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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이마트 제주점이 BC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반발해 'BC카드 사용 불가 안내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이마트 제주점이 BC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반발해 'BC카드 사용 불가 안내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호천

지난 7월 이후 시작된 카드사와 가맹점간 수수료율 인상 분쟁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카드사와 가맹점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BC카드와 이마트는 이번주 실무협상을 시작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이에 따라 수수료율 분쟁은 조기타결을 이루지 못하고 올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월마트 코리아 등 외국계 대형할인점도 수수료율 인상을 반대하고 나서는 분위기여서 사태는 더욱 얽히고 있다.

수수료율 분쟁이 확대되면서 카드사와 가맹점의 태도도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BC카드사는 서둘러 수수료율 분쟁을 마무리짓고 싶은 인상이지만, 상대적으로 이마트 등 대형할인점은 느긋한 표정이다.

BC카드-홈쇼핑업체 '수수료율 합의' 해프닝

BC카드는 어제(15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 CJ 등 홈쇼핑업체 5곳과 카드 수수료율을 2% 초반대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BC카드사에 따르면 홈쇼핑업체 등이 카드사가 제시한 '원가 구성요소'를 인정하고, 당초 예상했던 2.5%보다 조금 낮춘 2% 초반대로의 불가피한 인상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같은 날 오후 각 홈쇼핑업체는 "BC카드사와 합의한 적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홈쇼핑업체 관계자들은 "아직 계속 협의가 진행중인데, BC카드가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전격 발표하고 나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해프닝을 마음이 급한 BC카드사가 언론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 외국계 대형할인점인 월마트까지 수수료율 인상을 거부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BC카드사가 '물타기용'으로 서둘러 발표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확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한 것을 보면 월마트 등으로 사태가 확산되니까 물타기용으로 내보낸게 아니겠느냐"며 "유통업계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BC카드사는 이같은 해석을 부인하고 있다. BC카드사에 따르면, 홈쇼핑업체들과 서명만 하지 않았을 뿐 모든 합의가 끝났다는 것이다. 다만 홈쇼핑업체들도 수수료율 인상에 반대하는 가맹점단체협의회(가단협) 소속인 만큼 일부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기 때문에 합의 사실을 부인했다는게 BC카드사의 주장이다.

BC카드 홍보실 관계자는 "홈쇼핑업체와 2%초반대의 수수료율 인상을 합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홈쇼핑업체들도 가맹점단체협의회(가단협) 소속이고, 수수료율 문제가 터진 이후 처음 (인상된 쪽으로) 타결된 만큼 합의 사실을 인정하기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홈쇼핑업체는 오늘(16일)부터 당장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혀 합의 사실을 강하게 주장했다.

홈쇼핑업체도 2% 초반대의 수수료율 인상에 의견 접근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지 않고 있다. CJ홈쇼핑 홍보실 관계자는 "완전히 서명하고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절대 안된다'는 분위기가 아니라 협상 자체가 굉장히 우호적으로 변했다"며 "관련 부서 얘기를 들으면 2% 초반대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있고 전망이 매우 밝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마트 "매출 영향 없다" 강경입장 고수... 월마트도 '압박'

하지만 BC카드사와 홈쇼핑업체가 '2%초반대 인상'을 합의했다고 할지라도 BC카드가 사전 조율 없이 합의사실을 전격 발표한 것은 마음이 매우 급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이마트 등 대형할인점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자세다. 이마트는 BC카드사가 발표한 홈쇼핑업체와의 합의 내용을 '물타기'로 깎아내리면서 여전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수수료율 분쟁이 매출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경험으로 얻은 자신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BC카드와 홈쇼핑업체간의 '수수료율 합의'도 대형할인점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업체의 경우 카드결제율이 90% 이상이어서 카드를 사용할 수 없으면 당장 매출에 지장이 오지만 이마트 등 할인점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BC카드를 받지 않는데도 현재 매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고객들이 이미 이마트에서는 BC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카드나 현금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요구는 카드 수수료 원가를 공개해 달라는 것"이라며 "아무런 명분이나 근거도 없이 수수료율을 올린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편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에 이어 월마트 코리아도 BC카드와의 가맹점 계약 해지에 나설 방침이어서 BC카드사는 갈수록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 15일 BC카드가 신규지점인 포항점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를 2%로 인상하자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마트와 분쟁을 시작한 BC카드는 대형할인점 전체를 상대로 힘겨운 줄다리기를 이어나가야 할 입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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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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