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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뛰놀 수 있는 운동장 면적이 몇 백 평에 불과해 학생 870명에 선생님, 아파트 주민이 함께 어울렸으니(1천5백명 추정) 멀리서보면 정말 올챙이가 오물오물 모여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골에 대단위 아파트가 생기고 처음 열린 운동회인지라 주민의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아파트에 살면 이웃끼리 정을 나눌 기회가 없어요. 학교에서 큰장을 마련해 줘서 아이들 뛰노는 모습도 보고 이웃을 사귈수 있어서 너무 좋은 기분이네요.”(지역주민)
이런 생각은 학교도 마찬가지다. 구광회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지만 주민들이 많이 참여해 좋다”며 “내년에는 학교중심의 흥겨운 운동회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아무튼 이번 손바닥 운동회는 모처럼 주민과 함께 뛰고 먹고 나누며 단합을 과시한 운동회였다. 아침 9시 30분 만국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구광회 교장선생님이 개회선언을 알렸다.
시작은 ‘고난을 헤쳐가며’가 끊었다. 6학년 장애물달리기로 훌라후프 통과하기 등 여러 장애물이 있는데 ‘빈병 바로세우기’가 가장 어려운지 이곳에서 청백순위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다.
이번 운동회의 최고 함성이 나온 곳은 역시 달리기다. 여느 운동회처럼 100m나 200m, 400m를 못 달리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점심 후 시작된 ‘신나게 달려라’ 50m달리기에는 주민의 우뢰 같은 기립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지체장애아 조기성(2학년)군과 3학년 신다은 양이 일부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완주하는 감동은 올림픽만큼이나 잊을 수가 없다.
이밖에도 이번 운동회 마지막 백미로 장식된 이어 달리기도 청백 응원팀 모두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100m계주(운동장 꽉 차게 한바퀴 그려 겨우 98m를 냈다)에는 1학년부터 6학년 청백 대표 모두 참여했는데 업치락뒤치락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박진감이 연출됐다.
또 청백을 일일이 중계방송 한 장세훈 선생님의 중계방송은 경기보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이 계주 승리로 2004 운동회는 청군이 우승을 차지했다. (청군1360, 백군1297에서 청군 응원점수가 50점, 백군100점을 더했는데 차점은 13점으로 우승)
이 산골 아파트형 운동회는 모두 만족한 운동회였다. 하지만 아쉬운 점 또한 숨길 수 없다. 손바닥 운동장 탓이다. 좁아서 진행이 약간 매끄럽지 못했다. 청백 응원전 모습이 확실하게 못 나왔다. 50m달리기도 직선 거리가 짧아 전력질주를 못했다.
그리고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약간 부족했다. 쌍령초등학교는 그동안 운동회 대신 학예회로 운동회를 대신했다. 워낙 운동장이 좁아서였다. 올해는 광주시 공설운동장도 검토했다. 이벤트사 프로그램은 어떨까도 검토했다. 하지만 지출도 큰 데다가 운동회는 좁아도 운동장을 한번 달리는 운동회가 어린 학생들에게 유익한 행사다 생각해 학교 운동회가 성사됐다.
손바닥 운동장을 가진 학교는 이곳 광주에 여럿이다. 경사가 심한 산을 깎아 아파트를 만들었기 때문에 운동장은 손바닥이다. 손바닥 크기라 자칫 공을 잘못 차 담장을 넘기면 1km 떨어진 경안천까지 굴러갈 정도다.
개교 이래 처음 열린 운동회. 열리기까지 어머니들의 극성스런 도움도 컸다. 어머니회(회장 장기숙)와 운영위원회(위원장 박신실)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옷 바자회를 준비했고 발전기금을 앞장서 모집해 큰 뒷받침을 했다.
쌍령초등학교 운동회가 성공적으로 끝난 이틀 뒤 이 학교에서 1km떨어진 곳 경안 천변에서 제3회 오마이뉴스 마라톤 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모처럼 맑은 쾌척한 날씨에 5천여 건각들이 참여한 마라톤다운 마라톤 경기였다.
역시 운동회는 마라톤같이 맘껏 뛰어야 운동회답다. 쌍령초등학교 운동회도 내년부터는 맘껏 소리 지르며 달릴수 있는 운동회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