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좋아하는 빛깔이 뭐냐고 사람들이 물을 때가 있습니다.
흔히 색깔이라고 하지만 저는 색이란 말이 어색하고 빛이란 말이 더 좋아 보입니다.
그러면 어렸을 때는 하얀 빛이라고 말했습니다.
뭐든지 그릴 수 있는 그 빛깔이 좋아서요.
세상을 배워갈 때는 빨간빛이라고 했습니다.
뭔가 힘을 느낄 수 있어서요.
밥벌이를 해 가면서는 노란빛이라고 했습니다.
뭔가 아늑해서요.
이제는 연두빛이라고 합니다.
시작이나 처음을 알리는 빛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무엇이나 꿈을 꿀 수 있을 때는 하얀빛.
몸에서 도전의식이 뻗어 나올 때는 빨간빛.
안정을 찾고 싶을 때는 노란빛.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마음에 연두빛.
오늘 문득 잎을 다 떨구고 서 있던 나무들이 하얀 종이처럼 보이던 지난 겨울을 떠올렸습니다.
날이 풀리면서 줄기며 가지에 물이 올라 불그스레해진 몇 달 앞의 나무들이 참 알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을이 되면 노릿한 가랑잎이 될 것입니다.
이제 그 나무들이 굼실굼실 앙증맞은 잎들을 꺼내놓고 있습니다.
연두 빛의 잔치가 시작된 것입니다.
갓난 아기의 손가락 같은, 다가가 만져보고 싶은, 꿈이 영글어가는 그 연두 빛이 막을 올린 것입니다.
먼발치서 메를 쳐다봐도 짙은 초록과 바로 구별되는 연두빛.
사랑스런 연두 빛이 제 가슴에 와 닿습니다.
설레이고 뭉클한 연두빛을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