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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약보합세에 머물던 LA 주택 중간 가격이 10월에 40만9천달러를 기록하면서 17년 이래 최고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최근 발표된 남가주 부동산협회의 주택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거래 물량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주택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아직도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낮은 선에서 형성되고 있는 모기지 금리의 견고한 지지(止持)와 식지 않은 수요의 열기가 시장 저변에 버팀목으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흔히 시장 경제에서 하방경직(下方硬直, 하락이 강하게 저지되는 모습)이 강할 때 나타나는 일종의 반등이다. 단순하게 “많이 올랐으므로 떨어진다”는 일반적인 관념을 깨는 철저한 기술적 작동이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하반기에 주택 시장에 일어나고 있는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도시권역을 벗어나 위성도시로 거주 지역을 옮기는 현상이다. 수년간 LA 부동산 시장의 상승을 주도했던 오렌지 카운티와 산타 바바라 지역 등 노른자위 지역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면 일일 생활권은 하루가 다르게 외곽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신흥 인랜드 지역으로의 이전(移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동으로 코로나 지역과 리버 사이드로 몰리고 있고 북으로는 밸리 지역의 활황을 넘어선 벤추라 카운티가 각광을 받고 있으며 남쪽 방향은 테마큘라까지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넓게는 베이커스 필드와 샌디에고, 그리고 팜스프링을 그 연장선의 타겟으로 삼기도 한다.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목의 리조트가 새로운 요지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단지 남가주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북가주의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주도(州都)인 새크라멘토로 투자 방향을 틀었고 동부의 뉴욕은 롱 아이랜드와 커넷티컷으로 탈(脫)도심 성향을 보였다. 이러한 광역화의 바람은 미 전역에서 대도시 주변을 중심으로 강하게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싼 주택 가격과 보다 나은 주거 환경을 따르는 자연스러운 대처일 뿐 아니라 매력적인 투자가치를 찾는 순리의 결과라 보여진다.

한편 금융시장에서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주식 등의 금융자산보다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다. 또한 지나친 달러 약세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화폐와 일본 엔화의 유입을 불러들인다. 자국의 화폐 가치 상승 폭만큼 인하된 가격에 미국 자산을 소유한다는 논리에서 자금 이동은 나름대로의 경로를 따라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결국 국제 금융 기능을 보유한 대도시의 부동산이 다시 꿈틀댈 것이며 이는 향후 커머셜 빌딩을 주축으로 새로운 부흥기를 태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2005년도 주택 시장의 전망은 어떠한가. 낮은 모기지 정책 대 거품 제거 이론과의 한판 접전이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충격을 방지하는 완충 역할을 현재의 낮은 모기지 이자율이 무난히 감당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가격 조정보다는 수개월에 걸쳤던 기간의 조정만으로 거품의 제거는 심리적으로 종료될 수도 있다.

관건은 수요과 공급에 달려 있다. 신규 주택 판매의 꾸준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판매 대기 중인 신규 주택의 재고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들린다. 경제규모의 성장과 고용 증대가 구매력을 촉진했다는 낙관적인 분석도 나왔다.

부시 행정부의 집권 2기를 맞은 첫 해인 만큼 시장 환경은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본격적인 경기 회복의 뚜렷한 조짐이 나타나기 전까지 갈 곳 없는 부동(浮動) 자금은 최적의 투자처로 다시 부동산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긍적적인 전망을 조심스럽게 제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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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기자는 미조리 주립대애서 신문방송학을 수학하고 뉴욕의 <미주 매일 신문>과 하와이의 <한국일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시사 주간신문의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로스엔젤레스의 부동산 분양 개발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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