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들이 모여 삶의 보금자리 삼아 내일의 꿈을 키워 가는 곳, 영구임대아파트.
흔히 영구임대아파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정신적으로도 각박하고 가난의 흔적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주변에 영구임대아파트가 들어오는 것조차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영구임대아파트를 ‘살기 좋은 동네’, ‘공원 같은 아파트’로 만들고 또는 동과 동 사이에 꽃밭과 밭을 일구어 테마공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아름답게 꾸며 놓은 곳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아파트는 인천 갈산주공2단지아파트(회장 박승옥)와 인천 삼산주공아파트(회장 김은화).
1992년에 입주한 1170세대 규모의 갈산주공2단지는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도록 단지 내 오수정화조 인근에 생태연못을 조성하고, 상습 쓰레기 투기장소로 유명한 201동 뒤편에 가족공원과 산책로, 장미터널을 조성하여 이웃간의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단지 중앙 도로변에 물레방아가 도는 미니 연못과 체육공원을 만들어 주민들의 정서함양에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
갈산주공2단지 주민들은 아름다운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임차인대표회의와 통반장, 부녀회, 입주민들이 관리업체인 주택관리공단 직원들과 한마음으로 힘을 모았다. 특히 이 단지에는 독거노인을 비롯해 북한 이탈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어 불우이웃돕기와 북한 이탈주민 방문하기 행사 등 관리사무소(소장 고관식)가 건물의 유지관리 차원을 넘어 이웃 간의 정이 넘치는 공동체 조성의 도움방 역할을 하고 있다.
갈산주공2단지 박승옥 임차인대표회장은 관리사무소 앞에 물레방아를 만든 것에 대해 “물레방아는 현대와 과거를 이어주는 징검다리로써 우리에게 기억에 남는 물건이기에 물레방아가 도는 정겨운 마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산동 주공영구임대아파트는 1991년도에 입주한 아파트로 1,764세대가 거주하고 있는데 아파트 담장과 화단에 맨드라미, 패랭이, 쑥부쟁이, 해바라기 등 많은 꽃을 가꾸어 마치 시골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어 주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동 사이에는 40여평 규모의 밭을 만들어 도라지와 콩, 호박을 심고, 옆에 조성한 연못에는 물레방아가 돌아가며 못 안에 있는 붕어와 잉어 거북이에게 시원한 산소를 공급해 주고 있다. 지금 같은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활짝 만개해 산들바람에 춤을 추고 있다.
그러나 이곳도 작년까지는 버려진 가구와 깨진 술병, 담배꽁초 같은 온갖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나뒹굴던 곳이었다. 이런 아파트를 주민들의 노력으로 생태공원처럼 만들어 이제는 주변 유티원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아름답게 꾸며 놓은 것이다.
김은화 임차인대표회장은 “영구임대아파트라면 빈민촌이라고 생각해 모두가 꺼리는 ‘지저분한 곳’인데 그대로 방치하니까 점점 더 슬럼화 되어 주민들도 자포자기에 빠지는 것 같아 우리 스스로의 의지로 변화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이러한 주민들의 의지를 관리사무소에서 적극 지원함으로써 결실을 맺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삼산주공아파트에는 주로 모자가정, 소년소녀가장, 중증 장애인, 독거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입주자들은 아름다운 아파트를 만들어 가는 소박한 마음들이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 운동으로 승화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