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시민방송에 관한 질의를 매개로 시민방송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이며, 방송발전기금 기금 평가에서도 2년 연속 꼴찌를 했음에도 계속 지원이 되고 있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다.
이 질의만으로 보면 시민방송의 성격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은 시민방송이 마치 대단히 편파적인 방송을 하고도 지난 3년간 48억원, 한해 평균 16억원을 지원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어 있다. 국정감사의 질의를 이용한, 시민방송의 성격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전형적인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심재철 의원은 시민방송에 방송발전기금이 지원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기금평가에서 2년 연속 꼴찌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 의원은 평가의 결과만 자료로 확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4년 3월 기획예산처의 기금평가에 따르면 퍼블릭 액세스 방송인 시민방송에 대해 "본 사업에 대한 기금의 성과평가체계는 적절하지 못하"다며 기존의 기금평가 방식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 아주 명백히 지적되어 있다.
시민방송이 방송발전기금을 얼마나 잘 사용하고 있느냐는 시민방송의 특성대로 퍼블릭액세스 형식의 방영물이 개국한 이래 얼마나 늘어나고 있느냐가 중요한 평가의 기준일 것이다. 그 점에서 지난 2년간 아주 명백하게 시민방송을 통해 방영되는 퍼블릭 액세스 물은 늘어나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의 열린채널이 일종의 퍼블릭 액세스 시간대인데, 이 시간대에 방영되는 방영물에 대한 사례비와 시민방송이 지급할 수 있는 사례비는 기본적으로 비교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일주일에 한 번, 30분 방영하는 KBS는 연간 6억원이 지원되지만 하루 14~16시간 방송되는 시민방송에는 연간 18억원이 지원되고 있는 것이다. KBS 열린채널 한 프로의 65분의 1에 불과한 지원액수가 시민방송 전체에 대한 지원이다.
그런 열악한 조건 아래서도 시민 스스로 제작한 미디어 영상물이 공공의 자산인 방송전파를 타고 시민들에게 전달될 기회와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 시민방송이고, 시민방송에 지원되는 방송발전기금은 바로 여기에 사용하라는 것이고, 그 목적대로 시민방송의 퍼블릭액세스물은 방송전체 편성비율에서 계속 신장되고 있다. 개국 당시 하루 평균 1시간 5분 분량이던 방영물이 현재는 하루 평균 2시간 25분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기존의 기금평가 방식은 기본적으로 퍼블릭액세스 방송을 평가할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같은 시민방송의 정체성에 따른 변화를 계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당시 기획예산처 기금 평가에 참여한 외부전문가들은 시민방송에 대해 기존의 기금평가 방식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하고 있고, 기존의 평가 방식에 따르면 꼴지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 사업취지에 맞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고, 공익적 성격의 방송이라는 점에 기초해 지원이 늘어나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심 의원은 시민방송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다.
심 의원이 시민방송의 성격을 모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은 그 다음 질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조합이 57회 전경련이 1회 출연하였다고 하며 이런 편파적인 방송이 어디 있느냐 하였다. 이렇게 '지독하게'(심 의원이 시민방송을 지독하게 편파적이라고 한 그만큼) 시민방송의 성격을 모르고 질의할 수 있을까?
퍼블릭 액세스 방송이란 기존의 지상파 방송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어려웠던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방송이다. 우리 사회 내에 명백하게 존재하는 소수의 목소리, 설사 그것이 주류의 인식에 반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실재하는 목소리라면, 그들에게도 전파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해주어야 하는 것이 시민방송의 정체성인 것이다.
그러므로 심 의원이 예로 든 통계는 오히려 시민방송이 그만큼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방영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마도 심 의원이 지적한 사례들은 지상파 방송을 통해 아예 소식으로도 다루어지지 않았을 노동조합의 주장, 움직임 등을 소개한 것이고, 그조차도 시민방송이 자의적으로 편성해서 출연시킨 것이 아니라 퍼블릭 액세스 방송의 특성대로 지상파 방송을 통해서는 도저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없었던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 온 방영물을 시민방송은 편성해서 방영해 준 것이다.
물론 심 의원이 지적한 전경련같은 경제단체가 자신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영해 달라고 가져온다면 퍼블릭액세스 방송인 시민방송이 이를 거절할 특별한 근거는 없다. 그러나 지금껏 그들이 시민방송에 방영을 요청한 적도 없지만 오히려 기존의 언론과 방송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쉽고 유리한 이들이 시민방송에 가져올 이유도 없는 것이다.
또 한겨레 브리핑이 심 의원이 질의해서 내렸다고… 천만에 만만의 말씀이다. 방송위원회에서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혹 기존의 다른 언론이 방송에 진출하면 방송위로서는 막을 수 없다며 이 프로그램을 중단해 달라 하였고, 시민방송이 조사해본 결과 이미 기존 언론이 여러 다양한 형태로 방송시간대에 진출해 있음을 확인하자, 특정 언론에게 시간대를 부여한 사실이 부담스러운 것이라는 점을 알려와 시민방송이 특별히 특정한 한 언론사에게 독점적인 시간대를 부여할 이유가 없음이 분명한 이상, 있을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형식 자체를 변화시킬 것을 약속했을 따름이다. 편향이나 심의원의 질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심재철 의원은 시민방송의 정체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해서 시민방송을 기존 공중파 방송과 동일한 위치에 놓고 평가하려 하고 있고, 그마저 부분적인 사실을 인용함으로써 시민방송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으로도 시민방송은 여야 정당의 유력한 정치인의 동정보다도 어느 노조의 노조원이야기, 소수정당의 이야기, 여성이나 장애인들 이야기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기회마저 봉쇄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
심 의원의 시민방송에 대한 이해가 수정되기를 간곡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