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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5개 산하기관의 지난해부터 올 9월까지 법인카드 사용액 100억원 가운데 30여억원이 개인용도나 규정에 어긋나는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금액은 주로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단란주점, 룸살롱, 나이트클럽에서 사용되었으며, 산하기관 직원 개인이 영화티켓을 예매하거나 사우나를 이용하는 등 개인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국회 과기정위 강성종 열린우리당 의원은 22일 정통부 예산심사에서 이같은 무분별한 법인카드 사용실태를 지적하고, 법인카드를 업무용도 이외로 사용한 5개 산하기관에 대해 국회법에 따라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규정을 위반해 지출하거나 개인용도로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액 30억원에 대해서는 전액 환수 조치하고, 2005년 예산에서 지난해 집행된 법인카드 비용의 30%선에 달하는 금액만큼 예산을 감액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에 문제를 지적받은 정통부 산하기관은 한국정보보호진흥원,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한국전산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정보통신연구진흥원 등 5곳이다.

유흥업소에서 300~400만원 결제

정통부 산하기관 5곳이 지난 한해 동안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액은 58억원이고 올 9월까지는 42억원을 사용해 총 사용액은 100억원을 넘어섰다. 기관별 사용액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26억3600만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24억500만원, 한국전산원 19억8000만원, 한국정보문화진흥원16억1000만원, 정보통신연구진흥원 14억 순이었다.

사용 행태를 살펴보면 결제액 규모는 최소 1000원에서 최고 5900만원으로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300~400만원씩 결제했는가 하면 노래방에서도 최고 55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업무가 없는 휴일에도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사례도 빈번했다. 커피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결제하는 것은 다반사고 영화티켓을 예매하거나 사우나를 이용하는 데 법인카드가 사용되기도 했다.

또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법인카드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소액결제를 한 경우 실제로 어떤 물품을 구입했는지, 또는 사이버머니를 구입하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됐는지 구체적으로 파악조차 할 수 없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각 산하 기관별 직원 1인당 법인카드 평균 사용액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1558만6000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1126만1000원, 한국정보보호문화진흥원 1000만2000원, 한국전산원 545만8000원, 정보통신연구진흥원 370만2000원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강성종 의원은 "정통부 산하기관들이 제출한 법인신용카드 사용명세서를 보면 회계처리의 투명성을 위해 마련된 법인카드 사용지침이 요식행위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며 "이들의 법인카드 사용 행태는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어 도덕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강 의원은 또 "산하기관은 워크샵이나 회의 등의 대부분을 국내 최고급호텔에서 개최하고 있는데 장소대여부터 식사까지 풀코스로 제공하면서 행사비를 결제에 최고 5900만원을 결제한 경우도 있었다"며 "연수를 실시할 경우에도 국내 유명콘도의 최고급 사양을 마다하지 않은 귀족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통부 내부감사에서 지적받은 곳 하나도 없어

이러한 방만한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책임은 정통부에도 있다. 정통부는 매년 각 산하기관에 운영자금을 편성하고 있으면서도 예산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감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3년동안 정통부는 한국전산원,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등 3곳에 대해 종합감사를 실시했지만 법인카드 사용상의 문제점을 지적받은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강 의원은 "정통부는 감사 당시 그저 구두상으로 주의조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각 산하기관에 확인한 결과 정통부로부터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규정에 맞게 투명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구두상으로나 문서상으로 시정 또는 주의조치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답변하고 있다"며 "구두상 주의를 줬다는 것은 정통부의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통부, 예산심사 직전 물타기용 '클린카드' 대책 발표

이런 마당에 정통부는 이러한 강 의원의 지적이 나오기 바로 직전 예정에 없던 '클린카드' 대책을 내놔 비난 여론을 무마하려 했다는 빈축을 샀다.

'클린카드'란 룸살롱, 단란주점, 요정,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로 분류된 특정가맹점에서는 카드결제가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카드로, 이를 산하기관에 도입해 법인카드의 유흥업소 결제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통부가 사전에 산하기관의 방만한 법인카드 사용 실태를 알고 있었음에도 대책 마련을 미루어왔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특히 정통부는 강 의원이 이날 예산심사에서 지적할 내용을 미리 알고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음을 자인하는 꼴이 됐다.

더구나 정통부는 산하기관들의 법인카드의 방만한 사용을 막을 장치를 마련하면서 정통부가 사용하고 있는 '정부구매카드'에 대해서는 기획예산처와 협의를 해봐야한다며 아무런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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