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특히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골프장 개발지역을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난립하고 있는 골프장이 환경훼손·오염의 주범일 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에도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하수 고갈로 인한 물 문제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생계를 위협할 뿐 지난 7월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주장한 골프장의 경기부양능력에 대한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정부가 지난 7월 국무조정실 주최로 열린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골프장 건설규제 개선방안’에서 골프장부지 편입시 농지전용면적 제한 폐지, 산지전용면적제한완화, 산지표고, 절개면 수직높이 제한기준 완화골프장 총량기준 입지제한 폐지, 그린벨트지역에서의 골프장 입지규제 완화, 수질보전지역 등에서의 규제개선 등을 골자로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해 골프장 건설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의 골프장 운영 및 건설 현황
우리 나라는 이미 181개의 골프장이 운영 중이며, 현재까지 공사 중이거나 허가가 완료된 골프장을 합하면 모두 262개로 전국 곳곳에 분포하게 된다.
환경운동연합은 여주군 안금리의 경우 계획대로 될 경우 10개(운영 중인 골프장 4곳과 건립 예정지 6곳)의 골프장으로 둘러싸이게 되는 등 전국적으로 골프장이 난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함양에도 3개의 골프장 건립을 추진하는 등 지리산 근처에도 11개의 골프장을 건립 계획이 추진 중이다. 하종기 함양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에 대해 “21세기는 생명과 평화의 시대라고 하는데 이 나라가 민족의 명산인 지리산을 훼손하면서까지 수많은 골프장을 추진하니 슬픔을 금할 길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하 위원장은 “함양에 살면서 골프채 한 번 제대로 구경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골프장 추진 반대 운동을 하자니 분통터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하수 고갈…. 용수공급계획도 허술
한편 평택, 군산, 함양, 경주 무안, 여주 등 전국 각지의 골프장 건립 지역을 조사한 결과, 골프장 건설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고 주민들이 사용할 물까지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조사 자료에 따르면 감포 골프장의 경우, 용수공급 계획이 ‘사업지구 내 용수공급계획은 지하수를 사용하지 않고 현재 경주시에서 추진 중인 광역 상수도 사업을 통해 약 7300톤의 정수를 공급받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박태현 환경법률센터 부소장은 “7300톤이나 되는 물을 어떻게 정수해서 공급하겠느냐. 이러한 일은 지금까지 사례도 없을 뿐 아니라, 채산성에도 맞지 않다”라며 관계용수 확보의 구체적 대안 없이 터무니없는 계획만을 세우고 있음을 주장했다.
이 문제는 주민의 물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이 건설되는 이 지역은 개발이 덜 되어 상수도의 공급난이 있는 지역으로, 주민들은 아직까지 지하수를 생활 용수로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장에서의 과다한 지하수 사용에 따른 분쟁과 지하수 오염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골프장 건설로 환경 파괴 심각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조사단이 현장을 돌면서 찍었던 동영상과 조사 보고를 위한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됐다. 동영상에 등장한 사람 중 골프장에서 농약을 관리했다는 익명의 한 사람은 “농약살포는 골프장 색깔이 황색으로 변할 정도로 전면 살포한다. 그럴 때는 주위를 걸어가면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 이것이 비가 오면 씻겨져 외부로 방출된다"라고 밝혔다.
또한 “골프장으로 수질검사를 나온다는 통보가 오면 농약을 치지 않고 물을 많이 뿌린다”며 “(수질검사를) 나와도 직원의 접대만 받을 뿐 제대로 검사하는 것을 못 봤다”고 폭로했다.
토사 유출에 대해 김승욱 경주감포주민연대 사무국장은 “주민들은 지표수를 이용한 간이 상수도를 식수로 이용하는데, 비만 오면 토사가 나온다. 공사 계획 당시에는 시간당 100mm의 비가 내려도 토사의 우려가 없다고 장담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더욱 어이없는 것은 실제로 폐수와 토사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적합한 대처나 조사를 하지 않고, 주민들이 조사해 대책을 세워오면 움직이겠다는 태도이다"라고 분통을 떠뜨렸다.
환경운동연합은 이 날 ‘초등학교 담장 옆까지 난립하는 골프장 건설계획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경주 감포 골프장은 건설 중에 세 차례에 걸친 토사 유출로, 1종 공동어장의 전복 등이 폐사 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또 이미 운영 중인 무안골프장 주변의 바다에서도 최근 3∼4년 동안 물고기가 폐사하고 기형물고기가 잡히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골프장은 지역주민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30만평 이상의 국토를 마구잡이로 파헤쳐 복원이 불가능한 녹색사막으로 만들어 엄청난 환경파괴를 일으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지하수 사용으로 인근 지역의 식수와 농업용수의 부족을 불러오고, 과다한 농약사용으로 인근의 하천 오염은 물론 바다오염까지 일으켜 또다시 어민의 생존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산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골프장, 지역경제 활성화?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골프장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미미하다”며 “골프장은 단지 토목·건축하는 사람들만의 경기를 일으키는 역할에 그칠 뿐”이라고 골프장 경기부양론을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서 사무국장은 골프장 부족이 외화유출을 낳는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없는 말이라며 “해외로 골프를 치러 나가는 사람이 11만 명에서 12만 명으로 추정하는데, 이들은 11월에서 3월 사이에 집중돼 있다. 겨울철에는 땅이 얼어 골프를 치기 어려우니까 해외로 나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석훈 환경운동연합 기획위원 역시 "국내에 골프장을 증설하면 해외 골프 인구를 흡수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성 없다“며 ”오히려 골프장을 많이 지어 골프 인구를 증가시키면 동계 기간에 해외로 가서 골프를 치려는 사람들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골프장 난립은 정부에서 내세우는 것처럼 경제 활성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반환경적 스포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