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내 변호사 중 처음으로 일본에서 일본어로 <국제인권법과 한국의 미래>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박찬운(42) 변호사.
국내 변호사 중 처음으로 일본에서 일본어로 <국제인권법과 한국의 미래>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박찬운(42) 변호사. ⓒ 오마이뉴스 유창재
"우리나라의 인권 문제를 국제인권법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을 일본어로 일본인들에게 처음 선보이게 됐다. 이로 인해 일본인으로 하여금 한국 인권제도의 개선과 법문화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나아가 한국과 일본의 공통 관심사인 인권제도를 논하고 개선을 이루는데 일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내 변호사 중 처음으로 일본에서 일본어로 <국제인권법과 한국의 미래>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박찬운(42)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를 지난 26일 저녁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국내에서 인권문제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박 변호사의 사무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에이브러햄 링컨의 초상화였다. 링컨의 초상화는 그가 '인권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알게 해주는 듯했다.

그는 지난 1984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90년 변호사가 된 이후 벌써 10년이 넘게 일본 등을 오가면서 인권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변호사로서 국내 인권신장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우선 박 변호사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사회는 많이 변했는데, 특히 인권분야는 몰라보게 변모했다"며 "국제인권법이라는 분야는 10년 전만 해도 생소한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대중들도 익숙한 단어가 됐다"고 강조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박 변호사는 이어 "한국 정부가 국제인권규약에 가입하고 이의 이행을 위해 국가인권기구를 설치하는 등 제도적 차원에서도 한층 발전됐다"면서 "이런 발전을 일본에서도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일본어로 출간된 <국제인권법과 한국의 미래> 표지.
일본에서 일본어로 출간된 <국제인권법과 한국의 미래> 표지. ⓒ 오마이뉴스 유창재
"나 만큼 남도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인권"

특히 박 변호사는 "책에는 주로 국제인권법과 국제법 관련 주제를 다루고 있고 그 안에 세 편의 에세이를 실어 일본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며 "인간답게 사는 것,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것, 내가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만큼 남도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인권이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국제인권법과 한국의 미래>라는 책에 ▲국젠인권과 한국의 인권 ▲반인도적 범죄 ▲난민인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미국의 대테러 전쟁의 문제점 ▲이라크 전쟁의 국제법 위반성 ▲법조일원화와 한국의 사법개혁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그는 책의 뒷부분에 분단된 한국역사 속에서 '레드 컴플렉스'를 겪으며 살아온 한국인의 자화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나의 가족사'라는 에세이를 비롯해 '노(NO)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인', '국제인권법 수강생에게 보내는 갈채'라는 글을 실어 한국 문화에 대해 일본인에게 소개하고 있다.

다음은 자신을 '전문적인 인권운동가'라기 보다 '인권법 연구가이자 변호사'라고 소개한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한국의 변호사가 보기 드물게 일본에서 일본어로 책을 출간했다. 그것도 <국제인권법과 한국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인권문제를 다뤘는데, 그 계기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법률가들은 일본 문헌을 쉽게 접근하고 연구를 하는데 사용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본 법률가들은 우리 문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실정이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한글을 아는 일본 법률가들이 많지 않다는 언어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인권 전문가들과 10년 이상을 교류하다보니 우리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글로 출판하지 않고, 왜 일본에서만 일본어로 책을 내게 됐나.
"한국만큼 일본을 잘 이해하는 나라가 없고, 마찬가지로 한국의 전문가들만큼 일본의 관련 전문분야를 잘 이해하는 해외 전문가는 없다고 본다. 그 만큼 한국과 일본은 특수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일의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한국에서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를 일본의 관계자들이 안다면 대단히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감히 나의 변변치 않은 글이라도 일본의 독자들이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 것이 그 이유다."

- 어떤 내용을 책에 담았나.
"이번에 일본에 소개하게된 나의 글들은 실무자로서 한계가 있다고 먼저 고백하고, 글들이 학문적인 성과물이라기보다 실무적인 감각으로 오리엔테이션된 글들일 뿐이다. 일종의 연구 성과를 모은 글들을 통해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인권과 국제인권의 문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은 어떻게 보면 잘 변화하지 않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권문제만 해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일본과 우리가 공감대가 형성되면 인권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차게 추진할 수 있는 역동성과 저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의 일본 정부 상대 보상청구소송 통역 맡기도

- 최근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보상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통역을 맞기도 했다. 이번에 책을 출간하면서 일본 법조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나 기대가 되는데?
"물론 재판도 중요하다. 지난 10월 25일 도쿄 지방재판소에서 있는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의 소송 1차 기일 때 원고들의 통역을 맡았다. 그리고 오는 12월 17일로 예정된 2차 기일에서는 원고들의 보좌인으로 직접 변론에 나서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어쩌면 한일간의 인권문제에 대해 일본인들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한 일일지도 모른다."

-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한국에는 나보다 훨씬 깊이 인권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가들이 많다. 이런 연구자들의 글이 이번을 계기로 해서 더 많이 일본에 소개돼 한·일간의 전문적인 연구가들 사이에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길 바란다. 나의 책이 그런 기회를 만드는 하나의 출발점이 된다면 더 이상의 기쁨이 없을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 국제인권법의 잣대를 가지고 여러 인권 문제를 분석해 이 분야의 연구를 더욱 확대해 나가고 싶다."

박 변호사는 이번에 일본에서 출간한 책이 일본 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오는 12월 3일 저녁 7시 일본 도쿄에 있는 야에스후지야 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일본에서 잘 알려진 법조인인 아니타니 구리오 전 일본 변협 사무차장과 야즈사와 가즈오 국제인권변호사, 사에키데루마찌 오사카 변호사회장, 니와야마 히데오 원로 형사법 학자 등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