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초선의원 대토론회'에서는 "초선의원의 행동수칙을 만들어 이를 어길시 주의, 경고, 탈퇴 등으로 자체 징계하자"는 '국회개혁을 위한 초선의원 연대모임(가칭, 이하 초선연대)' 활동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대정부질의 과정에서 파행을 거듭하며 소위 '막말국회'라는 비난을 자초한 것에 대한 자성에서 비롯되었다.
오전 8시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지난 국회 파행을 계기로 논의되고 있는 '초선연대' 구성을 앞두고 각 당 초선의원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발제자로 참석한 최성 열린우리당 의원은 "초선연대의 자체 징계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해당 의원에게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구상을 제시했으며 "실천 수위가 지나치게 높으면 초선연대가 또다른 정치논쟁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현실가능한 행동수칙을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20여명의 초선의원들이 참여했는데 각자 다른 일정 중에도 짬을 낸 경우가 많아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자유발언은 소속 정당 의석수가 아닌 일정이 급한 의원 순서대로 차례가 주어졌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예정에 없이 모습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천 원내대표는 "초선들이 관행에 젖어있는 선배 의원들을 채찍질해달라"며 "다선이나 타당에 국회 파행의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당당한 국회의 주역으로 주인의식을 가져달라"고 덧붙였다.
초선 의원들이 쏟아내는 자성 목소리
초선의원대토론회에서는 개별 의원들의 지난 5개월 동안 의정생활 소회와 국회 운영에 대한 대안 제시가 이어졌다. 초선의원들은 주로 원내토론문화 활성화와 교섭단체 특권완화, 자유투표제 강화를 논의 과제로 꼽았다
참석한 초선의원들은 대부분 "187명이나 되는데도 제대로 문제제기를 못한 초선들이 국회파행의 한 원인"이라며 한 목소리로 자성의 뜻을 밝혔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동생들이 나와서 형을 좀 나무라면 형님들이 부끄러워서 싸움이 정리될 것"이라고 초선의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명주 한나라당 의원은 "한나라당을 '수구꼴통당'으로, 열린우리당을 '친북좌파당'으로 서로 낙인찍으면서도, 근거가 무엇인지 각론을 갖고 입증하지 않는다"며 "초선들은 입법 조항 하나하나에 메스를 들이대며 각론으로 정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 역시 "여야가 견해차이를 충분히 토론하고 절차법에 따라서 (쟁점을) 처리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비교섭단체인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교섭단체 특권 완화에 국회개혁의 초점을 맞췄다.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은 "효율이라는 이유로 비교섭단체를 배제하지만, 과도한 교섭단체 권한이 오히려 국회 파행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여야 의원들도 교섭단체 특권 완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특히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자유발언 시간 내내 "의원이 되기 전 소수자의 목소리가 사회에 전달되기 어렵다고 많이 느꼈는데, 국회에서도 거대 양당만 존중한다는 느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과 조경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의원 개인소신에 따른 활동을 강조했다. 배 의원은 "소속 정당 의사에 귀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국회법 제114조를 강조했으며, 조 의원은 "국가보안법 등 여러 입법안을 당론으로 정하다보니 의원들은 (당론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펙트럼 다양한 초선들, 연대 가능할까
이렇듯 열기는 뜨겁지만 초선연대가 소속 의원들에게 초당적 구속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선의원들의 정치적인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한데다 이미 지난 국회파행이나 대정부질의 과정에서 저격수로 나선 초선 의원들도 다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주 의원은 "한나라당 초선의원 몇 분에게 전화했더니 대정부질의에 참여한 초선의원이 있었다고 난색을 표하기도 했고, 당내에서 모임을 만들고 타당과 연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일부 초선의원들은 국회 파행의 원인과 개혁 방향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최성 의원은 "초선의원들이 '정신적 폴포트 정권' '주사파 386집단' 등 색깔론과 인격모독 정치공세를 주도했다"며 주로 한나라당 의원들을 겨냥해 국회 막말문화를 비판했고, 이후 개혁과제의 하나로 "비리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시에 기록표결을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파행의 원인을 "이해찬 국무총리의 발언"으로 규정하고 이후 구태정치의 사례로도 "(김원기 의장의) 부적절한 의사진행"을 꼽았다.
이덕모 한나라당 의원 역시 "파행의 원인은 대통령과 총리에게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한나라당 모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을 때, 동조한 열린우리당 의원을 색출하려고 한 것은 잘못"이라며 "의원 양심에 따라 투표하도록 (찬반의원 이름이 나타나는) 전광판을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