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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 찬반 논란이 사회개혁의 핵심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쪽에서는 국가보안법 7조를 들어 북한 관련 해외 인터넷사이트 31개를 차단하고 나서 사회적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박종훈 팀장은 경찰청으로부터 북한관련 인터넷사이트 차단 요청을 받을 당시 국가보안법 7조 위반이라는 법 조항을 적시한 문서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종훈 팀장은 차단 사이트가 몇 개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으며, 16일 정보통신부 정대순 사무관은 11월 12일자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차단된 북한관련 인터넷사이트가 모두 31개라고 밝혔다.

그러나 확인 결과 지난 8월 경찰청이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에게 제출한 '해외개설 북한 관련 사이트' 리스트 40개 중 23개 사이트가 현재 인터넷 서비스제공업체(ISP)인 '하나로텔레콤'과 '한국통신(KT)'을 통해 접속되지 않고 있다.

40개 사이트 중 8개(조선인포뱅크 사이트는 중복)는 사이트 차단 전부터 운영중단 등의 이유로 접속이 되지 않았고, 현재 접속이 가능한 사이트는 고려바둑, 평양정보센터, 조선관광 등 7개 사이트이나 차단사이트에 포함된 실리은행 같은 경우 아직 일부 통신망에서 접속이 가능한 상태다.

경찰청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북한사이트는 ㈜훈넷과 북한 장생무역총회사가 설립한 조선복권합영회사가 운영하는 조선엑스포(www.chosunexpo.com), 북한 부강제약회사가 운영하는 부강제약회사 홈페이지 등 7개 사이트다.

이번 북한관련 사이트의 차단 이유가 된 국가보안법 7조는 그간 국가보안법의 개폐 논란의 핵심이 되는 조항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이 사회 개혁의 중심에 있는 가운데 국가보안법 7조를 들어 인터넷에서까지 북한관련 사이트를 차단한 것은 개혁적 사회 분위기를 저해한다는 논란을 비켜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차단된 23개 사이트에는 조선통신, 조선신보, 민족통신 등 북한관련 언론사 사이트와 조선족이 북한 우표를 가져다 중국에서 운영하는 '조선우표', 역시 조선족이 중국에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북한 책을 판매하는 '조선출판물' 그리고 일본에서 북한 책을 판매하는 '코리아북센타' 등 기업 정보를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사이트도 포함되어 있다.

정부가 이처럼 국가보안법을 들어 북한관련 인터넷사이트 차단에 들어가자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남한 사회가 북한관련 사이트를 보고 환상을 가질 정도로 미성숙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이 같은 사이트 차단이 되레 남한사회의 성숙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현재 국가보안법의 폐지 논란이 개혁의 중심사항으로 놓여 있는데 한쪽에서는 국가보안법으로 사이트를 차단하면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peaceDMZ 전재명 대표는 "기본적으로 국가보안법은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서는 안되는 법"이라면서 "반공이라는 올가미에 우리 국민이 씌어져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대표는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며 이번 정부의 국가보안법에 의한 "북한관련 인터넷사이트의 차단이 걱정된다"고 말하고 "지금은 인터넷이 남북통일과 교류에 미칠 긍정적인 순기능에 주목해야할 때이지 국가보안법을 강조해 냉전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때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변호사 및 법학자 단체와 참여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대다수 시민단체들은 국보법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고 조항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한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국보법 7조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법 조항 때문에 끊임없이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 핵심조항이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에서도 국보법 위반사범 중 7조 위반율은 90%를 웃돌았다. 또 이 조항은 수사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의한 법 적용이 남발돼 왔던 조항이다.

국가인권위도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보법 전면 폐지 의견을 내면서 "국보법 남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는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버거울 정도이며, 국보법 2~4조(반국가단체), 7조(찬양·고무), 10조(불고지)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악법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 7조 내용*

제7조 (찬양·고무 등)

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한다.

③ 제2항에 규정된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 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날조하거나 유포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④ 제1항, 제2항 또는 제3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 수입, 복사, 소지, 운반, 반포, 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⑤ 제1항 또는 제2항 내지 제4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⑥ 제2항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북한관련 인터넷사이트의 차단은 그 동안 무수히 논의가 되어 왔던 남북간 인터넷 교류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이트 차단에서 제외된 조선엑스포나 고려바둑 등은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개설한 순수 기업정보형 인터넷사이트들이다. 그간 정부가 문제삼았던 북한 관련 사이트들은 대부분 북한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해외 소재 인터넷사이트들이었고 이번에 차단된 사이트들도 마찬가지다.

그간 북한은 인터넷을 통한 남북 교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북한이 직접 운영하지 않는 해외 북한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이 거의 대부분 차단 대상이 돼 앞으로 북한이 이 같은 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주목된다.

북한과 인터넷 사업을 하는 유일한 회사인 조선복권합영회사의 남측 투자사인 ㈜훈넷 김범훈 대표는 "남북 교류의 유일한 대화 통로이자 국가보안법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기업정보형 사이트까지 차단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남북간에는 전화도 팩스도 편지도 오가지 못한다"면서 혹 "이번 조치가 남북인터넷교류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하고 "남과 북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서로 협의하면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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