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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대학신문> 11월 8일자 11면에 실린 총동창회 광고.
ⓒ 신미희

제호도 없이 지면의 절반쯤 빠진 서울대 <대학신문>은 어떻게 나왔을까.

대학생 기자들을 주축으로 만드는 신문이지만 <대학신문>은 엄연한 서울대 부설기관이다. 발행인은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고, 주간은 부교수 이상 중에서 발행인이 임명한다. 현재 정기자 27명, 수습기자 11명 등 38명의 학생기자가 활동 중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서울대 동창회 광고 게재에서 비롯됐다. 지난 9월 '동창회 소식'이란 제목으로 시작된 동창회 광고는 최근 총동창회 소식을 기사체로 소개하면서 주요 행사나 공모 등을 곁들이고 있다. 이른바 '기사체 광고' 형식인 셈이다.

5단 전체크기로 제작돼 지금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실렸다. 지난 8일자로 발행된 지령 1642호의 경우 11면에 동창회 광고가 게재됐다. 이날 광고는 「새 회관 명칭 '장학빌딩'으로 결정」이라는 제목의 기사체 형식으로 최근 총동창회 회관건립위원회 동정을 다뤘다.

동창회 광고에는 "'동창회 소식'은 서울대학교 총동창회가 제작한 것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를 달고 있다. 이 광고에는 서울대 총동창회 장학빌딩 조감도 및 입면계획 현상공모가 함께 실렸다.

애초 15일자에는 총동창회 홈커밍데이 겸 등산대회를 주제로 한 광고 「"서울대인의 기상만끽" 홈커밍데이 겸 등산대회 대성황」이 실릴 예정이었다. 또 개교 58주년 기념식을 다룬 「"기초교육 강화에 더욱 힘을 쏟겠다"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에 김윤범·박영주 동문」이라는 광고도 함께 준비돼 있었다.

대학신문 학생기자단은 "주간교수님이 지난 9월 일방적으로 동창회 광고를 매주 싣겠다고 통보했다"며 "동창회 소식지에나 실릴 내용을 광고인 양 무료로 계속 싣겠다는 것은 편집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창회 소식을 전하는 자체는 필요하나 기사인지 광고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내용을 기한없이 싣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학생기자단 입장이다.

더욱이 주간교수인 이창복(지구과학과) 교수는 지난 6월 동창회보 논설위원으로 위촉돼 활동 중이다. 이 교수는 2003년부터 임기 2년의 신문사 주간을 맡아 내년 2월 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15일자에 실릴 예정이었던 광고문안

다음은 총동창회가 서울대 <대학신문> 11월 15일자 게재용으로 마련한 광고 문안이다.... 편집자 주

<동창회 소식>

"서울大人의 기상 만끽" 홈커밍데이 겸 등산대회 대성황

총동창회(회장 林光洙·52년 工大卒)는 지난 10월 17일 5천여 명의 동문과 그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제26회 홈커밍데이 겸 서울대 가족 친목 등산대회를 개최했다.

오전 9시부터 모교 관악캠퍼스 대운동장에서 접수를 마친 동문 가족들은 趙英男(64년 音大入)동문 CD 등을 기념품으로 받고 모교 재학생들의 인솔로 등반을 시작, 안양 농업생명과학대학 수목원에 도착해 푸짐하게 준비된 점심을 들었다.

총동창회 許 瑄(68년 文理大卒)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념행사에서 林光洙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언제 찾아와도 변함 없이 우리를 반겨주는 산을 오른다는 것은 평생 좋은 친구 하나를 얻는 것과 같다"며 "지치고 힘들 때 잠시 시간을 내어 구불구불한 산길과 계곡, 그 사이로 자라는 풀과 꽃을 감상하다보면 흐르는 땀방울을 통해 얼굴도 맑아지고, 마음도 맑아진다"고 말했다.

또 "붉고 곱게 물들어진 관악산의 나무들을 보면서 모교에서 배출한 수많은 인재들이 사회 곳곳에서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희망을 안겨주는 서울대 동문으로서의 보람과 기상을 한껏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모교 鄭雲燦(70년 商大卒)총장은 축사에서 "모교를 사랑하는 동문들의 고견을 늘 경청하고, 모교가 가야할 방향과 목적지를 향해 함께 걸어가겠다"면서 "오늘 이 산행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간의 간난과 고초를 잠시 나마 잊어 대자연의 섭리에 다가가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총동창회 孫一根(51년 法大入)상임부회장이 경과보고를 통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협찬금품 출연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林光洙회장이 모교 농생대 李宇新(82년 農大卒·산림과학부 교수)수목원장에게 나무이름패 제작지원비로 금일봉을 전달했으며, 금연전도사로 알려진 국립암센터 朴在甲(73년 醫大卒)원장이 1백세 장수를 위한 금연 강좌를 펼쳤다.

蔡賢九(82년 師大卒)동문의 사회로 시작된 친목과 단합의 시간에 모교 재즈 동아리 '재즈 자이브'의 연주와 댄스스포츠 동아리 '피에스타'의 살사댄스 공연이 이어졌다. 특히 '대장금'의 메인 테마곡인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를 독특한 창법으로 부른 가수 이 안(04년 音大卒)동문이 특별 출연해 많은 동문 가족들로부터 사진세례를 받았다.

이날 경품추첨에서 총동창회 林光洙회장이 협찬한 소형 승용차(대우 마티즈Ⅱ)는 모교 관리과 기능직 공무원인 朴七功씨, 대림산업 李埈鎔(60년 商大卒)회장이 협찬한 스쿠터는 모교 총장비서실 행정주사 金連洙씨에게 돌아갔다.

또 대한항공 沈利澤(63년 工大卒)부회장이 협찬한 국내 왕복항공권은 車萬會(61년 齒大卒)·金振球(67년 獸醫大卒)·李景植(69년 師大卒)·高光卨(78년 音大卒)동문, 금호아시아나 朴晟容(50년 文理大入)명예회장이 협찬한 국내 왕복항공권은 金元福(87년 社會大卒)·房基範(88년 工大卒)동문이 차지했다. 한편 롯데관광 金基炳(67년 行大院卒)회장이 협찬한 동남아 여행권은 朴明河(85년 師大卒)동문의 처남인 宣銀千씨가 당첨됐다.

사진설명 :
1. 농업생명과학대학 수목원 잔디밭에서 열린 제26회 홈커밍데이 겸 서울대 가족 친목 등산대회
2. 朴七功(右)씨가 승용차 경품에 당첨된 행운아
3. 가수 이 안 동문이 특별출연
4. '아내 오래 업고 버티기' 게임에 출전해 즐거워하고 있는 동문 부부들

개교 58주년 기념식 "기초교육 강화에 더욱 힘을 쏟겠다"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에 金允範·朴英珠동문


모교 개교 58주년 기념식이 지난 10월 14일 관악캠퍼스 문화관 중강당에서 총동창회 林光洙회장, 孫一根상임부회장, 李吉女부회장, 모교 權彛赫·趙完圭·李賢宰 전임총장, 鄭雲燦총장, 李鎬仁부총장 등을 비롯해 교직원, 재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중앙도서관 李重堯사서사무관 등 33명이 30년 근속, 기획담당관실 金起徹교육행정주사 등 95명이 20년 근속 표창을 받았다. 또 관악봉사상 학생부문은 이기혁(의학과 3년)·김명섭(교육학과 3년)군, 후원자부문은 창연교육장학재단 金甲現(49년 法大入)이사장이 수상했다.

이어 제14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에 美시카고대 의대 미생물학 및 면역학 金允範(58년 醫大卒)교수와 이건산업 朴英珠(63년 商大卒)회장을 선정, 증서와 기념패를 전달했다.

鄭雲燦 총장은 기념사를 통해 "서울대의 비약적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과 연구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하고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교육과 연구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선 덩치를 줄일 수밖에 없기에 신입생 정원을 대폭 줄이는 결정을 한 바 있으며 앞으로 내실을 다지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총동창회 林光洙 회장은 축사에서 "한동안 '서울대 폐교론'이 유포돼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안타깝게 한 바 있다"고 말하고 "서울대인들이 누려온 우월적 지위를 좀더 나누고 베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실천하고 국가 발전에 더욱더 공헌한다면 자연히 일부 왜곡된 시각이 사라지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金允範 교수는 "머나먼 미국 땅에서 언제나 모교의 사랑에 보답할 기회를 찾던 중 무균돼지를 기증할 수 있게 되어 기뻤는데 이렇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에 선정해주시니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朴英珠 회장은 수상소감에서 "격변의 시기를 거쳐 모교가 세계 속의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온 많은 서울대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우리 사회에 흐르는 냉소주의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회로 이끌어갈 인재 양성에 힘쓰자"고 전했다.

사진설명 :
5. 자랑스러운 서울대인과 함께 (좌로부터 총동창회 孫一根 상임부회장, 이건산업 朴英珠 회장 내외, 총동창회 林光洙 회장, 美시카고대 金允範 교수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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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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