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쓰(셔츠)'가 없어서 못 입었다는 한창남. 어릴 적 읽은 <만년샤쓰>는 그냥 그런 동화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다시 읽게 된 <만년샤쓰>는 나에게 한없이 긴 여운을 남겨주었다.
가진 것이 없지만 솔직하고 밝았던 창남이. 없는 살림에 동네에 큰불이 나자 동네사람들과 자신의 옷가지며 이불을 나누어가졌던 창남이. 창남이와 같은 사람이 우리 주변에는 숨은 보석과 같다.
나눔이라는 것은 많이 가지고 있어서, 먹고 살만해서 베풀게 되는 게 아니라 콩알 한 쪽이라도 나누고 싶다는 그 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오브리 데이비스의 <단추수프>라는 책은 이러한 내용을 판타지 동화 안에 담고 있다. 어느 마을에 도착한 거지는 단추를 가지고 '뼈단추 수프'를 만든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믿지 않았지만 하나둘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더니 수프를 끓이는 데 필요한 큰 냄비, 큰 국자, 컵들을 집에서 싸가지고 오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이는 집에서 당근을 가지고 오고, 어떤 이는 무를, 어떤 이는 콩을 가지고 온다. 자신의 집에 있는 물건 중 같이 나눌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사람들과 함께 먹을 수프를 끓이는 것이다.
추운 겨울, 온 동네 사람들이 만든 온 동네 사람들의 단추 수프. 거지가 그 마을을 떠난 후에도 수프는 계속 끓었고 동네 사람들은 결국 수프를 끓이는데 중요한 것은 거지가 주고 간 뼈단추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나눌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 달 뒤면 설날이 다가온다. 채인선의 <손 큰 할머니의 만두만들기>를 보면 손 큰 할머니가 숲 속 친구들을 위해 고기며 숙주나물, 두부를 있는대로 가지고 와서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숲속 친구들은 설날 아침에 모여 세상에서 가장 큰 만두를 먹는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달, 12월의 끝에 우리 주변에도 '만년샤쓰' 한창남, '단추수프'를 끓이는 거지, 세상에서 가장 큰 만두를 만드는 '손 큰 할머니'가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끝으로 <단추수프>의 마지막 글을 남기고자 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아요. 나눌 것이 있나요?
가만히 눈을 감아 보아요. 나눌 마음이 있나요?
사소하고 작은 것부터 나누어 보아요.
놀라운 기적이 우리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