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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이찬근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와 토니 클락 폴라리스 협회 소장이 대담을 가졌다.
21일 이찬근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와 토니 클락 폴라리스 협회 소장이 대담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승훈
다국적 기업감시, 물 사유화 반대 운동 등 반세계화 운동을 이끌고 있는 캐나다의 폴라리스협회 토니 클락 소장이 "한국의 시민사회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감시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맹의 초청으로 지난 19일 방한한 클락 소장은 21일 이찬근(인천대 교수)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와 대담을 갖고 "자유무역협정은 한번 체결하면 재개정이 불가능하고 자국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민사회가 협상과정을 신중하게 살피고 문제점들을 지적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화 시대에 자유무역협정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우리의 활동은 자유무역을 하지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자유무역이 아니라 그 반대의 자유무역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주장은 자유무역을 하지말자는 것 아니다"

이에 대해 이찬근 교수는 "캐나다의 경우 지난 89년 맺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과 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로 인해 제조업은 크게 타격을 입었지만 서비스 부문은 협정에 포함되지 않아 피해가 없었다"며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의 투자협정에서 서비스 부문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어 협정이 체결되면 캐나다와는 달리 서비스 부문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또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주주들이 주주가치 중시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들어왔는데, 이들이 주로 고배당과 주가상승을 위한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다 보니 기업의 중장기 투자 위축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락 소장도 "캐나다가 나프타 이후에 미국이라는 경제 제국의 위성국가로 전락하면서 경제 외적 요소인 대외정책과 안보정책마저 자율성을 침해받고 있다"며 "한국도 FTA로 인해 경제적 관계가 긴밀해 질수록 이를 볼모로 삼아 교역의 조건으로 경제외적인 요소에 대한 요구도 늘어날 것"이라며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날 대담은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1시간 30분동안 진행됐다. 클락 소장은 방한기간 동안 공공연맹 주최로 열린 'WTO-FTA 반대와 공공부문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연대 국제심포지엄'에서 시장개방 저지와 공공서비스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기도 했다.

클락 소장은 지난 87년 당시 캐나다와 미국의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반대를 위해 설립된 전국단위의 시민연대 단체인 '액션 캐나다 네트워크'의 의장을 맡았고, 지난 20년 동안 캐나다 가톨릭 교단의 사회정책분야 총책임을 맡아 활동하는 등 반세계화 운동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대담 전문.

"한국은 투기자본의 은행인수가 허용됐다"

토니 클락 폴라리스협회 소장
토니 클락 폴라리스협회 소장 ⓒ 오마이뉴스 이승훈
이찬근 :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지난 8월에 창립돼 한달반 정도 활동을 했다. 창립 후 첫 번째로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론스타는 투기자본이기 때문에 은행을 인수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투기자본의 은행인수가 허용됐다. 센터는 투기자본과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당국이 제 기능을 하게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클락 : 투기자본감시센터의 활동에 관심이 있다. 투기자본의 문제가 한국에서는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찬근 :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만, 한국에서 관심있는 것은 외환시장이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주주들이 주주가치 중시라는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들어왔다. 이들이 주로 고배당과 주가 상승을 위한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다 보니 기업의 중장기 투자 위축, 일자리 부족 문제가 새롭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런 문제들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알려나가는 활동을 하려한다.

이찬근 : 반세계화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폴라리스협회(Polaris Ins.)의 소장으로 있는데 이 단체는 어떤 목적으로 설립됐는지 궁금하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은 시민들의 삶보다 기업의 이윤추구만 고려"

클락 : 지난 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 나프타(NAFTA)가 발효됐다. 폴라리스는 97년에 만들어졌는데 배경은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분석해 보니까 이것들이 시민들이 선출한 정치인들의 의사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기업체들의 로비와 철저히 그들의 이익의 관점에서 협정이 맺어지고 있었다. 캐나다 시민들의 보다 나은 삶의 관점은 배제됐고 기업의 이윤추구와 관련해서만 자유무역협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을 연구하고 지속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찬근 : 투기자본감시센터도 향후 론스타를 비롯한 투기자본에 대해 조사하고 분석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폴라리스도 다국적 기업에 대한 분석과 감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클락 : 현재 코카콜라, 록히드마틴 등 25개 기업들을 5단계의 방법론을 가지고 분석을 해놨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투기 펀드 부석에 이러한 방법론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활동의 목적에서 각 기업들의 강점, 약점 등 성격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 기업이 정부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 가를 파헤쳐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찬근 : 폴라리스가 명성을 얻게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클락 : 지난 97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도로 다자간투자협정(MAI)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폴라리스는 이 협정에 관한 OECD의 비밀문서를 입수해서 이 협정의 폐해를 폭로했다. 이 문서의 공개로 선진국의 많은 나라들의 시민사회가 MAI에 대해서 반발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시민단체의 저항으로 인해 결국 정부가 여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캐나다와 호주, 벨기에 등도 협정 내용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참여하지 않았다.

"나프타 발효로 캐나다 제조업 큰 타격, 일자리 부족도 심각해져"

이찬근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이찬근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 권우성
이찬근 : 그러나 캐나다의 경우 지난 94년에 나프타가 발효됐다. 나프타로 인해서 캐나다가 입은 피해가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나.

클락 : 나프타보다 89년에 캐나다와 미국 간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나서 피해가 컸다. 양자협정을 맺은 이후 미국으로부터 수입이 급격히 늘었고 제조업 분야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캐나다 내부적으로 일자리 부족 문제도 심각해 졌다.

이찬근 : 그렇다면 지난 89년 당시 미국과 양자간 협정을 맺을 때 반발이나 저항이 있었을 것 같다. 일자리 문제만 해도 캐나다 국민들의 삶에 바로 영향을 미쳤을 텐데.

클락 : 당시 87년과 88년 분위기는 캐나다 경제가 너무 침체 국면이었다. 때문에 그 계기가 자유무역협정이든 어떤 것이 되든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자유무역협정이 상당부분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자유무역협정에 비판적인 그룹이 분석을 해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에 시민사회를 상대로 한 광범위한 반대 운동을 펼쳤다. 이를 계기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변했다. 마침 캐나다 연방선거가 치러졌는데 이때 가장 큰 이슈중 하나가 자유무역협정이었다. 또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50%가 넘었다. 그런데도 캐나다의 정당시스템이 양당제가 아니라 복수정당체제이어서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하는 정당이 집권을 하게 됐고 이후 자유무역협정이 맺어지게 됐다.

이찬근 : 그렇다면 한국이 자유무역협정에서 가져야할 입장과 전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클락 : 일단 자유무역협정이 가져오게 될 결과에 대해서 시민사회가 분명히 인식을 해야한다. 첫 번째 농산물 분야에서 수입이 크게 늘어나야 할 것이다. 또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외국의 농업관련기업들이 농산물과 관련한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대량으로 토지를 확복하고 자기들이 필요한 농장을 경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남미에서 광범위하게 있어왔다.

공산품의 관세는 매우 급격한 수준으로 인하될 것이다. 한국내 제조업체들이 심각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정부의 관세수입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봐야한다. 다음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서비스 부문의 개방이다. 서비스 부문 개방은 서비스에관한일반협정(GATS)에서 다뤄지고 있는데 이는 의료, 교육, 상하수도 등 모든 분야의 서비스를 포괄하고 있다. 향후 어떤 서비스가 자유화의 대상이 될 것인가가 쟁점이 될 것이다.

이찬근 : 캐나다의 기업들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과 나프타에 의해 큰 타격을 받았다고 했는데 서비스 부문은 상황이 어땠나.

클락 : 지난 89년 캐나다와 미국간 FTA에는 서비스 부문이 빠져있었다. 94년 나프타도 서비스 부문은 개방의 범위가 좁아 피해를 크게 입지 않았다.

"캐나다는 서비스 부문은 피해 적었지만 한국은 다를 것"

이찬근 : 이 점이 한국과 다른 점이다. 한국과 미국의 투자협정에서는 서비스 부문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정이 체결되면 캐나다와는 달리 서비스 부문의 피해가 클 가능성이 많다.

클락 : 캐나다의 경우에 지금까지는 서비스 부문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현재 미국은 남미와 북미 전체를 아우르는 전미자유무역협정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처음부터 서비스 부문 개방이 포함됐다.

이찬근 : 그렇다면 시민사회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클락 : 한국이 현재 자유무역협정을 미국, 일본, 싱가폴 등과 추진하고 있는데 시민사회의 감시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양국간에 타협점을 찾기 위해 어떤 양보가 이뤄지고 있는지 신중하게 봐야한다. 한번 FTA가 맺어지고 나면 개정은 거의 불가능하다. 시민사회가 이 점을 분명히 고려해서 신중하게 대응해야할 것이다. 만약 협정을 어겼을 때는 분쟁조정위원회로 가게되고 여기서의 결정은 모두 협정에 맞게 자국의 법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계속 협정을 어긴다면 경제적 제재가 가중될 것이고 경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이찬근 : 그러나 대부분의 여론이 FTA는 세계화 시대에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캐나다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어떤 대안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클락 : 시민사회를 상대로 FTA 반대활동이 자유무역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설득해야한다. 지금 진행되는 형태의 자유무역, 즉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자유무역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자유무역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야한다. 반대 운동을 통해 한국도 바람직한 형태의 FTA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는 협상의 문제점들 지적하며 협상을 어렵게 만들 필요가 있다.

"캐나다 미국경제에 종속되면서 경제외적 요소의 자율성도 침해받아"

이찬근 : FTA 체결로 인한 경제 외적인 문제는 없나.

클락 : 단적인 예가 있다. 미국이 9·11 사태이후 안보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내세우면서 캐나다에 미국과 교역의 조건으로 MD체제 수용, 캐나다의 방위비 증대, 미국에 석유 등 자원을 어떠한 경우에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서 보듯이 캐나다는 나프타 이후에 미국이라는 경제 제국의 위성국가로 전락하면서 경제 외적인 대외정책, 안보정책의 자율성이 훼손됐다.

한국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미국과 FTA를 맺어 경제적인 종속관계가 되면 안보 등 경제 외적인 요소에 대한 요구도 늘어날 것이다. 경제적으로 종속된 관계에서 FTA에 문제가 생기면 경제가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이를 볼모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시민사회는 이러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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