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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를 둘러싼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이 MS의 '메신저 끼워팔기' 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데 이어, 리얼플레이어 제작사인 리얼네트웍스도 이러한 움직임에 가세했다.

이들 업체들은 "MS의 끼워팔기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며 인터넷 강국 한국에서만큼은 반드시 불공정행위 판결을 끌어내겠다며 벼르고 있다. 하지만 MS의 막강한 자본력과 시장지배력 역시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어떤 회사?

▲ 22일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도미타 타츠키 오페라소프트웨어 사업개발팀장.
ⓒ오마이뉴스 이성규

오페라소프트웨어는 95년 노르웨이에서 설립된 웹브라우저 제작업체이다. 직원수 180명의 작은 규모지만 자체 제작한 웹브라우저 '오페라'가 전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의 2% 이상을 장악할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오페라 커뮤니티, 오페라 포럼 등을 통해 매니아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개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프로그램 소스 공개 운동과 매우 유사한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전세계 800만명의 사용자 그룹을 확보했다.
이러한 가운데 북유럽(노르웨이)의 한 웹브라우저 개발업체가 "격침! MS"를 외치며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의 '체 게바라'로 불리는 오페라소프트웨어(OPERA SOFTWARE)가 그 주인공이다.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지난해 MS와 벌인 웹브라우저 전쟁에서 거함 MS를 격침시키는 쾌거를 이뤄낸 바 있다. 발단은 MS쪽이 자사 포털사이트인 MSN.COM에 타사 웹브라우저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접속을 차단했다는 의혹이 일면서부터다.

오페라소프트웨어의 웹브라우저 '오페라' 사용자들은 이같은 의혹은 사실이라며 발끈했고, MS에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보내며 거세게 반발했다. 사용자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한 오페라소프트웨어는 곧장 MS의 서버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그 결과 MS가 고의적으로 MSN 웹 포탈과 오페라 브라우저 간에 호환이 되지 않도록 조장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곧장 소송절차를 밟았다. 물론 MS는 "근거없는 루머"라며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오페라소프트웨어가 소송을 무기로 끈질기게 압박해오자 이내 MS는 오페라소프트웨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리곤 오페라소프트웨어에 1270만 달러에 이르는 합의금을 소송 취하대가로 지불했다. 직원수가 180명에 불과한 '다윗' 오페라가 직원수 5만명이 넘는 '골리앗' MS를 쓰러트린 사건이었다.

휴대폰과 인터렉티브TV(ITV)용 브라우저 시장 진출을 위해 21일 방한한 도미타 타츠키 아시안태평양 사업개발팀장은 거함을 침몰시킨 열쇠는 바로 '오페라 사용자들'이었다고 전했다. 22일 오후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오페라 사용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MS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들의 자발적 참여가 바로 승리의 키포인트였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회사가 아니라 사용자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며 발전해나가는 기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면서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쉽지만 기업이 그렇게 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사용자들과의 유기적 관계를 생명으로 하는 기업정신이 없었다면 거함 MS를 쓰러트리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MS와의 정면대결은 웬만하면 피할 것을 권고했다. 절대적인 시장지배력을 지닌 MS와의 싸움은 현실적으로 소모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MS와의 싸움은 정말 쉽지 않다. MS는 절대적이고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나. 법적으로는 정말 말도 안되는 행위라는 것을 우리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싸우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틈새시장을 공략하거나 기술개발에 진력하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했다. 오페라소프트웨어가 한국 진출을 모색하면서 데스크톱 웹브라우저 시장을 일정 정도 포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미타 팀장은 "오페라소프트웨어는 MS의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리눅스 기반 브라우저나 모바일폰이나 개인 디지털기기 브라우저 시장을 우선 공략하는 우회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도미타 타츠키 아시아태평양 사업개발팀장의 일문일답이다.

- 지난해 MS와 웹브라우저 분쟁을 벌이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MS는 IE를 제외한 웹브라우저가 자신의 MSN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해 왔다. 못 들어오도록 설정을 해놓은 것이다. 우리의 경우 기술은 5년 정도 앞서 있다고 자부하는데 MS는 이 사이트에 접속을 하면 '우리는 이 웹브라우저를 지원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도록 만들어 놨다. 마치 기술적 결함이 있는 것처럼….

MS의 이같은 조치에 분노한 모질라와 오페라 사용자들이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하지만 MS는 마치 기술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답변을 일관했다. 하지만 다음날 MS는 자체 서버의 결함으로 접속이 안되는 것이라며 기존 발언을 번복했다. 우리는 결국 서버에서 전해오는 패킷 등을 분석했고, 오페라가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MS 서버가 이상한 파일이나 정보를 보내는 것을 확인했다."

- 지금도 MS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보고 있나.
"MS는 오페라나 모질라 사용자들을 향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확인한 결과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너무 명백하게 드러나버린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오페라로 MSN 사이트를 접속했을 때 MS쪽에 이상한 코드를 보내는 방식으로 재미있는 대응을 하기도 했다. 당시 이를 확인한 넷스케이프 쪽도 우리에게 함께 소송을 걸자고 제안을 해오기도 했다."

- MS가 합의에 순순히 응하던가.
"너무 확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그렇게 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 대가로 우리는 12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았다.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었다."

- 결국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항의가 그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봐도 되나.
"사용자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바로 키포인트였다. 그리고 우리는 사용자와 피드백을 하면서 신뢰를 키워갔고 이를 통해 MS를 넘어뜨릴 수 있었다고 본다. 또한 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회사가 아니라 사용자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며 발전해 나가는 기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쉽지만 그렇게 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본다."

- 들어보면 오픈 소스 운동과 비슷한 시스템 개발 방식을 취하는 듯 한데.
"매우 비슷하다고 봐도 된다. 사용자들과 항상 대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오페라 커뮤니티나 오페라 포럼 등에서 지적된 사항을 개발진들이 수렴해 업데이트하는 그런 방식으로 오페라를 진화시켜가고 있다. 발달 과정은 오픈 소스 운동과 거의 비슷하다."

- 오페라는 결국은 MS의 인터넷익스플로어러 끼워팔기의 피해자인 셈인데 왜 소송을 걸지는 않나.
"MS와의 싸움은 정말 쉽지 않다. 워낙 절대적이고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나. 법적으로는 정말 말도 안되는 행위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싸우기가 쉽지 않다. 편법 아닌가. 그리고 소송은 우리같이 작은 회사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현재 리눅스용 웹브라우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한·중·일 공동으로 리눅스를 개발하고 있지 않나. MS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홍기리눅스 등과 같은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어도비나 매크로미디어 등과 협력해 관련 프로그램이 하나로 작동되도록 하는 전략도 펴고 있다."

- XP의 다음 버전인 '롱혼'에서 MS는 인터넷익스플로어러(IE)와 운영시스템(OS)를 사실상 통합하는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롱혼'의 출시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이전 상황과 비슷할 것 같다. 양상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기술적 진화를 통해 경쟁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의 경우 소수민족을 중시한다. MS는 돈이 되지 않으면 진출하지 않지 않나. 하지만 우리는 소수민족을 위한 언어 버전이 많다."

- MS의 끼워팔기, 그리고 독점과 싸우는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정면대결은 힘들 것 같다. 오히려 틈새시장을 치고 들어가거나 기술개발에 진력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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