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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한가한 일요일 아침, 문득 평일에 약속 때문에 보지 못했던 모 TV의 프로그램 내용이 궁금하여 동영상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럼, 그렇지….'
동영상을 켜자마자 여전히 피할 수 없는 광고들이 나를 점점 압박했다. 텔레비전이라면 리모컨으로 재빨리 다른 곳으로 돌렸다가, 방송만 보는 영악한 짓을 할텐데 이건 그럴 수도 없다. 또 배너광고처럼 중간에 정지시키거나, 프로그램 자체로 건너뛸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꼼짝없이 두 세 가지의 동영상 광고를 모두 봐야할 판이다.
갑자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공짜 동영상 서비스라 하더라도 광고가 보기 싫으면, 아예 동영상을 보지 말라는 식은 너무 강압적인 태도 아닌가?
아무리 요즘이 각종 광고가 넘쳐나는 소비지향적 사회라지만 소비자의 고유 권리인 광고 선택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반발심이 생겨 광고가 다 끝날 때까지 동영상 화면 자체를 눈에 보이지 않게 숨겨놨다. 광고가 끝날 때까지 다른 웹사이트 화면을 보는, 반항 아닌 반항을 해봤지만, 끝났는지 안 끝났는지 알려면 소리는 듣고 있어야 하니 이래저래 귀찮은 건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기법의 인터넷광고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앞에서 언급했던 동영상 광고 못지않게 나의 짜증을 유발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광고가 등장했다. 바로 FX, Ad, TI, 쉐이프 팝업 등이라 불리는 투명 레이어를 이용한 새로운 기법의 광고들이다.
인터넷상 최초의 배너광고는 1994년 미국의 핫 와이어드가 웹사이트에 AT&T의 광고를 게재한 것이 시초라 한다.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터넷 광고는 GIF나 JPG 형태의 초기 배너광고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시선을 보다 끌기 위해, 화면 전체를 점령하고 나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러한 새로운 기법의 인터넷 광고들이 처음에 선보였을 당시만 해도 그 감각과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그 화면들이 배너형태의 제 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마치 꿈틀거리는 불가사리처럼 컨텐츠 위를 돌아다니는 활동적인 움직임이 신기해서 일부러 일부러 집중을 했었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서 보다 보면 질리는 게 광고의 특성인지, 새로운 인터넷 광고가 서서히 질린다 싶을 무렵 자연스럽게 강제 종료버튼을 찾았다. 그러나 다른 팝업광고나 전면광고와 달리 전면에 교묘히 숨겨져 있는 강제 종료 버튼을 찾기란 그리 만만치 않았다.
또 종료버튼을 누른다고 한 것이 위치를 살짝 비켜가서 잘못 누르면 바로 광고주 사이트로 이동하기까지 하니, 그 때의 황당함이란…. 그런데 더 기막힌 일은 그러한 광고형태 또한 유행인지 곳곳의 사이트에서 자연스럽게 출현하는 것이 아닌가?
인터넷 광고의 강제적 노출에 대한 거부감
물론 광고주 입장에서는 평균 클릭률이 1%도 안 되어 광고 효과가 의문시 되는 평범한 배너광고보다는 광고주의 의도대로 일정한 노출도를 보장하는 이러한 신종 인터넷 광고기법이 당연히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광고기법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또 인터넷 광고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웹사이트의 경우, 새롭고 다양한 기법의 인터넷 광고는 매출 확대에 기여하는 면도 클 것이다.
그러나 입장 바꿔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사이트를 클릭할 때마다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광고주의 의도대로 보고싶지 않은 광고에 노출되어 주목해야만 하는 신세가 한심스럽고, 가끔은 두렵기까지 하다.
정작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세상이 변하는 동안 소비자의 위치는 왕의 지위에서, 자신도 모르게 조정되는 꼭두각시로 전락한 것은 아닐까? 오늘도 인터넷을 접속하고 어김없이 각종 형태의 인터넷 광고를 강제로 보면서 짤막한 한숨이 터져나왔다.
문득 서태지의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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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아직도 그 수많은 넋이 나가있고 모두가 돈을 만들기 위해서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걸 나는 볼 수가 있었지 난 항상 머리속 구석엔 그대를 떠올리면서 복종을 다짐해 지금 우리는 누굴 위해 사는가 그에게 팔과 다리와 심장을 잡힌 채…."
가수 서태지가 본 1996년 지구는 돈이 지배하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본 2004년의 지구는 주체할 수 없는 각종 광고들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사이버 공간을 지배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새로운 기법의 인터넷 광고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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