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정홍보처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의 최대 현안은 행정수도 이전 홍보광고의 적절성, 정부광고의 특정매체 편중, 정부의 언론오보 대응책 등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인 사안은 행정수도 이전 홍보광고.
한나라당측은 국정홍보처 주관으로 집행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홍보광고의 부적절성을 집중적으로 질책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기한 정부광고의 방송심의규정 위배 문제 등은 관련법률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몰아세우기에 그치는 아쉬움을 연출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국회를 통과한 정부의 주요시책을 홍보하는 것은 국정홍보처의 고유업무"라며 한나라당측 주장을 반박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의연하게 대처해줄 것"을 국정홍보처에 주문했다.
한나라 "정부광고 왜 방송심의 안받나"... 홍보처 "위법이면 중단"
행정수도 이전 홍보광고에 대해 포문을 연 사람은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 이 의원은 "정부광고는 방송심의규정에 따른 사전심의를 왜 받지 않느냐"고 정순균 국정홍보처장을 추궁했다. 이 의원은 정 차장 설명이 나오기도 전에 "답변이 이렇게 어리숙한 걸 보니까 방송광고심의규정을 모르는 것 같다"며 "그러면서 국정을 어떻게 수행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문제는 헌법재판소 계류 중"이라며 "정부의 홍보광고에서 정부측이 아닌 다른 입장이 개진된 게 있는가"라고 따졌다. 또 "방송광고심의규정 6조 2항 '공정성'을 보면 소송 등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일방적 주장이나 설명을 다뤄서는 안된다고 돼 있다"고 주장했다.
정순균 처장은 "행정수도 이전광고는 캠페인성으로 방송광고심의규정은 상업광고에 대한 지침"이라며 "정부광고는 심의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방송광고심의규정은 제2조 2항에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70조 제1항의 방송광고물 ▲공공이익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제작된 비상업적 공익광고 ▲기타 방송위원회가 정하는 방송광고물 등에 대해 사전 심의·의결을 받지 않고 송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사후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없다. 무슨 딴소리를 하고 있는가. 사후심의는 있는 거 아니냐"며 계속 언성을 높였고 정 처장은 "공익의 특성이 있는 정부광고에 문제가 있다면 방송사에서 광고해 주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 의원은 "방송사와 국정홍보처가 이미 입을 맞춘 것 아닌가"라며 "방송위원회가 정부광고를 사후심의하고 있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광고에 대해 "논란이 이렇게 큰데 어떻게 함부로 광고를 내보내는가, 통과된 정책이든 아니든 심의규정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을 거듭 펼쳤다. 정 차장은 "정부는 국회가 법률에 따라 결정해준 것을 집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고성에 가까울 정도로 흥분을 더한 이 의원은 "(정 차장이) 엉뚱한 답변을 하고 있다, 위원장이 답변을 중지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행정수도 이전광고는 방송광고심의규정를 어긴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서울시 행정수도이전 반대광고와 정부 홍보광고가 같으냐"며 "만약 위법성 있으면 국정홍보처장은 책임지겠는가"라고 추궁했다. 정 차장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입을 맞춘 행위는 없다, 법에 위반되면 즉각 중단하고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행정수도 이전 싫으면 폐지법 통과시켜라"
한나라당 의원들의 맹공이 거세지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행정수도 이전이 국회 의결에 따라 이뤄진 법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국정홍보처의 의연한 대처를 주문했다. 방송광고 심의 논란과 관련,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공익광고인 정부광고에 대한 사전·사후심의 주장은 행정수도 이전 논란을 쟁점화시키기 위한 '트집잡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노웅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부의 주요 국책사업인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당연히 홍보할 수 있고 법에 저촉되지도 않는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노 의원은 "국회가 행정수도 이전의결을 통과시켜 놓고 그 자체를 문제삼는 게 도리에 맞는가"라며 "상임위원회마다 이를 문제삼고 있는데 행정수도 추진 속도나 폭을 거론하면 몰라도 그 자체를 문제삼으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이광철 열린우리당 의원도 정부광고가 방송광고 심의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방송심의규정 제6조 제2항의 '공정성' 문제는 상업광고에 대한 규정"이라며 "국정감사에서 더 이상 이런 논란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 의결은 야당이 국회 다수를 점하고 있을 때 통과시킨 것인데 문제가 있다면 그 법을 폐지하자는 법안을 다시 내야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김재윤 열린우리당 의원 역시 행정수도 이전광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회가 결정한 것에 대해 정부는 국가정책을 홍보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여론을 설득하고 야당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게 국정홍보처 역할"이라고 밝혔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도 공익광고와 상업광고에 법률적용이 다르게 적용되는 점을 들고 "정부광고에 대한 사전심의, 사후심의가 논란이 됐는데 선거방송에서 정당광고가 일방적 주장을 한다고 해서 사후심의 대상이 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우상호 의원은 "선거 시기 정당광고가 공정성에 위배된다고 해서 광고를 중단시킬 수 있는가"라고 따졌다. 우 의원은 "그렇다면 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공익광고를 하면 안된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쟁점되는 사안은 광고할 수 없다는 셈"이라며 한나라당 주장을 반박했다.
우 의원은 "입법부에서 통과된 뒤 행정부에서 집행하는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듣기 싫으면 폐지법을 통과시켜서 해라, 그 광고문제를 놓고 국정홍보처를 대상으로 할 질의가 아니다"며 "이런 행위는 입법부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한나라당 "서울시도 행정수도 이전반대 방송광고 할 수 있는가"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이 처음 제기한 행정수도 홍보광고에 대한 방송광고심의규정 위반 가능성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해당 법률을 들이대며 조목조목 반박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광고내용 심의는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가 행정수도 이전반대 방송광고를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광고를 방송심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해도 공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대상에는 포함된다"면서 문광위 전문위원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법률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정부광고도 사후심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박 의원은 "국정홍보처가 정쟁 대상이 되는 사안은 열심히 하는데, 경제살리기나 알카에다 테러위협 등에 대해서는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원하고 있는데 국정홍보처는 왜 '국보법 폐지' 홍보는 하지 않느냐"고 힐난했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도 "절차에서는 사전심의를 받지 않을 수 있지만 내용에서는 방송심의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광고 심의 문제를 계속 제기했다. 심 의원은 "서울시도 행정수도 이전반대를 방송광고로 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정순균 처장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도 이라크 파병과 관련, 이슬람지역에 대한 홍보부족을 지적하면서 "행정수도 홍보가 수천 명 국군 생명보다 소중한가"라고 꼬집었다.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광고의 사전(사후 포함) 심의의 법적 근거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 되자 "방송광고심의가 상업광고에만 해당한다는 법적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국정홍보처에 요구했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쟁을 두고 "서울의 경쟁력은 곧 대한민국 경쟁력인데, 수도 서울이 문제가 많다고 자꾸 폄하하는 홍보방식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 옮겨갈 곳이 좋다고 홍보하면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와 관련, "법률전문가나 관련기관에 정부광고의 방송심의에 대한 유권해석을 구해보자"고 제안했다. 이미경 문광위원장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주장한 행정수도이전 재판 계류와 관련, "헌법재판소에 소원 중이지 재판에 계류 중인 게 아니므로 정확한 표현으로 속기록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