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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안흥찐빵 축제' 현수막
'2004 안흥찐빵 축제' 현수막 ⓒ 박도
사람보다 찐빵으로 더 유명한 고장

필자가 요즘 연재하고 있는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는 그 동안 연재했던 다른 어느 기사보다 독자들의 관심도가 높다. 이는 도시에 사는 독자들 가운데, 언젠가는 시골로 가서 살아야겠다는 꿈을 지닌 사람이 많은 탓이라고 생각된다. 오늘 아침에 컴퓨터를 켠 후 쪽지함을 열자, 문학평론가인 고종아우 김윤태 교수로부터 메일이 왔다.

안흥면사무소 앞에 선 '안흥성도' 표지석
안흥면사무소 앞에 선 '안흥성도' 표지석 ⓒ 박도
"저는 형님과 형수님의 안흥 생활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형님의 글이나 사진을 통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저희 부부도 가끔 이야기합니다. 우리도 10년 후쯤에는 저렇게 살자고 말하곤 하지요. 형님께서 터를 잘 닦아두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저희들이 이어갈 테니…. 윤철 형이나 저나 비슷한 생각입니다."

이제 6개월 남짓 이 마을에 살고 시골생활이 뭐라고 속단키는 아주 이르다. 애초부터 사람에 따라서는 도시가 좋은 사람도, 시골 아니면 못 살겠다는 이도 있다. 이따금 시골 할머니 중,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식이 사는 서울에 가서 살다가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는 기사도 볼 수 있었다.

그와 반면에 도시생활을 마무리하고 꿈에도 그리던 시골로 갔으나 몇 달 살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온 이도 적지 않았다. 아무튼 사람에 따라 그가 처한 형편에 따라서 다르니까 도시가 좋다, 시골이 좋다고 한 마디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필자의 생각에는 이 세상에 '무릉도원'이나 '유토피아'는 따로 없고 ‘어디나 정들면 고향’이라는 말처럼, 자기가 사는 고장과 정붙이기에 따라 자기에게 맞는 고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강원도 횡성 안흥 산골마을로 내려와서 살아보니까 우선 조용하고 공기가 맑아서 좋았다. 이곳은 사방이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물이 맑은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곳으로, 개 짖는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고 하루 종일 태고의 정적이 감돌고 있다. 그야말로 이상의 <권태>에서 나오는 마을처럼 ‘도둑이 도심(盜心)을 잃을 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은 나의 지난 삶과는 전혀 무관한 고장이고 보니 낯익은 이는 한 사람도 없다. 도시에서는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면 여기서는 '적막 속에 고독'을 느낀다.

안흥 들머리에서 있는 입간판
안흥 들머리에서 있는 입간판 ⓒ 박도
애초에 서울을 떠나 이 마을로 오면서 염려했던 비문명적인 요소는 생각보다 없었다. 요즘 시골은 옛날과 달리 도시에 있을 것은 거의 다 있다. 은행(농협)도, 슈퍼도, 우체국도, 병원도, 세탁소도, 찻집도, 미장원 이발소도 다 있다. 목욕탕은 있으나 닷새에 한 번 장날에만 문을 열고, 신문은 조간을 석간에 보는 느림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전기가 산골마다 다 들어오고, 인터넷과 위성방송 망과 케이블 TV 망이 다 깔려 있기에 방송 수신이나 외부와 통신에는 도시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또 우편과 택배의 발달로 얼마든지 홈쇼핑도 할 수 있고, 이곳 산물을 어디든 보낼 수도 있다.

승용차가 없는 경우, 교통이 다소 불편하다. 하루에 다섯 차례 우체국 앞에서 서울행 직행 버스를 타면 두 시간이면 동서울터미널에 닿고, 시내버스를 타고 원주로 가면 전국 어느 곳과도 거미줄처럼 연결된다.

안흥 장터 마을, 온통 '2004 안흥찐빵 축제' 손님맞이 준비로 한창이다.
안흥 장터 마을, 온통 '2004 안흥찐빵 축제' 손님맞이 준비로 한창이다. ⓒ 박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안흥마을은 사람보다 찐빵으로 더 유명한 고장이다. 상품을 산더미처럼 싸두고도 손님이 없어서 팔지 못하는 이 불황에도 주말이나 피서철에는 몇 시간씩 기다려서 맞돈을 주고 사야하는 안흥찐빵이다.

안흥면사무소 벽에 걸린 '안흥 찐빵은 국민의 찐빵'이란 현수막
안흥면사무소 벽에 걸린 '안흥 찐빵은 국민의 찐빵'이란 현수막 ⓒ 박도
안흥찐빵은 국민의 찐빵

안흥 마을 들머리에는 ‘안흥찐빵 마을에 오심을 환영합니다’라는 팻말이, 면사무소 앞에는 ‘안흥찐빵은 국민의 찐빵’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면사무소가 있는 장터(관말)마을에는 “옛날, 본가, 토속, 솔잎, 시골, 전통, 유명한, 예전, 원조, 시조…” 등 20여 곳의 찐빵가게가 들어서 있다. 안흥면사무소를 찾아서 이창진(52) 안흥 면장님께 고장 소개와 자랑을 부탁 드렸다.

"한 마디로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고장’이지요. 울창한 원시림 속에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안흥면은 사람이 살기에 가장 알맞다는 해발 500여 미터의 고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안흥찐빵을 비롯한 더덕, 한우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풍성하고 인심 좋은 고장입니다.

멧돼지와 고라니, 금강초롱꽃 등 천연동식물의 보고인 저희 면은 크지는 않지만 머물러 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백두대간의 줄기인 매화산, 백덕산, 푯대봉 등 명산 기봉이 줄지어 있고, 주천강 상안천이 흐르고 있는 천혜의 자연경관이 아직은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면서기로 시작할 1970년 초에는 안흥면 인구가 일만 내외였다가 그 동안 심각한 이농현상으로 2954명까지 줄었다가 올해 9명이 늘어나서 현재 2963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창진 안흥면장
이창진 안흥면장 ⓒ 박도
이제는 삶의 질이 주변 환경에 좌우하는 웰빙(참살이)시대로 접어들었기에, 저희 면도 앞으로는 주민이 점차 늘어나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뒤늦게나마 선생님이 저희 고장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마침 면장실에 자리를 함께 한, ‘2004 안흥찐빵 한마당 큰잔치’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함종국(48) 횡성군의원에게 찐빵 축제 의의를 부탁드렸다.

"올해가 제3회로, 그 동안 안흥찐빵을 사랑해 주신 전 국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함과 아울러 앞으로도 더욱 사랑해 달라는 뜻으로 가지는 일종의 '감사 축제'입니다. 이제 저희 안흥찐빵은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판매되고, 미국 캐나다에까지 수출되고 있는, 안흥 지역민들의 효자 상품입니다.

지난날 안흥은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만 하더라도 서울 강릉 간 중간지점으로 유동인구가 많았던 교통 요지였습니다. 그런데 고속도로 개통 후 쓰러져간 이곳 경제를 안흥찐빵이 살려주고 있습니다.

함종국 '2004 안흥찐빵 축제' 추진위원장
함종국 '2004 안흥찐빵 축제' 추진위원장 ⓒ 박도
안흥찐빵은 정성어린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맛이 담박하고 쫄깃쫄깃한 안흥찐빵만이 갖는 특유의 맛이 있습니다. 안흥찐빵은 모두 손으로 만들고 있는 바, 찐빵에 들어가는 팥소는 이 지방에서 생산된 것으로 5시간 이상 푹 삶아서 만듭니다."


함 위원장의 찐빵 자랑은 끝이 없었다. 필자는 그 동안 어렵게 이룬 안흥찐빵 명성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안흥찐빵마을 협의회 회원들이 그 품질과 신용 유지에 최선을 다하기를 신출내기 면민의 한 사람으로 당부하고는 장터 마을을 떠났다.

안흥뿐 아니라,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도 그 고장에 알맞은 특성화 사업을 개발하여, 하루 빨리 도시보다 시골이 더 잘 사는 나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안흥찐빵은 손맛에서 나온다
안흥찐빵은 손맛에서 나온다 ⓒ 박도

쏱에다가 찌기 전에 약 1시간 숙성시켜야 맛에 깊이가 있다
쏱에다가 찌기 전에 약 1시간 숙성시켜야 맛에 깊이가 있다 ⓒ 박도

'2004 안흥찐빵 축제' 기간 동안 외지에서 온 귀한 손님을 맞이하고자 준비한 섶다리와 징검돌다리
'2004 안흥찐빵 축제' 기간 동안 외지에서 온 귀한 손님을 맞이하고자 준비한 섶다리와 징검돌다리 ⓒ 박도


제3회 안흥찐빵 한마당 큰잔치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감동

‧ 때: 2004. 10. 9(토)~10. 10(일)
‧ 곳: 안흥면 소재지 일원(주무대: 안흥시장내)
‧ 주관: 안흥찐빵마을협의회
‧ 주최: 안흥 찐빵 한마당 큰잔치추진위원회

제1부 10월 9일(토) 전야제

15:00 가을로의 음악여행(푸른 소리 색소폰 동호회)
18:00 주민 노래자랑 및 축포 쇼(초청가수 주현미, 최석준, 박윤경, 나비소녀, 서울나그네 등)

제2부 10월 10일(일) 본 행사

10:30 개회식(식전식후 공개 행사)
‧ 전통문화 체험장
‧ 안흥찐빵 제조과정 재현
‧ 안흥찐빵 시식코너 운영
‧ 안흥찐빵 이벤트(빨리 먹기, 많이 먹기, 빚기, 손 안 대고 먹기 등)

‧ 공연/전시행사
‧ 안흥 서식 민물고기 40여 종 전시
‧ 섶다리, 징검돌다리, 코스모스 길 체험
‧ 사물놀이/국악공연(민족사관고등학교)

‧ 상설/ 부대 행사
‧ 전통 먹을거리 장터 운영
‧ 마을별 농특산물 판매장 운영
‧ 자연과 함께하는 추억 만들기 행사
‧ 안흥찐빵 마을 전국 사진공모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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