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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알 카에다의 지도자 알 자와히리가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십자군'에게 '즉각적인 총공세'를 호소한 지 며칠이 지났다. 불행히도 알 자와히리가 지목한 십자군 가운데 대한민국이 끼어있기에 국민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스페인 열차 폭탄 테러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생생히 기억되고 있다. 국토안보국을 신설하여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미국마저도 테러의 위협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마당에 대한민국이 테러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니, 도대체 테러를 예방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아무리 첨단기술이 도입되고 방대한 인력이 테러를 방지하고자 불철주야 노력한다고 해도 자기 생명을 도외시한 채 달려드는 테러리스트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어디에도 없는 법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단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테러의 직접적인 표적이 되었다. 이를 쉽게 표현하자면 시민들이 출근하는 지하철에서도 폭탄테러가 있을 수 있고 밥을 먹는 식당에서도 독가스 테러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 움직이는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이 의기소침해 하고 있는 것을 잘 알아서일까?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이 국민들의 가슴에 용기를 불러일으킬 의도(?)로 늠름하기 그지없는 사자후(獅子吼)를 토했다.

10월 4일자 프레시안 기사를 보자!

4일 열린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안 의원은 "자이툰 부대를 파병한다는 것은 테러 위협을 감수한다는 전제 속에서 한 것인데 테러단체 말에 따라 그렇게 위축된다면 과연 왜 파병한 것이냐"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군 나름대로 평화재건과 한미동맹 강화라는 이라크 파병 목적을 수행해야 된다"며 "군 활동 자체가 위축돼서 영내에 갇혀 있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일본, 영국, 미국의 경우는 테러 위협을 감수하고 있다"며 "우리 군을 파병해 안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임무를 원칙대로 수행하는 것이 더 중요한 만큼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름지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정도 되면 이 정도의 기개(?)는 있어야 하는 법이다. 테러의 위협에 움츠린 군을 질타하는 안 의원의 기상(氣相)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마음이 든든(?)하다. 군인이 전투를 두려워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러나 안 의원에게 한 마디만 하겠다. 폭탄테러는 국회의원이라고해서 결코 피해가지 않는다.

안 의원은 진정 이라크 전쟁의 성격과 본질을 모르는가? 이라크 전쟁이 부시행정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인 군산복합체와 에너지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고, 이라크에 매장된 막대한 양의 석유자원을 독식하며, 전략적 요충인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수립하여 이른바 '부시벨트'를 공고히 할 목적에서 계획되고 실행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애초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할 때 내세웠던 9·11테러의 배후,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및 보유 등의 숱한 명분들은 이미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이라크에서 독재자를 축출하고 민주주의를 건설하겠다는 미국의 다른 명분 또한 미국이 자행하고 있는 학살과 고문과 인권유린의 홍수 속에서 익사한 지 오래다.

한마디로, 지금 미국이 저지르고 있는 이라크 전쟁은 전쟁의 비도덕성과 불의라는 측면에서 과거 영국이 노쇠한 청나라를 상대로 하여 일으켰던 아편전쟁에 버금간다 할 것이다.

안 의원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의 흉중에는 북핵문제 해결과 경제적 실리를 위해서는 이라크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자리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으로 인해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있고 대한민국이 경제적 실리를 챙기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진 탓에 부시 행정부가 북핵문제에 대화라는 수단을 택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것이 아닐까!

주한미군 철수 문제나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 등의 일련의 사태를 보더라도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 부시행정부로부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정황을 찾을 길은 없다.

무엇보다 이제 테러는 이스라엘이나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어쩌면 서울 시내에서 피투성이의 주검들이 나뒹굴고 비명소리가 거리를 메울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부와 여야(與野), 보수언론이 추상적인 '국익'에 매몰되어 있는 동안 국민들의 목숨이 경각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국민들의 생명보호보다 큰 '국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루 빨리 철군을 단행하자! 지금 이라크에서 철군하는 것은 테러에 대한 굴복이 아니고 진정한 용기이다. 나는 테러의 위협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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