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롯데 측은 눈앞의 경제적인 이익과 편의주의를 내세워 부산의 상징이자, 한국 근현대사의 상징인 영도다리(영도대교)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 이는 '문화의 시대'라고 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반문화적·반역사적인 행위임을 우리는 지적한다."
문화유산연대(서울 공동위원장 강찬석, 김란기)는 1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부산 영도다리 보존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주장했다.
1931년 건설된 부산 영도다리는 노후해 도개교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선박 이동과 부산 롯데월드 건설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철거와 보존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유산연대는 "그 동안 우리나라의 수많은 문화유산이 개발상업주의에 의해 파괴되고 훼손되어 왔다"며 "우리는 한국근대사의 영욕과 애환을 간직하고 있는 영도다리마저 사라지게 하는 실수를 되풀이 할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강찬석 문화유산연대 서울 공동위원장은 "영도대교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도개교이자 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 등 민족의 수난을 함께 해왔다"며 근현대사의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설명했다.
건축설계사이기도 한 강 위원장은 "구조안전진단 결과, 영도다리는 보수보강을 하면 사용 가능한 구조물 등급인 D급으로 판정되었다"며 "부산시는 영도다리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얘기하면서도 버스 등의 통행을 허락한 채 철거만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고가나 터널 등 영도다리를 보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롯데 측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11일 열렸던 영도대교 관련 공청회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되었다.
김란기 문화유산연대 서울 공동위원장은 "자문위원회가 영동대교 철거 찬성 쪽의 상당수 시민을 공청회에 동원해 일반 시민들의 참석을 막았다"며 "발표자 및 토론자도 철거 찬성 8명 대 반대 2명으로 편파적인 공청회였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도 "공청회에 참여한 시민들 대부분이 부산 상인으로서 영도대교를 보존하면 롯데월드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생각해 장사가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다"며 "자문위원회는 형식만 갖춘 공청회가 아닌 공정한 논의가 이뤄지는 공청회를 주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자문위원회는 중구와 영도 의회위원장과 시민단체 대표, 학계, 문화계, 경제계, 언론계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면서 "영도다리 보존을 위해 고가와 터널에 대한 검토도 해봤지만 기술자문위원회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또 차진구 자문위원회 간사는 공청회의 공정성 시비와 관련해 "공청회는 영도대교 문제와 관련된 교통, 안전, 시민단체, 문화계, 롯데측 등 인사를 추천 받아 토론자로 모은 것"이라며 "공청회 자리도 비어 있었고, 중구 상인번영회 구민들이 다수 참석했을 뿐 자문위원회에서는 동원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