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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제 저도 좀 자야겠습니다. 도무지 뭐 흥도 안 나고…."

11월 3일 저녁 8시. 지구 반대편에서 전화기를 타고 지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시 재선이 거의 확정된 상황이었다. 그쪽 시간으로 3일 새벽 6시니까 꼴딱 밤을 새운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의 김명곤(50)씨. 전 세계의 주목을 받던 미 대선 당일,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생생한 대선뉴스를 실시간으로 송고해온 시민기자다.

미 대선 개표가 시작되던 3일, 김씨는 미 대선 주요승부처 중 하나인 플로리다에서 실시간으로 주요접전지 개표상황을 타전해왔다.

"빅3 중 플로리다·오하이오-부시,
펜실베이니아-케리 우세"
"케리 플로리다 패색…
오하이오 놓치면 낙선 가능성"
"케리, 오하이오서 사활 건 맹추격"
"오하이오 잡은 부시, 재선 유력"
"케리, 오하이오 역전 가능할까"
"안보불안감이 부시 승리의 원인"


김씨가 미 대선 기사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오마이뉴스 미 대선특별취재팀에 합류하면서부터다. 김씨는 그때부터 40여개의 굵직굵직한 대선뉴스를 쏟아냈다.

그중 '판세분석' 기사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는데 이유는 구체적 데이터를 토대로 한 판세읽기와 근거 있는 대선향방 예측 덕이었다. 대선을 20여일 앞둔 10월 12일, 김씨는 오하이오가 이번 대선 당락을 가늠하는 주가 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측하기도 했다. 또 케리의 '오하이오 패배 불복'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김씨가 가장 먼저 보도했다.

"오하이오는 아무래도 이번 대선에서 최대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만약 플로리다가 부시 쪽으로 넘어가고 펜실베이니아가 케리 쪽으로 기운다면, 오하이오가 이번 대선의 당락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10월 12일 기사 '오하이오를 잡으면 백악관 티켓 얻는다' 중

때마침 대선을 앞두고 플로리다에 불어닥친 몇차례의 허리케인도 김씨의 기사를 통해 생생하게 국내에 알려졌다. 대선일이 가까워지자 TV, 라디오 매체로부터 "김명곤씨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문의가 줄을 이을 정도였다.

'승부처 오하이오' 일찌감치 예견한 베테랑

16년 전, 30대 초반이었던 김명곤씨는 저널리스트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향했다. 미시간주립대 신방과를 졸업한 뒤 다시 플로리다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런 그가 학업을 마치고 고국으로 향하려 했을 때, 한국은 한참 IMF의 늪에 빠져있었다.

"저는 천성적으로 미국체질은 아닌데,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봤자 보따리 장사 하는 건데 그걸로 서바이벌 하기는 힘들겠더라구요."

결국 그는 미국에 남아 '의미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공부하면서 가끔식 글을 송고하곤 했던 한인신문 <코리아 위클리 플로리다>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김씨는 이 신문을 통해 이민자들이 타문화권 속에서 민족적 정체성을 확보하고, 변두리인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역량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렇게 신문사에 뛰어든지도 어느덧 8년이 지나 지금 그는 편집장이다. 미국체류기간도 16년에 이르렀다. 미국시민이 되기 싫어 H1(전문직종) 비자로 버텨왔다. '부시의 꼬붕이 되기 싫다'는 게 그가 시민권을 거부하는 이유다.

"언제부터인가 교민들 사이에서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라는 말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처음엔 오연호 대표의 이름을 따서 오마이뉴스라는 이름을 지었나보다 했죠(웃음). 저와 컨셉트가 맞는 것 같아서 글을 올리기 시작했던 게 여기까지 왔네요."

2003년 1월 시민기자로 가입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1년이 지난 올해 초부터다. 오랜 기간 미국에 체류하다보니 '일기 또는 편지 쓰듯' 쓰여지는 미국언론의 기사쓰기 방식에 익숙해져버려 글 쓰는 데 고생도 많이 했다고 한다. 이제는 오마이뉴스의 쌍방향식 커뮤니케이션 매력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고.

플로리다 허리케인 때부터 취재 때문에 밤샘 작업을 밥 먹듯 했다는 김씨. 50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는 열정적이다. 그 열정이 살아있는 한 '플로리다 발 김명곤 뉴스'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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