간 '신문은 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적폐를 연출해온 무료 정보신문은 마침내 스포츠신문 노동자들의 '피'를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스포츠신문 업계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가장 큰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 작금의 상황은, 무료 정보신문에 대한 소극적 대응, 인터넷 종합포탈에 대한 무책임한 콘텐츠 저가 제공 등 한마디로 '자리 지키는 데 급급한' 구태의연한 경영진의 실패이다.

무료정보신문, 스포츠신문 노동자의 '피'를 요구하고 있다

스포츠신문 경영진들이 파란닷컴에만 자사 콘텐츠를 월 1억원에 배타적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은 멍청한 '근시안 경영'의 단적인 사례이다. 경영진들은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전보다 월 8천만원 가량 더 늘어나는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더 큰 이익을 버린 것이다. 그 결과는 커다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인터넷 종합포탈의 요청으로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 경제지인 <머니투데이> 등이 콘텐츠 제공을 위해 스포츠·연예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스포츠신문 경영진들의 근시안적인 결정이 부른 예정된 수순일지도 모른다.

무료정보신문에 대한 스포츠신문 경영진들의 대응은 한 마디로 수준 이하다. 무료정보신문들은 연합뉴스 기사를 80∼90% 그대로 전재하고 있다. 이들이 내는 연합뉴스 전재료는 월 1500만∼2000만원이다. 반면 스포츠신문들의 연합뉴스 전재료는 월 600만원 수준이지만, 전재비율은 10% 수준밖에 안 된다. 전재비율과 전재료를 견줘보면, 무료 정보신문과 스포츠신문의 치열한 경쟁의 승패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럼에도 스포츠신문 경영진은 무엇을 했는가. 힘을 합쳐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기라도 했는가. 그러기는커녕 서로 모여 작당해 사람 자르고 임금 삭감하는 공동전선을 펼치는 데 골몰했을 뿐이다. 일간스포츠 경영진은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노골적인 공작 시나리오까지 작성해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사공동으로 비상경영위원원회 구성, 유동성·재무구조 개선해야

우리는 이런 스포츠신문 경영진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스포츠신문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요구하려면 당신들의 목부터 쳐야 한다. 경영진과 임원, 중간간부들부터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나갈 사람은 나가고, 3분의 1 이상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조합과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해 단기적인 유동성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모든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이것이 일의 순서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포츠투데이 지부가 밝힌 것처럼, "모두가 정리해고되더라도 끝까지 투쟁"하는 것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우리는 모든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신문 경영진들에게 묻고싶다. 내부비용 절감으로 지금 신문이 겪는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는가. 그렇다면 도대체 몇 명을 잘라야 하고 얼마나 임금을 삭감해야 하는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가. 그러느니 차라리 신문사 문을 닫고 남아 있는 회사 자산을 청산해 구성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모든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신문 노동자들에게 호소한다. 지금은 신세 한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 신문사는 조금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안도의 한숨만 쉬고 있을 때도 아니다. 무료 정보신문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막대한 배달·판촉비용을 줄이고 독자들의 신문 접근권을 향상하기 위해, 모두 떨쳐 일어나야 한다. 이와 함께 단기적으로는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해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와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신문 노동자들은 내부 혁신과 외부환경 개선을 위한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외부환경 개선을 누군가가 대신해 주기를 바란다면 이것 또한 어리석은 일이다. 내가 나서 싸우지 않으면 나를 위해 어느 누구도 싸워주지 않는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싸우지 않고 피해 갈 도리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모든 신문 노동자들이여 떨쳐 일어나라.


"내몰릴 것인가, 내쫓을 것인가"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 호소

극심해지는 경영악화로 신문업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그동안 신문시장의 구조적인 모순과 문제점을 줄곧 지적해온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이 언론노동자의 각성을 거듭 호소하고 나섰다.

신 위원장은 특히 위기에 몰린 신문사와 경영진이 합리적인 자구책 마련보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들리는 게 대규모 정리해고요, 상상을 초월하는 임금삭감이나 반납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신 위원장이 <언론노보> 386호(9월 8일자)에 쓴 '내몰릴 것인가, 내쫓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칼럼 전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언론 시장은 엉망진창이다. 특히 신문 시장은 처참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있다.

국내 최대 재벌 삼성그룹의 천문학적인 지원을 받아 신문시장을 불법과 탈법으로 초토화한 중앙일보, 권력과의 유착 등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정치권력 이상의 권력이 된 조선일보, 피아(彼我)를 구별하지 못하고 자신이 어디로 가고있는 지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랭이가 찢어질 지경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비치는 동아일보.

이 세 족벌신문들이 벌이고 있는 '돈놓고 돈먹기 판'에서 생존 자체가 초읽기에 몰릴 정도로 위기에 빠진 나머지 신문사들과 경영진은 속수무책으로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해야 할 지도 모른 채,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만 해온 애꿎은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들리는 것이 대규모 정리해고요, 상상을 초월하는 임금삭감이나 반납이다.

지금까지 언론노조가 신문시장의 구조적인 모순과 문제를 줄기차게 지적하고, 이대로 갈 경우 그 끝이 어디인지 제시해 왔음에도, 위기에 몰린 신문사 사주들과 경영진은 제대로 된 대응책을 찾아볼 생각도 않고 있다가 힘없는 노동자들만 거리로 내몰고 있다.

서울, 지역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신문사 경영진은 시장의 문제나 구조적인 문제에는 전혀 눈을 돌릴 생각을 않는다. 신문사의 위상이야 어떻게 되든 임기 동안 신문사 사장 자리에 있으면서 상당한 급여 받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 그만인 경영진은 그렇다 치자. 문제는 약자들이 모인 노동조합과 조합원, 그리고 간부들이다.

조중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사에선 소유구조 개편 등으로 노동자들이 명실상부한 주인이 되어 있다. 그런데도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와 경영부실의 책임소재는 전혀 따져보지 않고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등을 자신들이 고용한 사장들한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절망의 끝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대로 앉아 죽을 것인가? 아니면 한판 싸움을 벌일 것인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기왕 죽을 것이라면 제대로 한번 싸워나 보고 죽어야 할 것 아닌가.

천길 낭떠러지에서 간신히 매달려 있는 손을 놓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했던가. 모든 싸움은 신문시장을 바로잡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신문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관심 없는 사장들을 쫓아낼 것인가, 아니면 그들한테 앉아서 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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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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