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교육부가 주최하는 '2008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시안) 공청회'가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 10일 부산대에서 열렸다.

참교육학부모회와 전교조는 공청회가 열리기 전 부산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교육부의 2008년도 대입 시안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과목별로 수능을 9등급으로 나누어 실시하겠다는 교육부의 대입 개선안으로는 수능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수능을 기초 학력을 측정하는 정도로 시행할 것과 교육부의 방침과 어긋나는 일부 대학의 고교등급제 도입에 대해 교육부가 엄격한 행·재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참교육학부모회와 전교조가 공동으로 2008학년도 대입시안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 김현옥
부산대에서 열린 이번 공청회는 200여 명의 교육 주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교육부의 2008년도 대입 시안에 대한 기조발제가 있은 후 토론자들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온 김태진 부산국제고 교사는 이번 발표된 시안이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요한 입학전형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근본취지에 공감을 한다”면서 “학교생활기록부의 반영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서, 교과 성적으로 기록되는 원점수의 활용방안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숙 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장은 “이번 대입 시안이 보완 수정되지 않을 경우, 초등학교부터 대입시 논술을 준비하는 현재와 같은 입시과열과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능 9등급으로 할 경우, 국어 1등급, 영어 3등급인 학생은 영어 1등급을 향해 특별과외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거나 수능의 시행이 불가피 할 경우 그 등급은 최소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교등급제 시행에 대한 교육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하면서, “서울과 멀리 떨어진 부산의 학교들은 몇 등급이나 될지 학부모들이 궁금해 한다”면서 “학부모가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학력 등급이 달라지는 그런 비교육적인 제도는 결국 고교 교육을 붕괴시킬 것이므로 교육부는 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심성보 부산교대 교수는 “교육부가 내놓은 이번 시안은 교육혁신위원회가 교육부의 힘에 밀려서 나온 결과물로 원안에서 한 발 후퇴한 안이라면서, 교육혁신위원회에서 밀실 정책을 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추진했더라면 교육혁신위원회 안에 더 힘이 실렸을 것”이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그리고 “내신평가가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학생의 평가에 대해 교사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교사의 ‘교육평가권’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여기에 ‘교사평가권’을 도입해 학부모도 참여하게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면 일부 학부모의 치맛바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교육을 부추기는 지금의 수능은 전국의 학생을 서열화 시켜 대학서열체제를 고착화하는 제도이며, 학교교육과정과 연계되지 못해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켰다”면서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이루려면, 수능을 폐지 혹은 자격고사화 하거나 수능 등급의 상한선을 5등급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는 "지역적 계층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 고착시킬 것"이라면서 "교육부는 고교등급제를 법적으로 금지시키고 이를 위반한 대학에 대해 법적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수능등급 완화와 고교등급제 문제 등 논쟁이 일고 있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 개선 방안 공청회 모습
ⓒ 김현옥
권연진 부산대 입학 부처장은 “고입시 과열을 우려하는 교육부의 고교등급제 금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나름대로 대학의 객관적인 내부기준에 따라 고교등급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능 9등급 실시는 학생 선발의 변별력이 없게 되어 결국 논술과 면접 강화로 이어질텐데, 면접 10분 동안 말을 유창하게 해서 합격한다면 불합리하지 않겠느냐”면서 “수능을 15등급 내지 18등급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중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실장은 “교육부의 안은, 일류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의 경우 동일한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을 받은 학생이 몰리게 될 것이므로 결국 대학별 전형이 변별력을 갖게 되어 고교등급제 논란을 가져오거나 사실상 본고사 부활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따라서 “수능을 자격 고사화할 것과 국공립대 통합 전형을 해서 대학 평준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복출 교총 대표는 "학교 내신성적 산출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수능시험을 15등급로 세분화해 입학 정원의 50% 정도는 수능과 학생부 성적만으로 선발해 사교육비 부담을 덜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흥권 부산교육청 장학사는 “학교 간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므로 내신에 비중을 두기보다 객관성, 신뢰성을 갖고 있는 수능 등급을 좀 더 세분화해 고교 등급제 문제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입시제도 개혁의 목표가 과열경쟁과 사교육비 해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은 없었다"면서, "대입 시안과 사교육비 문제 해결은 별개”라고 말했다. 따라서 “대입제도 개혁의 최우선 목표는 학생들의 진로개척, 충실한 초중등학교 교육활동을 위한 지원, 대학이 교육선발 자율과 책무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청석 토론에서는 이번 대입 시안 중 쟁점이 되고 있는 ‘고교등급제 문제’와 ‘수능 등급 조정’의 이견 차이로 공청회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고교등급제 시행은 안 된다는 교육부의 기본 입장을 지지한다. 그러나 만일 이러한 지침을 어기는 대학이 있을 경우 교육부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방청석 질문에 교육부는 “고교등급제 시행은 안 된다”라는 원론적인 답변과 함께 “대학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니 잘 될 것 같다”면서 책임감 있는 답변을 피했다.

또한 다른 방청객이 “이번 공청회의 좌장을 맡고 있는 분이 2001년 이후 연세대 고교등급제 시행과 관련이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히며 “만약 그렇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좌장직을 사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신랄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좌장은 “2001년에는 연대에 없었다”, “개인적인 질문이므로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수능 등급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 관계자들은 18등급, 학부모들은 5등급 정도를 요구하므로 9등급으로 하면, 양측 입장을 충분하게 조율한 등급이 되지 않겠느냐”는 답변으로 수능 9등급 실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