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를 돌려 받은 학생들이 작은 탄성을 지르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각 학생들의 리포트마다 평가와 더불어 고치면 좋을 부분, 심지어 오탈자까지 고쳐 놓으신 것입니다.
잠시 후, 교수님의 말씀이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리포트를 검토하는데 열서너 시간이 걸렸어요…." 지난 해 이미 정년 퇴임하시고 연구에 매진하면서 명예교수의 자격으로 출강하고 계신 그 교수님은 학생들의 리포트를 한 줄도 빠짐없이 읽고, 모든 리포트에 손수 평가를 적어 놓으셨던 것입니다.
그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교수님, 정말 대단하시지 않아?" "생각치도 못 했는데…". 다양한 반응이 나왔지만 공통된 의견은 리포트를 되돌려 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과 교수님이 직접 뭔가 평가를 적어 놓은 경우는 처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대학가에서는 리포트를 두고 여러 낭설들이 떠돌기도 합니다. "어느 교수님은 리포트 안 읽으신다던데?" "리포트를 선풍기로 날린다는 소문도 있어." 사실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소문이 떠도는 것은 대부분 학생들이 리포트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그 교수님의 강의에는 4개의 리포트가 더 남아 있지만 학생들은 '교수님의 정성 때문이라도 열심히 써야겠다'는 것입니다. 돌려받은 리포트를 들여다 보고 있으니 그 동안 여러 교수님께 제출한 수십개의 리포트의 행방이 궁금해집니다. 그 수많은 리포트는 어디로 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