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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두 얼굴> 저자 김태훈 씨(은행연합회 직원).
<이순신의 두 얼굴> 저자 김태훈 씨(은행연합회 직원). ⓒ 권우성
최근 이순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저술과 드라마가 이순신에 대한 폄훼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KBS의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은 드라마의 극적 흥미를 위해 허구를 설정함으로써 적잖은 지적과 비판을 받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점점 고조되고 있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건전한 논쟁을 위해 최근 '이순신의 두 얼굴'을 저술한 김태훈씨를 만났다. 그는 은행연합회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영문학 전공자다.

‘신격화’돼 있는 이순신을 보면서 “그도 인간인데 실수나 잘못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을까‘라는 호기심에 연구를 시작했다는 김태훈씨. 결국 그는 ”동료 장군과의 불화에 불편함과 고통을 느끼고, 그것을 드러내고 때로는 실수도 저지르는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봤다“고 한다.

<이순신의 두 얼굴>은 3년의 연구와 저술을 통해 당시 조선 조정·백성·일본에서 바라본 이순신의 모습을 분석함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이순신'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물론 저자의 책 또한 논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 또한 <오마이뉴스> 서평에 소개된 이 책에 많은 네티즌들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최근의 ‘이순신 논쟁’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원균을 재해석하고 있는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불만을 품고 “분신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전문적 수준의 책을 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까. 서울 마포구의 한 술집에서 지난 24일 오후 6시쯤 시작된 인터뷰는 다음 날 새벽 2시 불닭집에서 닭발을 뜯으며 소주를 마시는 것으로 끝났다.

김태훈씨
김태훈씨 ⓒ 권우성
"그도 인간인데 실수나 잘못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단 말인가"

- 이순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 책의 대략적인 내용 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저는 역사학자가 아니고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이순신에 대해 다룬 책을 구하러 서점에 갔다가 무척 놀라고 실망했습니다.

제가 찾은 것은 '있는 그대로의 이순신'에 관한 자료였는데, 보이는 것은 이순신을 추앙하고 거의 신격화하는 위인전 수준의 책들이 태반이었습니다. 그 책들 속에서 이순신은 범접할 수 없는 성웅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이순신은 위대한 영웅이고 그가 세운 공적을 궤변을 이용해서 억지로 폄하할 마음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순신을 한 가지 시각만으로 바라보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그리고 그 시각으로 바라본 사실이 정말 사실일까요? 만약 그게 문제가 있다면 교정하는 것도 후손된 도리가 아닐까요? 이런 의구심은 곧 이순신과 관련된 고서를 읽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고서들 속에서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기에는 진짜 이순신이 있었습니다. 동료 장군과의 불화에 불편함과 고통을 느껴 그것을 심정적으로 표현하고 때로는 실수도 저지르는 인간 이순신 말입니다. 내친 김에 저는 더 많은 고서를 읽고 점점 더 깊숙이 이순신을 찾았습니다.

나중에는 조정이 본 이순신, 민초가 본 이순신, 일본이 본 이순신 등 다양한 각도에서 그를 살펴보는 것까지 시도했습니다. 스스로를 단련시키며 '평범'에서 '비범'으로 나아간 진정한 영웅, 인간 이순신의 진면목을 찾아냈습니다. '이순신의 두 얼굴'에서 만나는 이순신은 이미지가 아니라 최소한 '고서'에 기반을 둔 이순신입니다.“

- 전문가보다 몇 갑절 이상의 노력과 비용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집필에 필요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어디에서 어떻게 수집했습니까?
“큰 비용은 들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책은 주머니를 털어 구입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읽어 내려갔습니다. 또 국회도서관도 이용했고요. 그 과정에서 전문가보다 역사사료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결정적인 장애는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초기 열정의 지속과 객관적인 시각의 유지였습니다.

그 밖에는 글 쓰는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술자리를 삼가고 수면시간도 많이 줄이는 정도습니다.“

"집필까지 3년…출판 거절 많이 당해

- 자료수집, 연구에서 집필을 마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이순신에 대해 흥미를 느껴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전쟁 전체로 확대되었다가 제 나름대로 정리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을 적어 내려갔지요. 그것이 집필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는데 대략 3년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 출판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집필보다 더 어려운 난관이 바로 출판이었지요. 일반 직장인이 역사서, 그것도 이순신에 대해 쓴 글을 출판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더군요. 집에서는 큰 소리를 쳤지만 계속 거절을 당하니 참담함만 쌓여갔고요.

그러다 한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국은행연합회라고 답변하니 반응이 없더군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전공이 뭐냐고 하기에 영문학과 나왔다고 했더니 역시 침묵이 흐르더군요. 당황한 기색이 확연했습니다. 나중에 그 분과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저의 원고를 보고 제가 정신문화연구원이나 규장각과 같은 곳에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인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일반 회사원이고 더구나 역사전공자도 아니라고 했으니…. 어쨌든 그분의 도움으로 창해출판사와 연결되어 최종적으로 제 책이 나오게 되었으니 인연은 참으로 묘하더군요.“

- 한문 실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한문 실력은 형편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학자들의 연구성과 때문입니다. 난중일기, 징비록, 임진장초는 물론이고 이충무공전서, 선조실록, 선조수정실록 등도 모두 국문으로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집필과정에서 가끔 번역의 의미가 선명하지 않은 대목이나 반드시 한문 원문을 살펴보아야 하는 대목을 만나면 이 짧은 한문 실력으로 끙끙거리며 고생을 했지요.”

"한문 잘 못해…책 낸 뒤 가족이 현충사에 가 절 올려“

- 혹시 책을 저술하고 현충사나 이순신 혹은 조일전쟁 관련 사적지를 개인적으로 방문한 적 있습니까?
“초고를 완성하고 아내와 애 둘과 함께 현충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순신의 묘지에서는 온 가족이 큰절을 올렸습니다. 행주산성도 집에서 가까워 가끔 가는데 당시 전쟁에 대한 기록이 사실과 다른 점이 있어 눈에 거슬리더군요. 여러 사람이 찾는 사적지는 역사적 사실의 기록에 더욱 엄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자료로 삼은 고서들을 또 역사적 진실성과 정확성으로 등급을 매겨야 하지 않나요?
“음…, 그건 연구할 때부터 고민을 했습니다. 명백한 팩트(fact)라고 인정되던 것도 사실은 팩트가 아닐 수 있잖아요? '난중일기'도 후대 사람들에 의해 다소 가감이 있었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조선 사회처럼 당쟁이 격렬하던 사회에서 당연히 역사 서술 주체나 시대 상황은 중요한 변수 요인이죠. 그래서 저는 모든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주제로 국한하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원균맹장론‘ 어색한 면 있다“

- 원균 맹장론, 영남의 역사인식, 과장된 평가 등 원균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원균을 어떻게 보십니까?
“우선 이순신에게 집중해 봅시다, 흔히 이순신은 맹장이라기보다는 지장 또는 덕장으로 알려져 있죠? 저에게 이순신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전투의 중요고비에서 최전선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명량해전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고작 13척으로 130여 척의 적선과 싸운 전투였지요. 모두가 두려워 나가지 못할 때 함선 한 척이 달랑 나와서 130여 척과 맞섰어요. 오히려 맹장으로 치면 이순신이 더 맹장이죠. 그는 누구보다도 더 냉철했고 그러면서도 앞장섰지요. 제가 이순신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선조실록과 같은 기록에 의하면 적어도 그 당시의 선조와 조정대신의 상당수는 원균의 용맹성은 인정한 듯합니다. 원균 맹장론의 기원도 사실 거기서 나오는 것일 거구요. 하지만 군사를 돌보지 않아 민심을 잃었다는 기록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전투에서 앞장은 서되 군사들이 따르지 않는 장군, 그런 모습을 '진정한 맹장'으로 보기에는 다소 어색한 면이 있지요.

결국 우리가 두 사람을 평가할 때, 맹장 대 지장, 누구에 대한 폄훼 이런 차원의 논의보다는 전쟁이라는 큰 틀에서 각 인물들이 취했던 행동과 사고를 객관적으로 보고 보다 발전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이뤄나가는 것, 그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시각만이 아닌 다각도로 접근해야 합니다.“

김태훈씨
김태훈씨 ⓒ 권우성
- 본인이 생각하는 '이순신의 두 얼굴'의 한계는 무엇입니까?
“우선 자료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조·일 전쟁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황이나 추측, 가설을 동원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또 의미 없는 논의가 튀어나올 수 있어요.

제가 쓴 책도 자료로만 채워진 게 아닙니다. 나름대로의 가설과 추측이 포함되었어요. 독자들도 어떤 한 권의 책만으로 '사실이다, 아니다',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지 마시고, 하나의 사실만 가지고 결과를 평가하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순신에 대해 말할 때도, 우리는 대부분 이미지로 그 논의를 출발하거든요. 그러면 그것은 논의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건 역사 전체에 해당되는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소설일 뿐“

- 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 읽어본 이순신 관련 소설이나 평전, 전기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평전이나 전기는 앞서 말한 대로 대부분 한 가지 시각, 즉 이순신의 영웅적인 측면에만 집중합니다. 물론 위대한 영웅을 위대한 영웅으로 묘사한 게 뭐가 잘못이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잖아요.

한 사람만 영웅이 될 때, 나머지는 들러리로 서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역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바라보는 게 아니죠. 너무 한 사람의 '영웅됨'에만 집중한 책만 출간되면 그 사람의 이미지만 계속 증폭시켜 나가는 결과를 초래하거든요.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 사실이나 역사는 아닙니다. 이순신과 관련된 책들의 문제점이 바로 그겁니다. 그리고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이나 김 훈의 '칼의 노래'도 읽었습니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죠. 그게 다입니다.“

- 최근 이순신을 조명한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의 역사 왜곡 논쟁이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극적 흥미와 관심을 위해 없는 사실을 넣거나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건 다양한 시각을 담는 게 아니라 잘못된 이미지나 인식을 사실로 전달할 위험이 있거든요. 제가 계속 지적하듯 이순신을 이미지로만 전달하는 데 일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순신은 각별한 인물 아닙니까.

한편으로 다른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순신에게 접근하기 위한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난중일기'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저의 주위에서 그 책을 읽은 분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존경하는 위인의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이순신인데 말이지요. 드라마에서 흥분하는 것보다는 '난중일기'와 같은 책을 통해 차분히 이순신에게로 직진하는 자세, 그것이 진정으로 이순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길이 아닐까요?“

"광화문 이순신 동산의 갑옷·칼 엉터리 밝힌 것도 아마추어“

김태훈씨
김태훈씨 ⓒ 권우성
- 역사학자가 아닌 사람의 역사서 저술에 의심하는 경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마추어의 열정과 관심이 때로는 더 큰 성과물을 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가 모든 일을 능숙하고 올바르게 처리한다면 왜 정치 전문가들인 정치인들이 정치를 저렇게 못하겠습니까?

또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역사적 사실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측면도 있습니다. 또 논쟁을 통해 더 좋은 저술이 나올 수도 있고요. 그리고 또 다른 아마추어들의 열정과 관심이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저작물을 양산할 수 있는 사례로서도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갑옷과 칼이 엉터리라고 하더군요. 갑옷은 중국식, 칼은 일본도라고 하는데…. 이걸 밝혀낸 책의 저자도 저와 같은 아마추어 아닙니까.“
(공인회계사인 민승기씨는 최근 펴낸 ‘조선의 무기와 갑옷’에서 광화문 이순신 장군상의 칼이 일본도이며, 갑옷도 중국식 피박형 갑옷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 김태훈씨가 본 '역사'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역사를 보는 시각은 냉철해야죠. 그리고 그 시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게 중요한데요, 그랬을 때 기존에 알고 믿었던 사실과는 다른 무언가에 충격을 받습니다. 그 충격은 이미지로만 받아들이던 모호성을 넘어 사실관계의 규명에 더 냉철한 자세를 견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 이순신과 관련된 또 다른 저작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요?
“아들이 둘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아빠로서 좀 뿌듯한 느낌이 있지만, 휴…, 책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 책을 낼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면 간단하게 한 말씀 해주세요.
“네,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자가 아니라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쓴 역사서라면 독자 입장에서 아무래도 신뢰하기 어려울 겁니다. 저의 고민도 그 점에 있었고요.

그래서 택한 저술방식이 역사적 사료의 직접적인 인용입니다. 그래서 제 책을 보시는 분은 그러한 사료를 개략적으로나마 덤으로 읽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은…, 제 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신 것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부족한 저자'라는 사실을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기에 그러한 의견은 가슴 속 깊이 새기겠습니다.“

칼의 노래

김훈 지음, 문학동네(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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