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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이 수능 집단 부정행위 사건과 관련해 "광주학생들의 놀라운 조직력은 남다른 데가 있"다는 글을 써 지역감정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대변인은 지난 24일 <진보누리> 칼럼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으며,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보내는 '박용진의 여의도통신'에도 같은 글을 실었다. 그는 이 글에서 일제시대 광주학생의거와 80∼90년대 남총련을 사례로 들며 "학생들이 뭉치면 어쨌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 하나씩을 꼭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이래저래 출세하고 잘살기 위해 사회 지도급들이 명예와 정의를 아랑곳없이 부정을 저지르는 세상이 어떻게 우리 학생들에게만 돌멩이를 던질 수 있겠냐"며 "기성세대가 학생들의 행동에 혀를 차고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싶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이 칼럼에 게재된 뒤 <진보누리> 게시판에는 "한나라당에서 가만있나 싶었더니 이제는 민주노동당 대변인이라는 것이 광주를 씹어제낀다", "광주혐오주의자로 기억하겠다"는 비난글이 쇄도했다.

박 대변인은 이같은 네티즌 의견에 답글을 달아 "특정지역 비하발언으로 읽힐 수 있겠다"고 공감을 나타냈고, 이어 26일 <진보누리> 칼럼란과 당 홈페이지(www.kdlp.prg) 당원게시판 등에 "자랑스러운 광주지역 학생운동의 전통 앞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며 공개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이 사과문에서 자신의 비유를 "부적절했다"고 자성하며 "특히 이번 수능부정 사건으로 황망하고 놀라셨을 학생들과 학부모님 등 지역주민의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던 것은 단지 글뿐이 아니라 제 스스로가 그랬던 것 같아 더욱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적으로 작성해서 지인들에게 발송하는 칼럼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변인이라는 직책으로 활동하는 사람으로 광주전남지역 당원동지들에게 곤혹스러움과 실망감을 남기게 될 것 같아 몸둘 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글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학생들의 행동에 돌멩이를 던질 수 없다는 주장이었는데, 지역에 대해 감이 없었다"며 "결과적으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제가 된 박용진 대변인의 칼럼 일부과 공개사과문 전문.

1. 광주학생들 대단하다.

그 좋은 머리로 공부를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든다.

광주지역의 학생들이 뭉치면 어쨌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 하나씩을 꼭 만들어냈다. 일제시대 광주학생의거가 그것이고 80~90년대 이름을 날렸던 남총련이 그것이다. 세월이 흘러 학생들이 수능부정으로 이름을 날리는 게 좀 머쓱하지만 광주학생들의 놀라운 조직력은 남다른 데가 있는 것 같다.

하긴 군대 장군님들 진급심사에 온갖 부정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래저래 출세하고 잘살기 위해 사회 지도급들이 명예와 정의를 아랑곳없이 부정을 저지르는 세상이 어떻게 우리 학생들에게만 돌멩이를 던질 수 있을까. 학생들에게 어떻게든 성공만 하면 되는 세상임을 보여주는 기성세대가 학생들의 행동에 혀를 차고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싶어 씁쓸하다.

[공개사과문]

광주시민들과 학생들, 자랑스러운 광주지역 학생운동의 전통 앞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제가 지난 11월 24일자로 작성해서 <진보누리> 개인 칼럼란에 올린 글에 대해 많은 분들이 비판과 걱정의 말씀을 보내오셨습니다.

제 글이 본뜻과는 달리 광주지역 주민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광주지역 학생운동의 전통을 훼손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런 지적과 비판을 인정하고 반성하고자 합니다.

우선 이번 일로 심려를 끼치게 된 광주시민들과 광주지역 학생여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전남일보> 등 일부 신문의 기사에서와는 달리 지역을 폄하하거나 광주지역이 품어온 자랑스런 학생운동의 역사를 훼손하려는 뜻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글이 오해를 가져올 만한 시점에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부적절한 비유를 했다는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특히 이번 수능부정 사건으로 황망하고 놀라셨을 학생들과 학부모님 등 지역주민의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던 것은 단지 글뿐이 아니라 제 스스로가 그랬던 것 같아 더욱 죄송스럽습니다.

문제가 된 글의 부분은 군대장군진급심사 부정 뿐 아니라 출세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판치는 세상과 성공만 하면 되는 세상임을 보여주는 기성세대가 학생들만 나무라고 학생들의 행동에 돌멩이를 던질 수는 없는 일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구구한 해명보다 논란의 와중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분노하셨을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작성해서 지인들에게 발송하는 칼럼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변인이라는 직책으로 활동하는 사람으로 광주전남지역 당원동지들에게 곤혹스러움과 실망감을 남기게 될 것 같아 몸둘 바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공개사과문을 제가 글을 올린 <진보누리> 칼럼란과 이메일을 발송했던 지인들에게 보내고 당 게시판에 공개하여 제 사과의 뜻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원들의 비판을 무겁게 듣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역시 가슴 속 깊이 자랑스러워하고 있고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는 일제하 광주학생운동과 남총련 운동의 전통에 누가 되는 것 같아 죄송스럽고 마음 무겁습니다.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남총련 동지들에게 이 글을 빌어 개인적이면서도 공식적인 사과의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2004. 11. 26. 박용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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