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자료를 불성실하게 제출하거나 미제출해 의도적으로 국감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금감원과 금감위의 고의적 방해 행태로 ▲표지만 제출하거나 공란으로 보내는 '눈가리고 아웅'식 제출 ▲표지조차 제출하지 않고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무조건 버티기' 제출 ▲자료 신청한지 2개월 후에 늑장 제출하는 '까먹을 때까지 기다리기' 제출 ▲국감 1∼2일 전에 자료를 몰아서 제출하는 '막판 몰아치기' 제출 ▲질의서를 미리 내놓으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꼽았다.
이날 김희선 정무위 위원장은 금감위와 금감원 측에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책임지고 조치하라"고 요구했고, 금감위와 금감원 측은 "내일까지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고 의원 측은 "금감위나 금감원에서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LG카드나 삼성 에버랜드 현황, 각 기업 분식회계와 관련되어 추상적인 질의밖에 할 수 없었다"며 "내일 자료를 받은 뒤 보충 내용을 서면질의하겠다"고 말했다.
대체 어떻게 제출했길래...
고 의원은 지난 9월 금감위 국제협력과에 '삼성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건에 대한 금감위 의사록 및 의결서'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작 제출받은 자료에는 '삼성 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법 관련'이라는 소제목 아래에 "보고안대로 접수"라는 내용만 나와있고 그 아래는 빈칸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또한 고 의원은 지난 8월 초 금감위에 '2000년 이후 국내은행 파업시 대체인원 투입내역과 법적근거' 자료, '2000년 이후 분식회계 조사실적과 적발기업에 대한 제재 및 방지대책' 자료를 요청했지만, 2개월이 지난 10월 5일에서야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다. 지난 9월 중순 금감위에 요청한 '금융회사별 부동산 임차현황' 자료는 국감 이틀 전인 지난 9일에서야 도착했다.
아예 자료조차 보내지 않은 사례도 ▲98년 이후 금융회사 고문 위촉 및 자문료 지급 현황 ▲방카슈랑스 실무작업반 구성인원 및 작업내용 ▲감사원의 금융기관 실태 감사처리결과 보고서 사본 ▲하이닉스, 코오롱 캐피탈 분식회계 사건에 관한 금감원 조사 등 6건에 달한다. 고 의원 측은 이들 미제출 자료를 금감위와 금감원에 다시 요청해놓은 상태다.
반대로 기관 실무자가 질의서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다. 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저녁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10일 저녁 8시께 고진화 의원 측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원래 국정감사 질의서는 그 전날 전화로 내용을 다 알려주는 것"이라며 "질의내용을 전화로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고 의원실의 정병주 비서관은 "다른 피감기관은 기밀사항이거나 수사에 영향을 받는 사안을 제외하고는 자료를 다 제출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정 비서관은 "이들 기관에서 '자료를 보내지 말라'는 상부 지시가 있었다는 제보도 들어왔는데 내일까지 자료가 들어오지 않으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고 국감장에서 ('내일까지 제출하겠다'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