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밤 10시경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본청 앞에서 노상 철야단식중인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을 찾아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가 밤늦은 시각까지 계속되는 와중에 허 장관은 잠시 회의장을 빠져 나와 농성장을 찾은 뒤, 경남 창원 권 의원 사무실의 경찰난입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농성을 풀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예결특위 소속의 신중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예산안 심사 도중 질의를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 허 장관의 입장을 추궁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허 장관은 "공권력 집행과정에서 매끄럽게 처리되지 못해 주무장관으로 깊은 위로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노동당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답했다.
허 장관은 신 의원과의 질의응답이 끝난 뒤 바로 자리를 뜨고 농성장을 찾았다. 그러나 권 의원은 "이런 방식의 사과는 언론플레이지, 진심에 의한 사과가 아니"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허 장관 측이 농성장 방문에 앞서 기자실에 답변자료를 돌리고 기자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권 의원은 허 장관이 내민 손을 뿌리치며 "총리가 지나가고 다른 의원들이 올 때에는 기자들이 안보이던데, 이렇게 기자들을 데리고 등장하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허 장관이 재차 "손 내미소"라며 분위기를 풀어가자 권 의원은 하는 수 없이 손을 내밀었고 어렵게 악수가 이뤄졌다. 허 장관은 "민주노동당을 폄하할 의도는 조금도 없었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간곡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여전히 "죄송하면 조용히 오셔야지, 보도자료 낸 다음에 오는 게 무슨 사과냐"고 화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옆에 있던 최규엽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저희는 총리 사과를 요구했지 장관 사과를 요구한 게 아니다"라며 "아직도 우리를 우습게 보고 있다"고 거들었다.
허 장관은 "이에 대한 말씀도 달게 받겠다"며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한 뒤 10여분만에 농성장을 떠나 예결특위 회의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