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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입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23일 오전 의원단총회에서 지난 6월부터 지속해온 야4당 공조의 수위를 낮추며 완급을 조절하기로 했다. 또한 전날(22일) 한나라당이 '여당의 비정규직 법안 저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에 대한 공동대응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국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기존 야4당의 협상 테이블은 유지하며 사안별 논의는 계속하되, 그 활동을 부각시키거나 4대입법에 대한 논의로 확대하지는 않는다"고 방침을 세웠다.

이같은 결정은 4대입법 정국에 한나라당이 대여 압박수단으로 다른 야당과의 공조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고, 진보정당의 독자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각 당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국보법 폐지를 담당하고 있는 노회찬 의원은 이날 총회에서 "국보법 통과가 있는 시기에 야4당공조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며 "(국보법이 쟁점이 되는) 이 시점에서 한나라당과 같이 있는 모습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이 시점에서 한나라당과 같이 있는 모습 부적절"

4대 입법과 관련해 민주노동당은 국보법 완전폐지, 과거사 조사권한 및 대상 확대, 언론사 소유지분제한, 사립학교의 친족이사 1/5 제한 등 열린우리당보다 급진적인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4대 입법안을 놓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타협할 경우, 민주노동당은 상임위 및 본회의 반대토론, 본회의 퇴장 등을 통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나타내며 차별성을 부각할 예정이다. 또한 반대로 두 당의 갈등이 심해질 경우,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에 보다 선명한 개혁을 요구하며 "더 명확히 싸우라"고 주문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동당은 일단 열린우리당의 4대입법안을 '저지'하는데 주력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의 안이 민주노동당 입장에서는 다소 미흡하더라도 기존 법안보다 개혁적이라는 면에서 저지에 나서기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노동당이 가장 집중적으로 저지하려는 법안은 비정규직, 공무원노조 등 노동관련 법안들이다. 이날도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금배지가 아닌 '비정규법안 개악저지!' 배지를 달고, 여의도 지하철역 앞에서 '비정규직 개악안 반대' 거리 캠페인을 벌였다.

한나라당도 '18개 저지법안'에 비정규직 관련 법안, 연기금 투자 등 민주노동당이 반대하는 법안 5개를 포함시켰지만,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과 공조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저지'라는 입장만 같을 뿐 그 근거나 대안이 전혀 다른 '동상이몽'이기 때문이다.

단병호 의원은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법안을 반대하는 것은 이를 과거사 청산이나 국보법과 묶어서 정치적으로 거래하려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저지의 목적이 명확히 다른데 잘못 공조하면 민주노동당의 차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국을 주도할 수 없는 민주노동당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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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민주노동당이 10석의 한계를 딛고 법안을 관철시키거나 저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국을 주도할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인 원내 전략을 짜거나 사회적 여론화, 집회조직 등의 원외 투쟁을 준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 비정규직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예상했다가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대책을 다시 다듬었다. 의원단총회에서 권영길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원내전략을 짜도) 이틀 뒤에 다시 국회가 파행될 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뚜렷한 '선명성' 때문에 원내협상도 쉽지 않다. 천영세 의원단대표는 "양보와 타협이 있는 게 협상인데, 원칙과 기본에 해당되는 부분에서의 거래는 순응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민주노동당이 주로 활용할 수 있는 원내전략은 원내외 여론화와 의원간 연대조직, 캐스팅보트의 활용이다.

비정규직 입법과 같은 원내 우군이 거의 없는 '독자투쟁'의 경우, 비정규직 차별철폐 대안에 대한 논쟁을 유도하며 민주노동당의 대안을 알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LPP 협정 비준동의안, 이라크 파병반대, 장애인이동권 보장 등의 의제는 그동안 조직한 의원모임을 중심으로 공동행동을 펼칠 계획이다.

양당의 경쟁이 치열할 경우, 민주노동당은 제3당으로서 상징적인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또한 법안심사소위에 의원이 들어가 있는 상임위의 경우 '3(우리당):2(한나라당):1(민주노동당)' 구도가 되면 실제 캐스팅 보트도 가질 수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함께 반대에 나설 경우 찬반 동수로 안건이 부결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원내 전략이 다 실패했을 경우, 민주노동당이 국회 단상점거에 나설까?

일단 민주노동당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물리적 저지에 대해서는 신중하다. 김용신 의정기획실장은 "저지할 법안이 많은 상황에서 '물리적 저지'라는 카드를 함부로 쓸 수 없고, 사회적 여론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만 확산된다"며 "아직은 단상점거 등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