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골프장 경비원 폭행사건에 연루된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과 지난 2000년 기업인으로부터 억대의 자금을 받은 김한길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한 `윤리심사'가 윤리특위에 제출되었으나 징계조치가 따르지 않는 윤리심사는 사실상 솜방망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윤리특위에는 징계심사와 윤리심사 2가지 심사방법이 있지만 경고·사과·출석정지·제명 등 4단계로 돼있는 징계심사와 달리 윤리심사는 윤리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본인에게 통고하는 게 전부여서 있으나마나 한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김태환·김한길 두 의원에 대한 윤리심사안을, 열린우리당은 김태환 의원에 대한 윤리심사안을 윤리특위에 제출했다. 열린우리당은 김한길 의원의 경우 16대 국회 임기에 이뤄진 사건이기 때문에 윤리특위의 심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김태환·김한길 의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며, 윤리특위 위원장(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의 사과와 윤리특위 전면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농림부 차관은 100만원으로도 옷 벗어...국회의원들은 뭔가
21일 오후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얼마 전 농림부 차관은 100만원의 뇌물을 받고 옷을 벗었다"며 "그런데 회기 중에 만취한 상태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폭행한 의원과 거액의 뇌물을 받은 국회의원을 징계하지 못한다면 윤리특위는 무엇하러 만들었냐"고 주장했다.
이어 심 의원은 지난 국회에서 윤리특위가 고작 22분 회의에 5억의 예산을 탕진하고 징계안 100%를 자동폐기한 사실을 들어 "그런데 또다시 어젯밤 양당 간사의 밀실합의를 통해 징계안 상정이 아닌 윤리심사 대상으로 특위에 회부를 결정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91부터 지금까지 윤리특위가 설치된 이래 60여건의 의원 윤리심사 징계안에 대해 단 한번도 제대로 의결하지 못했다. 17대 국회 역시 과거 전력에 대한 눈곱만큼의 반성도 없이 이전 부패 무능 국회의 국민기만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심 의원은 또 윤리특위의 전면개편을 요구하며 국회의장 의장 산하에 외부인으로 구성되는 윤리심사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또한 위원회의 상시적인 활동을 통해 위반사실이 밝혀질 경우 즉시 자동 제소토록 하고 현행 규정중 제1교섭단체에 1/2의 위원수를 보장하는 조항과 심사기간 경과에 따른 자동폐기 조항의 삭제를 주장했다.
김태환·김한길 '솜방망이' 심사...국회윤리특위 대수술 예고
이에 앞서 김원웅 윤리특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 "착찹하다"고 심경을 밝힌 뒤 윤리특위의 대폭적인 수술을 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중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의원들의 징계·윤리심사에 있어 의견제시나 당론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양당 지도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김원웅 위원장은 "소속 당의 이해관계로 인해 윤리특위가 식물위원회로 전락해 왔다"며 윤리특위가 제기능을 발휘하는데 걸림돌로 당론과 당파성을 꼽았다.
이어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자율권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동료의원 감싸기와 당파적 이해에 급급하다면 국회의원들로만 구성된 특위는 작동할 수 없다"며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윤리특위에 회부된 심사안에 대해 당론을 전달하는 행위나 이를 수용하는 위원들을 제재하고 징계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덧붙여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 윤리강령 즉 '국회의원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민의 대표로서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과 '국회의원은 직무와 관련하여 공정을 의심받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 등을 되짚었다.
한편 1991년 국회 윤리특위가 생긴 이래 상정된 징계안은 총 60건. 그중 10건은 심의했으나 부결되었고, 3건은 징계안 제출 당사자가 철회, 3건은 징계 심의 전에 국회의원 사직, 나머지 44건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되었다. 따라서 윤리특위가 생긴 이래 한 단 건의 징계사례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