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화콘텐츠'다. 지식산업은 21세기 화두다. 그 지식산업 한 가운데 문화콘텐츠가 자리잡고 있다. 게임, 캐릭터, 영화, 애니메이션, 영상 등 문화콘텐츠의 활용영역은 그 연계 범위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문화콘텐츠는 국경을 넘어 세계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수익으로 국가홍보로 큰 몫을 담당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뮬란> 등에는 모두 고유한 역사ㆍ전설 속 세계가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검증된 역사, 전설, 설화, 민담 등의 '문화원형'을 스토리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이 세계를 열광시킨 이유는 문화원형 스토리가 풍부한 상상력과 결합,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상상력, 재미와 감동이 있다
공중파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불멸의 이순신> <해신> <토지> 등의 대하드라마는 각각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김훈의 칼의노래, 최인호의 해신, 박경리의 토지가 그것이다. 원작소설이 훌륭한 문화콘텐츠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좋은 콘텐츠는 좋은 산업적 파급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아기공룡 둘리> <엽기토끼(마시마로)> <뿌까> <덩어리가족> 등은 국내 캐릭터를 대표한다. 디즈니사의 미키마우스나 톰과 제리만을 기억하던 어린 시절과 달리 국내 캐릭터들은 높은 성장을 했다. 뿌까의 중국진출 성공이나 엽기토끼의 일본진출 등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잘 다듬고 보듬어 키운 캐릭터는 산업적으로 효자 노릇을 함은 물론 문화콘텐츠로써 캐릭터가 지닌 잠재력을 잘 보여준다.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뮤> 등은 대표적인 게임이다. 방송을 통한 게임 들여다보기와 게임 중계는 익숙한 모습이다. 이제 게임은 젊은이들을 비롯 많은 이들의 일상이 되었다. 더욱이 하나의 게임은 세계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기도 하며 업계 흐름을 반영하면서 커다란 수익도 함께 올리고 있다.
관객 천만 명 시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세운 기록이다. 이 영화는 현재 미국에서 좋은 평가와 함께 흥행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영화 자체 수입만이 아니라 캐릭터 상품 판매 등으로 수익을 더하고 있다. 잘 만든 영화 하나가 대한민국의 문화콘텐츠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 캐릭터, 게임, 영화 등의 소재 발굴과 개발이 중요
좋은 문화콘텐츠는 각 산업 영역에서 커다란 주춧돌 역할을 한다. 문화콘텐츠는 나름대로의 원형을 갖는다. 문화콘텐츠는 우리 것에 뿌리를 둬야 우리 고유의 내음과 분위기를 풍길 수 있다. 세계 속에서 경쟁하는 콘텐츠는 고유의 색깔을 지녀야 한다. 우리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문화콘텐츠는 문화와 산업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성격상 인문학과 CT(Culture Technology)업체의 조화가 필요하다. 역사, 설화, 전설, 민담 등에 숨어 있는 이야기소재를 찾고 의식주를 비롯한 생활양식과 역사기록 등을 조사하며 그것을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문화콘텐츠의 영역이다. 문화콘텐츠의 육성은 인문학과 산업을 동시에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http://www.kocca.or.kr). 2001년 설립된 정부출연기관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콘텐츠를 진흥하는 곳이다. 진흥원의 사업 중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 기술개발사업'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원형 사업은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 영화, 영상 등에 활용될 문화원형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2002년부터 지원을 시작한 사업은 2007년까지 550억원을 투입하는 만만치 않은 프로젝트다.
2002년에 지원했던 사업 결과물들이 최근 쏟아져 나왔다. 각 개발과제 별로 3억원 안팎의 지원을 받은 결과물들은 의식주, 건축, 군사외교, 역사민속, 예술 등 문화원형 주제 별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각 개발 과제들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참여 속에서 논의하고 검증, 고증하는 작업을 두루 거침으로 자료의 신뢰성을 높였다. 신뢰할 수 있는 우리 문화콘텐츠는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이다. 개발된 콘텐츠는 진흥원의 철저한 감독 관리 하에 사이트를 통해 홍보, 유통되고 있다.(http://www.culturecontent.com)
문화원형개발 창작소재 및 수행기관을 몇 가지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고구려의 실크로드개척사 및 관련 전투양식, 무기류, 건축, 복식 디지털복원>(하트코리아), <종묘제례악의 디지털콘텐츠화>(국립국악원), <신화의 섬, 디지털 제주21-제주도 신화 전설을 소재로 한 디지털콘텐츠 개발>(솔트웍스), <만봉스님 사찰 단청문양의 디지털화를 통한 산업적 활용방안 연구개발>(엔알케이), <사이버 전통 한옥마을 세트 개발>(여금), <고문서 및 전통문양의 디지털 폰트 개발>(윤디자인연구소), <삼국유사 민간설화의 창작공연 및 디지털콘텐츠화 사업(연오랑과 세오녀)> (정동극장).
위 사례는 몇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개별 과제별로 들어가 보면 연구결과물들은 알찬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창작 소재들은 역사와 신화, 설화, 의식주, 건축 등 다양하다. 이들은 곧바로 게임, 캐릭터,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하는데 원천소스로 활용이 가능하다. 문화콘텐츠의 산업화가 가능한 것이다. 묻혀 있던 문화원형을 발굴하고 개발하여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 문화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한 출발이다.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가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좋은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에서 출발한다. 멋진 캐릭터는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의 생명력에 의해 판가름 난다. 게임에도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필요하다.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문화산업에는 창작소재와 콘텐츠가 절대적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주도하고 인문학계와 CT업체가 함께 연구하고 개발하는 문화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사업화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과 CT업체의 건강한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같은 정부단체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것의 세계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국민들이 문화콘텐츠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 그럴 때라야 우리 문화의 훌륭한 옥동자가 태어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기자는 우리 문화원형에 꼭꼭 숨어 있던 역사, 전설, 설화, 민담 등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살펴보면서 문화콘텐츠를 알리는 길에 나서보고자 한다. 문화콘텐츠라는 범주에서 느껴지듯이 매우 광범위하고 전문적인 영역이 될 수도 있어 힘겨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화콘텐츠는 하나의 사업으로 머물지 않고 업계에 동반 상승 작용을 낳는다는 것을 감안하고 힘들더라도 하나씩 꼼꼼히 살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