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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 장 백련교(白蓮敎)
천고헌은 사람 인(人)자 형태로 되어 있다. 왼쪽은 남자들이 거처할 수 있게 마련되었고, 오른쪽은 여자들이 머물 수 있게 만들어져 여자들이 머무는 곳에서는 남자들 방이 잘 보이지만 남자들 방에서는 여자들 방이 잘 보이지 않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연못을 흐르게 하여 왕래를 하려면 목교(木橋)를 건너야 했다.
타닥--- 푸시시식----
갑작스럽게 창문을 넘어온 물체에서 불꽃이 타오르듯 맹렬하게 피어오르는 누런 연기를 본 서가화는 이채를 띠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독연(毒煙).....?”
아직 자리에 들지 않아 다행이었다. 손가장 내의 변고도 변고려니와 그것을 상의하러 갔던 일행들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잔다는 것도 예의에 벗어나는 일이어서 일행을 기다리며 차를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헌데 갑자기 반 쯤 열린 창밖에서 날아 양주먹을 합한 정도의 물체 두개에서 지독한 누런 연기가 치솟아 오르는 것이다. 연기는 금새 방안에 가득차 올랐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
송하령과 서가화는 숨을 멈추었다. 눈이 금새 아려왔다. 독기가 섞인 것 같았지만 치명적인 독은 아닌 것 같았다. 서가화가 창문을 완전히 열어 제기고 동시에 그녀는 방문까지 열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통풍을 시키려던 의도였다.
“잠깐. 가화야.. ”
송하령의 제지에 말뜻을 알아차린 서가화가 어느새 검을 빼들고 발로 방문을 걷어차면서 몸을 비틀어 방문에서 물러섰다. 아니나 다를까?
쐐애---애---액
그 순간 방문을 뚫고 날아오는 구슬형상의 서너 개의 암기.
“암기(暗器)...? 겨우 이정도로...!”
서가화의 검이 현란한 움직임을 보이며 빽빽한 검막(劍幕)을 일으켰다. 물샐 틈조차 없는 검막은 날아오는 암기를 쳐냈다. 독연으로 인하여 앞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오직 소리와 움직임만으로 그녀는 날아오는 물체를 튕겼다.
파---악---팍-팍---!
하지만 날아 온 물체는 서가화의 검에 튕겨지는 순간 갑자기 폭발하며 시퍼런 귀화(鬼火)를 토해내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천린귀화(天燐鬼火)...?”
경악성은 송하령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앗...뜨거...!”
서가화의 입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왔다. 터진 물체의 시퍼런 불꽃의 귀화가 서가화의 소매에 떨어져 불이 붙은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반응은 빨랐다. 그녀는 이 불이 보통의 것이 아니어서 꺼질 것 같지 않자 어깨부터 옷을 부욱 찢어 버렸다.
서가화가 왜 강남삼미(江南三美) 중 하나인지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삼미는 얼굴만 예쁘다고 붙여 준 이름이 아니다. 미모가 우선이지만 무공과 총명한 머리가 없으면 입에 오르내릴 수 없는 것이 이 중원이다. 그 순간 창문을 통해 날렵한 흑영이 방안으로 날아드는가 싶더니 송하령을 노리며 칼날을 번뜩였다.
“허--엇--”
송하령의 입에서 다급한 신음성이 터져 나오고 그녀는 의자에 앉은 채로 주륵 뒤로 물러서며 공격을 피했다. 나타난 흑영은 짧은 쌍도(雙刀)를 사용하는 자였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도신(刀身)을 거꾸로 잡아 팔목 아래에 날이 서 있는 것 같았다. 상리(常理)에 어긋난다 하여 무림에서 역천도법(逆天刀法)이라 불리는 자세였다.
사실 좁은 방안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기형적인 공격이 훨씬 효과가 있었다. 공격을 하는 흑영의 쌍도(雙刀)는 집요하게 송하령의 치명적인 사혈을 노리며 다시 파고 들었다.
빠지직----
급한 상태에서 송하령이 자신이 앉고 있던 의자를 가지고 막는 순간 의자는 허공에서 산산조각이 되어 부서져 내렸다. 송하령에게 기회를 준 것은 바로 그때였다. 의자의 파편으로 흑영의 공격이 잠시 주춤한 순간 송하령의 손에는 채대(彩帶)가 들려 있었다.
휘리리릭-- 슈--악--
채대는 마치 검처럼 직선으로 뻗어갔다가 상대가 막으려는 순간 기이하게 도신(刀身)과 팔목을 휘감아 가며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곡지혈(曲沚穴)을 찍어갔다.
“헛....!”
흑영의 입에서 다급성이 터져 나왔으나 반응은 빨랐다. 오히려 공격해 들어오는 채대에 오른팔을 맡기면서 좌수에 잡고 있는 도(刀)로 송하령의 복부부터 위로 그어 왔다. 팔을 주고 송하령의 생명을 빼앗겠다는 의도였다. 송하령은 상대의 무모한 공격에 채대를 빼냄과 동시에 한발 물러서며 다시 흑영의 가슴을 노리며 채대를 뻗었다.
흑영의 눈에 당혹감과 경악의 기색이 떠올랐다. 송하령의 무공이 이 정도인지 몰랐다는 의미였다. 갑작스런 흑영의 출현에 송하령을 보호하려 했던 서가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연속해서 날아오는 천린귀화가 담긴 암기를 처리하기에도 바빠 손을 쓰기 어려울 정도였다.
검으로 쳐내자니 천린귀화가 퍼져 더욱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 그런 와중에 걱정이 되어 살핀 송하령의 몸놀림은 절대 자신보다 하수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안심한 그녀는 겉옷을 벗어 날아오는 암기가 터지지 않게 받아 되돌려 던지면서 밖으로 쏘아 나갔다.
그 순간 미세한 호각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러자 송하령과 손속을 나누던 흑영이 맹렬하게 쌍도를 휘두르는가 싶더니 거꾸로 잡은 도병(刀柄:도의 손잡이)의 끝에서 느닷없이 비침(飛針)이 폭사되었다. 공기를 가르는 미세한 파공음과 함께 비침들은 송하령의 전신을 뒤덮고 있었다.
슈--우--- 우---!
어찌 도병의 끝에 암기를 장치할 수 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을까? 더구나 좁은 방안의 근접거리에서 쏘아진 비침을 어떻게 피할 수 있으랴! 다급해진 송하령은 철판교의 신법으로 몸을 가로 누움과 동시에 맹렬하게 채대를 휘둘러 비침을 막아냈다.
그녀의 임기응변은 놀라웠다. 그 순간에 있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법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수십개가 넘는 비침을 모두 막아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헛....!”
그녀의 팔뚝에 비침이 파고들자 그녀는 따가움과 함께 화끈한 느낌에 나직한 비명을 질렀다. 허나 다행스러운 것은 흑영이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비침을 쏘아냄과 동시에 창문을 타고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비침의 장치는 흑영의 구명암기이자 아마 몸을 빼내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았다.
서가화는 밖으로 나와 상대를 찾는 순간에 들린 송하령의 비명으로 정원 숲으로 사라지는 두명의 흑영을 쫒을 수 없었다.
“이런 괘씸한...”
그녀는 졸지에 당한 기습에 당황했고, 상대가 도망가는데도 쫒아가지 못함을 분하게 생각했는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 빠르게 방안으로 뛰어 들었다.
“언니....!”
송하령은 주저 앉아 있었다. 오른쪽 팔뚝을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암기에 맞은 것 같았다. 급히 폐혈(閉穴)을 해 독기가 퍼지는 것을 막은 것 같았으나 완전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어찌된 일이오?”
말과 함께 방안으로 담천의와 구양휘가 급하게 뛰어 들었다. 방안에는 누런 연기가 다 빠져나가지 않은 상태였지만 볼 수는 있을 정도였다.
“보면 몰라요!”
서가화가 뾰족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갑작스런 기습에 화풀이 할 상대도 도망갔으니 고운 말이 나올 리 없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들어오는 세 사람을 보고는 서가화는 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미타불....”
바로 팽악, 그리고 혜각대사와 현학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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