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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언씨가 운영하는 전통문화체험 학습관
남기언씨가 운영하는 전통문화체험 학습관 ⓒ 서정일
뼈와 뼈 사이의 연골이 점점 없어지는 불치의 병 강직성 척추염. 원인도 모르고 뾰족한 치료법도 없는 그야말로 난치병이다. 남기언씨(50)는 15년 전 발병한 이 불치의 병을 안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좌절이 아닌 희망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다름아닌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흙놀이 체험관 때문.

"인간이 자연을 접하지 않으면 무서운 결과를 낳습니다." 남씨가 흙놀이 체험관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체험하게끔 한 것은 자신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미래의 주인공들인 아이들에겐 절대로 이 병을 물려주지 말자는 생각에서였다.

흙놀이 체험에 열중인 여수 시전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
흙놀이 체험에 열중인 여수 시전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 ⓒ 서정일
황토염색을 직접하고 있는 아이들
황토염색을 직접하고 있는 아이들 ⓒ 서정일
순천시 별량면 우산리 303번지 흙놀이 체험관, 남씨의 정성이 구석 구석에 배어 있는 아름다운 체험관이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도 여수 시전초등학교 3학년 학생 약 200여명이 방문해 자연 속에 흠뻑 취해 있었다. "처음인데요, 너무 너무 재미있어요." 흙놀이 체험에 푹 빠진 유해인(10), 허혜옥(10) 학생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흙놀이, 전통예절다도, 천연염색, 도자기 빚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든 중간 중간에 토끼, 다람쥐, 새 등을 길러 도심 속에선 쉽게 접하지 못한 것들을 느껴 보게 했다. 얼마 전 남씨가 직접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만들었다는 무공해 콩나물 시루는 아이들의 큰 관심거리다.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자연을 접하게 하려는 남씨의 욕심 때문이며 자연 속에 인간이 있어야만 흙을 만지고 밟아야만 건강할 수 있다는 남씨의 지론 때문.

잘 꾸며 놓은 자연과 더불어 주위를 둘러 보니 옛 조상들이 쓰던 각종 농기구들 하며 이제는 점점 사라져 가는 물건들이 많다. 골동품 하는 친구가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데 아직도 그 친구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그 덕에 많은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만져 보고 직접 시현해 보면서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럴 때면 늘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는 남씨.

효성 지극한 둘째 아들 남인현군이 손수 만들었다는 흙체험관
효성 지극한 둘째 아들 남인현군이 손수 만들었다는 흙체험관 ⓒ 서정일
전통 가옥과 넓은 마당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교육관과 별도로 지어진 흙놀이 체험관은 도자기 빚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곳이 만들어진 것도 또다른 사연이 있다. 올해 갓 대학생이 된 둘째 아들 남인현군의 작품이다. 어릴 적부터 "난 의대에 진학해서 아버님의 병을 고쳐 드린다"고 벽에 써 붙이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아쉽게도 뜻한 바를 이루지는 못했다고 한다. 합격자 발표날, 삼일밤을 새면서 인현군이 지었다는 체험관. 비록 의대엔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한 일을 해 준 아들에게 감사한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자연과 아이들을 사랑해서 하늘이 제게 내려준 선물입니다"라고 말하는 남씨. 그동안 묵묵히 뒤에서 뒷바라지한 부인을 생각해서 인지 아니면 그토록 효성이 있는 아들을 생각해서인지 잠시 말을 멈춘다. 남씨는 가족은 물론, 그동안 진행되었던 병이 멈춘것에 대한 하늘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전통 체험은 아이들에게 신기함과 함께 즐거움을 준다
전통 체험은 아이들에게 신기함과 함께 즐거움을 준다 ⓒ 서정일
자연 속에서 전통속에서 즐거워하는 아이들
자연 속에서 전통속에서 즐거워하는 아이들 ⓒ 서정일
원인도 치료 방법도 모르는 불치의 병 강직성 척추염. 숱하게 많은 병원을 다니면서 고쳐 보고자 했던 그 병이 자연 속에서 자연을 사랑하고 아이들의 맑은 모습을 보면서 지내는 동안 진행이 멈췄다. 의사들조차 놀란 그의 병세 호전은 아마도 남씨가 자연과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하늘이 감동해서 내려준 자그마한 선물이 아니었겠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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