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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정초에 내 집을 찾아온 담임반 학생들과 북한산에서(왼쪽부터 필자, 이효준, 신유철, 신수안군). 이제는 이들 모두 중년일 게다.
1983년 정초에 내 집을 찾아온 담임반 학생들과 북한산에서(왼쪽부터 필자, 이효준, 신유철, 신수안군). 이제는 이들 모두 중년일 게다. ⓒ 박도
지도자의 조건

'유신'의 조종을 울린 다음해인 1980년 ‘서울의 봄’.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민주화를 갈망하고, 두 김씨 중 어느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던가? 그분들은 분명히 백성들에게 단일화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하지만 그분들 마음 깊숙한 곳에는 자기가 양보하겠다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서로 상대가 양보하기만 바랐다. 후보 단일화에 틈이 가자 정국이 더 혼미해져 갔고, 마침내 5·17 계엄령으로 정국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수많은 고귀한 생명을 민주 제단에 바쳤다.

다시 7년 후, 아까운 숱한 젊은이들을 다시 제물로 바친 끝에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하지만 그 때도 또 두 김씨는 눈앞의 대권에 다시 눈이 어두워 지난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두 후보는 황새와 조개처럼 사생결단 서로 싸우다가 어부에게 잡힌 꼴로 군정 연장을 도운 일등 공신이 됐다.

그러고는 군정을 종식시키자고 하면서 연단 위에다 군화와 철모를 올려놓고 핏대를 세웠다. 누가 군정을 연장시켰나? 블랙 코미디였다.

대선 패배 뒤에 단일화 실패 책임론이 나오자 그분들은 “자기는 양보하고 싶었지만 밑에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민주 국가의 정치를 한낱 도방(都房)나 지역 정치로 여겨서 정치 발전을 그만큼 더디게 했다.

지도자의 첫째 조건은 다른 무엇보다 사람됨 곧 인격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것은 사람에서 시작하고 사람에서 나온다.

그 사람됨의 잣대는 위에서 말한 사단(四端)인데, 나는 그 중에서 자신의 이익에도 양보하는 마음인 사양지심과 양심에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에 그 우선 순위를 두고 싶다.

다른 이에게 양보할 줄 알고 자기 잘못에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면 그 사회는 도덕이 살아나고 부정부패가 사라질 것이다.

“반장을 저만하면 되겠습니까? 다른 친구에게 양보하고자 합니다.”

20여 년 전에 신군의 말이 아직도 쟁쟁하다. 양보하는 사람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논어에 “후배는 두려운 존재(後生可畏)”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를 대하면 두려운 마음보다는 어떤 경외감을 갖게 한다. 그때 어린 나이에 어쩌면 생각이 깊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닐 수 있었을까?

그를 기억할 때마다 나는 훌륭한 제자를 두었다는 자부심으로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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