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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자료사진)
이정우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참여정부는 성장을 대단히 중시하지만 분배도 무시해서는 안되고 성장과 분배는 얼마든지 같이 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40년간 성장지상주의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다 보니, 분배에도 좀 신경을 써야하지 않느냐 정도의 온건한 입장조차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모양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사상적 스펙트럼이 우파로 기울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정우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의 인식은 확고했다. 그는 성장과 분배는 같이 가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 위원장은 26일 국회 내 연구단체인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대표의원 정덕구. 이하 시사포럼)이 주최하는 네번째 심포지움의 발제문에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성장주의 아니면 분배주의라는 이분법이 횡행하고 있으나 최근의 연구 결과는 성장과 분배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동행하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1990년대 이후 실시된 다양한 실증분석 결과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증가할수록 경제성장률은 감소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성장과 분배가 상충관계에 있다는 전통적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며 구체적인 실증연구 사례들을 제시했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경제성장률 떨어져

먼저 퍼슨과 타벨리니가 56개국의 자료를 실증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상위 20% 계층이 차지하는 소득비중을 7% 늘리면 각 나라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재분배 정책이 오히려 경제 성장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촉진한다는 연구 사례도 제시됐다. 페르난데즈와 로저슨이 1998년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계층간 학자금 이용 가능성을 완전히 평등하게 할 경우 장기균형 GDP 수준이 3.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 위원장은 "이러한 연구결과들로 인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불평등이 심한 경제일수록 성장률이 낮다는 것, 재분배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선진국들 1만달러 시대에 도입했던 복지 수준도 안돼"

그는 이어 우리 사회의 취약한 사회안전망과 심화되는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IMF 이후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GDP 대비 사회보장 지출은 유럽의 3분의 1, 미국·일본의 절반에 불과하는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 비해 너무 낮다"며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사회보장비 지출 수준을 어느 정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3만달러 수분의 복지를 하려한다는 사회 일각의 공격에 대해서 그는 "우리나라 복지지출 수준은 수십년간 바닥을 헤매고 있다가 국민의 정부 때 괄목할만한 증가가 있어서 겨우 체면을 유지하는 정도"라며 "그럼에도 다른 나라들이 국민 소득 1만달러 시대에 도입했던 복지 수준에 여전히 미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회 양극화 현상에 대한 대안도 제시됐다. 이 위위원장은 "소득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자산의 불평등도 주목해야한다"며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의 불평등의 심화는 자산이 소득을 낳으므로 다시 소득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산의 불평등 심화를 완화하기 위해 부동산 보유세 인상, 우리사주제도 활성화, 교육제도 개편 등을 대안으로 들었다. 이 위원장은 먼저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율은 평균 0.12%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선진국의 보유세율이 평균 1% 내외라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낮다"며 "참여정부 임기 말까지 보유세는 두 배 수준으로 올리고 거래세는 인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사주제도 활성화 정책과 관련해 "종업원의 자사주 보유에 따른 기대효과는 자산 분배 개선 외에도 주식시장 활성화와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지 등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노사관계 개선, 고용 안정 등 노동시장에 미치는 효과도 다양하다"며 "미국의 경우에도 70년대 확대되어가는 빈부격차가 자본주의 발전에 장애가 됨을 인식하고 그 대안으로 제도도입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럽을 비롯해 세계의 많은 나라는 정부가 나서서 기업 인수시 종업원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부여하거나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도 우리사주제도가 노사화합의 도구가 될 수 있게 설계하고 종업원의 기업인수를 지원할 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학, '적당한' 학생뽑아 '최고' 인재 기르는 본연의 역할해야"

이 위원장은 또 일부 대학들의 고교등급제 적용에 대해서 사회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불공평하고 비교육적인 처사라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한국만큼 대학입시에서 변별력이 높은 나라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점수 한점이라도 높은 학생을 뽑는다는 변별력에 대한 과잉 집착은 공교육을 파행으로 몰아가고 망국적 과외열풍을 일으킨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린 시골학생은 도시의 학생보다 수능 성적은 좀 떨어질지 모르나 그 잠재력은 결코 못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대학은 '적당한' 학생을 뽑아서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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