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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나 그러하듯이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고, 여러가지 사건 사고들이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나고 겪으면서 자신을 반추하기도 하고, 세상이란 이런 거구나 느끼기도 합니다. 때론 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아릿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우리 식당이 위치한 곳의 느낌도 조금 변했습니다. 바람이 차게 변하고 있고 도로 옆으로 늘어선 은행나무의 색깔이 조금 있으면 황금빛으로 변해 장관을 이루겠지요. 그때가 되면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보았던 은행잎을 하나 주워서 가게에 붙여 놓아야겠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 은행잎을 다시 보게 되면 지금의 느낌을 되살릴 수 있겠지요.
며칠 전 배달하는 이모가 일을 관두었습니다. 그만 두기 며칠 전부터 얼굴이 좋지 않았는데, 급기야 앉을 수도 없을 상태가 되어 병원에 갔습니다. 자궁에 생긴 혹이 심각한 상태랍니다.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 날을 잡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모가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그냥 그만 두시라고 해도 이모는 계속 나왔습니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하루라도 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진료비를 낼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월급을 받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받을 돈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몸이 아픈데도 아무 소리 못하고 일을 하는 이모가 참 안쓰러웠습니다.
대충 일을 마치고 점심 식사 때가 되니 이모가 돈을 달라고 합니다. 일당보다 많은 금액이었습니다. 사정이 넉넉했다면 그냥 드리고 싶은데, 저의 사정도 만만치 않아 선뜻 지갑을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다시 계산해도 이모가 필요한 돈과 받을 돈의 차이는 꽤 컸습니다.
처음부터 그냥 빌려 달라고 했으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아주 당연한 듯이 "00원 주세요"라고 딱 잘라 말을 하니 언짢아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좋지 않은 몸을 이끌고 나와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가슴 아팠지만, 저도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이것 저것 생각하다 보니, 내가 참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죽 급하면 나에게 그렇게 말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우리 집에서 일한 사람이 몸이 아파 돈이 필요한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주지 못하는 저의 처지가 약간은 서러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이모가 필요하다는 돈을 봉투에 넣었습니다. 진료 잘 하고 수술 어떻게 되는지 연락을 달라는 말을 하고 이모를 보냈습니다. 함께 일을 하던 사람이 아프니 다른 사람들도 불편해지고 걱정이 됩니다. 다른 이모는 계속해서 전화를 해 보랍니다. 전화를 하니 몇 가지 검사를 하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상태여서 내일 다시 보호자를 데리고 와야 한답니다. 정확한 상태를 알 수는 없었지만 보호자를 데리고 오라고 할 정도면 꽤나 위험한 상태이고 어려운 상태인 것 같았습니다.
며칠 뒤 다시 전화를 하니 수술 날짜를 잡았답니다. 그러나 바로 나오는 이야기는 돈 이야기입니다. 정확한 금액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입원비와 수술비가 꽤 나올 거랍니다. 수술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답니다. 수술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고 물으니, 그 이모는 그냥 웃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참으로 없이 살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늘 병이 따라 다니고,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니 늘 최악의 경우까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를 잇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참 세상이 싫어집니다. 많이 가진 자들처럼 보약 먹고 정기 검진을 하면서 자신의 몸을 관리하지는 못한다 하더라고 최소한 병이 났을 때 의료의 혜택은 누구나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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