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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 컷팅을 하는 장정란 대표와 후견인들
테이프 컷팅을 하는 장정란 대표와 후견인들 ⓒ 송영한
그 잔치는 '일하는 기쁨 함께하는 공동체'라는 슬로건으로 빈민들의 가난 탈출을 돕는 '경기구리자활후견기관(관장: 정석구)'의 다섯 번째 공동체인 '맛들유통(식자재 제조& 유통)'이 사회에 힘찬 첫발을 내딛는 개업식이었다.

이날 잔치에는 구리시 유관 기관장들과 사회복지업무에 종사하는 관계자들 그리고 공동체와 자활사업단 동료들, 축하 사물놀이패, 노래패 등 100여 명이 참석하여 이들의 출발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었다.
사물놀이패의 신명나는 열림굿판에 이어 정석구 관장(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장)이 개업선언을 했다.

특히 개업식을 진행하던 구리자활 이정희 실장이 그동안 '맛들유통'이 탄생하기까지 이들을 도와준 내빈들을 소개하는 시간에는 끝내 목이 매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맛들유통 공동체' 구성원들
'맛들유통 공동체' 구성원들 ⓒ 송영한
개업식은 노래패의 '넌 할 수 있어'의 축가와 '맛들유통'이 개업하기까지의 영상물 관람 그리고 이들이 직접 만든 '허브 돈까스'와 스파게티 등 갖은 음식을 시식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맛들유통'의 구성원은 대표 강정란(47세)씨를 비롯하여 김준기(46세) 백미자(43세) 유경자(40세) 권영미(40세)씨 등 모두 억척스런 40대 주부들로 2년 동안의 피나는 수련을 거쳐 오늘의 영광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동안 그들이 걸어온 길은 험한 가시밭 길 그 자체였다.

가난은 천형(天刑)이 아니다

2년동안 지나온 인고의 세월을 영상으로 돌아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2년동안 지나온 인고의 세월을 영상으로 돌아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 송영한
2002년 3월 11일 이들은 오직 가난을 탈출하기 위한 일념으로 경기구리자활후견기관의 두드렸다. 경기구리자활후견기관은 이들에게 업그레이드형 자활근로사업 '맛들도시락' 외식 사업단을 권유, 그동안 가족의 밥상을 차리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근로사업을 하며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한 돈을 적립해 왔다.

그들이 2년 동안 적립한 돈은 2천만 원 정도.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한 가게 보증금에도 못 미치는 돈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처럼 이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빈곤소외계층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사회연대은행(이사장 김성수)'이 이들의 의지와 노력을 인정, 선뜻 5천만 원을 대출해 준 것이다. 이에 용기를 얻은 이들은 농수산물시장관리공사(사장 이봉하)의 도움으로 60여 평의 가게를 내고, 동료 공동체인 세움건설의 도움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그리고 냉장고 주방집기 등을 구입, 꿈에도 그리던 공동체를 이루어낸 것이다.

먹음직스럽게 진열된 시식용 음식들
먹음직스럽게 진열된 시식용 음식들 ⓒ 송영한
장정란 '맛들유통' 대표는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습니다. 생각만큼 돈이 모아지지 앟을 때는 당장이라도 때려치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를 도와주는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되겠다고 마음 먹고 이 악물고 준비했지요."

이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다섯 명이 모이다 보니 때로는 서로 마음이 안 맞아 남몰래 속을 태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서로 눈빛만 보아도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라고 농익은 동료애를 자랑한다.

몇 배의 희망을 나누어 줄 겁니다

"저희가 2003년까지 하던 도시락 사업을 마무리하고 후견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천연 허브향이 첨가된 퓨전 돈가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기술 전수를 받아 노력한 끝에 맛과 솜씨를 인정받았는데 이제는 '허브수'라는 프랜차이즈 회사에 정식으로 납품을 하게 되어 가슴이 뿌듯합니다."

"저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공동체를 잘 운영하여 예전의 우리처럼 가난에 찌들어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나누어 주는 일입니다."

"선생님들은 앞으로 우리 공동체에 10명 정도 더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시는데 제 욕심은 한 100명 정도 식구들을 늘여 가난이 결코 극복하지 못할 만큼 두렵거나 무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날 장정란 대표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가난을 박물관에 전시하는 날이 왔으면

깨끗한 주방에서 정갈한 음식이 나오죠-'맛들유통' 주방전경
깨끗한 주방에서 정갈한 음식이 나오죠-'맛들유통' 주방전경 ⓒ 송영한
이들의 오늘이 있기까지 후견자로 묵묵히 뒷바라지 해온 구리자활후견기관 이정희 실장은 "가난극복을 위해서는 경색된 제도도 문제지만, 가난을 탈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빈민들의 의욕 상실도 문제다. 때문에 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의욕을 상실한 그들에게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또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중 조건부 수급자를 대상으로 18세에서 64세까지 일거리를 제공하는데, 구리에만 그 수가 170여 명쯤 됩니다. 이 중 조건부 수급자 40명 차상위자 30명 등이 '엄마자리공동체(산후조리, 육아)' '클린서비스 淸(청소대행)' '세움건축(건축, 인테리어)' '구리한지랑(한지공예)' '맛들유통(식자재 제조)' 등 5개 공동체와 각종 자활사업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더 늘여 갈 것입니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이 땅에 가난이 박물관에 전시되는 시대가 왔으면 합니다"라는 어느 내빈의 축사 한 구절이 내내 귓전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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