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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특별법 시행과 관련한 세간의 논의들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가누기 힘들다. 남성 네티즌들의 여성부 비판이나 법 집행에 딴죽을 거는 일부 언론들의 논의 등에서, 남성중심주의의 맹목과 무지, 정치 공세적인 의도 등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운동계가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을 이겨내면서 얻어낸 특별법이 시행되고 그에 따라 단속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니,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러한 여론도 수그러들리라 여겼다. 또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를 믿어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지난 11일 경북지방경찰청 국감장에서 나온 어느 국회의원의 발언을 들은 뒤, 짧은 글이나마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발언의 요지인즉, 이 법의 시행으로 결혼 적령기에 있는 성인 남성들이 성관계를 가질 기회가 없어져, 그로 인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무조건 단속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발언에 대한 동조 분위기도 얼마 있어,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 발언은 결코 돌발적인 것이 아니며, 따지고 보면 개인적인 것에서 그치지도 않는다. 매우 유감스럽고 부끄럽게도, 그러한 발언은 한국 사회 남성들 상당수와 일부 여성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성매매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기대고 있는 여러 층위의 허구적인 논리들과 대안이라며 그들이 내놓는 몇몇 방안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비판할 생각은 없다. 지면 사정상, 다음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려 한다.

첫째는, 어떤 논리로 합리화하든간에 ‘성매매는 인권에 대한 심각한 유린 행위’라는 점이다. 원론에 있어서뿐 아니라 실제에 있어서도, 성의 매매는 여성의 인권이 부정되는 방식 위에서 이루어진다.

돈이 오고가는 이상, 판매되는 성은 구매자의 요구에 종속되는 상품 즉, 사물의 차원으로 떨어지고 만다. ‘매매(賣買)’라는 명명은 얼핏 상호주체적인 어감을 주지만, 이야말로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군산 매매춘 화재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으면서도 현재의 논란에서는 별로 강조되지 않고 있는 사실 즉, 성매매 여성들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위해가 다양한 방식으로 폭넓게 가해지고 있다는 점은, 성매매 문제의 본질과 현실을 잘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실제적인 인권 침해의 근원이 성산업의 먹이사슬 구조에 놓여 있다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상, 특별법의 운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떠한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

둘째는,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이중 잣대를 다시금 반성하면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중 잣대란 무엇인가. 주변의 여성을 나와 관계 있는 경우와 아닌 경우로 나누어, 전자에게는 순결과 정숙함을 요구하는 반면 후자는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놓는, 남성들의 분열된 태도를 말한다. 맹목적인 논의와 감정적인 언사가 횡행하는 지금, 남성들의 이런 자세는 재차 반성해야 할 것들이다.

특별법 시행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성적 순결주의에 의해 비하되거나 인권 침해를 받아서는 안 되며, 자신의 누이나 딸도 성매매의 대상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성매매 허용 논리들은 따지고 보면 만민이 평등하다는 근대의 인간관을 부정하고 있다. 성매매가 인신매매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착취와 무관하지 않음은, 성매매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일부 서유럽 국가에서 동구권이나 유색인종 여성들이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성매매 허용론은 남성우월주의나 계층·인종차별주의 등과 같은 반근대적인 인간관에 닿아 있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의 일부를 사물화하는 방식으로 남성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회는, 건전하다고 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정부는 성매매 종사자들의 재활을 돕는데 필요한 추후 조처들을 착실히 마련하되, 성매매 단속의 끈은 더욱 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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