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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범칙금으로 교통안전사업을 해온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사장 이대길)이 명절이면 1500만원 상당의 예산을 들여 양주 등을 국회의원들에게 선물로 돌린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최규식(행자위)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2003년·2004년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따르면, 공단측은 작년 9∼10월 추석을 전후해 국회 행자위, 예결특위 소속 등 국회의원 52명에게 각각 16만원 상당의 양주를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교통방송 업무를 하고 있는 공단측은 유관기관이라 할 수 있는 방송위원회 등에도 같은 가격대의 양주를 돌렸는데, 이를 모두 포함하면 작년 추석 총 95병의 양주, 1500만원 어치를 업무추진비에서 사용한 것이다.

또한 같은 해 1·2월경에는 설 선물로 113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의 이같은 관행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대길 이사장이 부임한 3월경 공단 측은 신임 이사장 취임기념으로 국회 행자위 소속 의원들에게 120만원 상당의 선물을 돌렸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작년 9월 추석선물용으로 양주 95병을 국회 행자위 및 예결특위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유관기관으로 보낸 지출내역 일부. 8월 말에서 9월 중순 집중적으로 '한 업소'에서 '같은 금액'의 식대비가 지출된 것으로 나와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작년 9월 추석선물용으로 양주 95병을 국회 행자위 및 예결특위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유관기관으로 보낸 지출내역 일부. 8월 말에서 9월 중순 집중적으로 '한 업소'에서 '같은 금액'의 식대비가 지출된 것으로 나와있다. ⓒ 오마이뉴스 박형숙
지난 해에 비해 액수는 줄었으나 이번 추석에도 980여만원 어치의 양주 62병을 국회 행자위, 예결특위 소속 국회의원 등에게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일부 의원의 경우 공단측에서 보낸 양주를 되돌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17대 국회의 경우 일부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추석 선물로 돌린 3·4만원대 수삼 선물조차 되돌려보낼 정도로 '명절 선물 안주고 안받기'가 강조돼온 터라 이같은 사실은 더욱 놀랍다.

교통위반의 엄격한 적용... 하지만 과태료 수입은 물쓰듯?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교통사고 줄이기'를 모토로 각종 사고 예방 및 안전교육을 하는 기관으로 그 예산의 70%가 자동차교통관리개선특별회계(이하 자특회계)로 충당된다. 자특회계란 경찰이 거둬들인 교통범칙금과 과태료 등으로 편성된 예산으로 오로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사업에만 투자할 수 있다.

경찰은 최근 정지선 위반에 대해서도 6∼7만원 범칙금과 벌점 15점을 부과하는 등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세우면서, 정작 그렇게 벌어들인 수입을 국회의원 양주 선물 등에 전용한 사실은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이같은 사용처가 업무추진비 내역에서는 '유령업소' 식대비로 허위 기재돼 예산전용 범위가 더욱 클 것이라는 의혹을 던져준다.가령 작년 추석 의원들에게 돌린 양주선물은 지출 내역서상에서 '명철네'라는 업소이름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100∼200만원 안팎의 액수가 꾸준히 지출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사진 참조).

이에 대해 최규식 의원은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으로 6∼7만원 딱지가 떼이면 그로 인해 월급쟁이들은 하루 일당을 날리는 셈"이라며 "그런 국민의 혈세를 유관기관의 추석선물비용으로 전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경찰청 퇴직자들이 '재취업'하는 산하기관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2004년 현재 공단의 부장급 이상 간부 40명중 24명이 지방경찰 청장이나 일선 경찰 서장 출신들로 채워졌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을 비롯해 총무·안전·교육홍보 이사는 각각 전북지방청장, 서울청차장, 경남청장 출신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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