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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청 회원 248명이 10일 하루 동조단식에 참여키로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보법 연내처리"를 촉구했다.
한청 회원 248명이 10일 하루 동조단식에 참여키로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보법 연내처리"를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11일 오후 4시 국보법 연내폐지 국민대회

국보법폐지국민연대는 11일 오후 4시 여의도 국민은행 앞 천막농성장 앞에서 '국보법 연내폐지 결사관철 국민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국민대회에서 '색깔공세 한나라당 해체'와 '열린우리당 규탄 및 국보법 연내폐지'를 촉구할 예정이다. 또한 문예공연과 투쟁결의문 낭독 그리고 농성장에 국보법 철폐를 염원하는 보라색 천을 달기로 했다.

이들은 또한 온라인 모금후원과 한끼 지지단식으로 이어지는 '파도타기' 운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12일 저녁 8시에는 한나라당 등 수구세력을 겨냥한 네티즌 온라인 공동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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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성란(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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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성란(국민)
방송국과 전경련, 순복음교회와 재벌 금융회사들이 차지했던 여의도에 누추한 천막이 나타났다. 엘리트 샐러리맨들이 누비던 거리를 거센 숨을 몰아쉬며 달려온 운동가들이 차지했고 국회의사당을 압도하는 깃발들이 나부끼면서 여의도는 역사의 현장으로 변했다.

그들의 가슴에는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 무기한 단식농성'이, 등에는 '국가보안법을 역사의 무덤으로'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바닥에 깔린 스티로폼 은박지와 무릎을 덮는 담요로 여의도의 칼바람을 겨우 피한 이들은 웅크리지 않았다. 12월의 겨울 추위도 이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해 보였다.

국보법폐지를 위해 여의도를 거점으로 정한 3백여명의 '국민단식농성단'의 하루 식량은 물 20통과 소금 수십 봉지에 불과하다. 강요도 동원도 없는데 국보법 폐지에 목숨을 건 단식이 줄을 잇고 있다.

국보법 폐지를 촉구하는 대규모 '국민단식'에는 통일운동가, 학생, 노동자, 교사, 목회자, 여성운동가, 농민운동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인천, 부산, 대구, 울산, 청주, 전주 등지에서 상경한 이들은 이러저러한 생활을 유보하고 국보법 폐지대열에 합류했다.

국보법에 유린된 56년의 세월이 이들을 강건하게 세우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간첩사태'와 '연내처리 유보 발언'이 분노를 일으키면서 단식행렬은 더 늘어나고 있다. 단식 5일째인 10일 월차휴가를 내고, 자신의 일을 뒤로 미룬 248명의 '한국청년단체협의회(이하 한청)' 회원들이 동조단식에 동참했다.

이들 청년들은 "17대 국회에는 국민을 위한 정치란 없었으며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정쟁과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몸싸움도 개의치 않는 몰상식이 있을 뿐"이라며 "이 땅의 자주와 민주, 통일의 길에 앞장서서 투쟁해온 우리 청년들은 수십 년을 투쟁해온 원로 선배들과 동지들, 그리고 온 국민의 염원과 목숨을 걸고 '17대 국회는 국보법을 연내에 반드시 폐지하라'고 요구한다"고 못박듯이 촉구했다.

"남북화해와 자주를 위해 국보법 폐지해야"

0.75평의 독방에서 39일째 단식농성 중인 송현석 한청 정책위원장. 그는 국보법이 폐지되기 전에는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0.75평의 독방에서 39일째 단식농성 중인 송현석 한청 정책위원장. 그는 국보법이 폐지되기 전에는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삼십대 청년운동가와 팔순의 통일운동가가 국보법 폐지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선언했다. 청년 운동가의 몸에서는 단백질이 모래시계처럼 빠져나가고 여든 셋의 통일운동가는 관절통을 겪고 있다.

10일 현재 0.75평 독방에서 39일째 단식 중인 송현석(34·한청 정책위원장)씨는 국보법이 살아있는 한 단식을 멈출 수 없다며 강한 의지를 표시했다. 하지만 88kg이었던 그의 몸무게는 68kg으로 20kg나 줄었다. 학생운동 동료였던 그의 아내는 남편의 뜻을 존중하지만 내심은 눈물을 글썽인다.

그의 아내 김희정씨는 지난 2일 <오마이뉴스>에 쓴 '사는 이야기'에서 딸 '마로'와 함께 단식 농성중인 남편을 만나러 갔다가 안타까움이 치솟아 올랐지만 울음을 겨우 참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이러한 소망을 밝혔다.

김씨는 기사에서 "전쟁 대신 평화와 자유로 안온하기를 바라는 건 옆지기(남편)와 이를 지지하는 저의 마음"이라며 "부디 올해를 보내며 국보법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낼 수 있기를…. 우리 모두 무사하기를…. 이것이 한해의 마지막 달을 보내며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라고 빌었다.

4년간 수배생활을 하는 등 국보법에 의해 고초를 겪은 바 있는 그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7월부터 36일 동안 2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1300km를 도보 행진했고 이 과정에서 캠페인, 문화제, 국보법 폐지 청원 서명운동(20만여명 서명)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봤다"며 "국보법 폐지를 위한 진정한 의지를 국민, 청년, 국회의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끝장단식에 돌입했다"고 단식돌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한 "미국의 MD체제와 주한미군 재배치 등은 북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것으로 조국이 미국에 의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처한 상태"라며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 생존과 자주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단식농성의 큰 힘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학농민전쟁 이래 100여년 동안 친일·친미세력이 기득권을 유지했다. 참여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있는 21세기는 수구냉전의 편향된 사고가 아닌 더불어 열린 담론과 대안을 찾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며 "국보법은 보이지 않는 감옥이다. 스스로 감옥에 갇혀 단식하는 것은 온 국민이 감옥에 갇혔기 때문이다. 국보법이 폐지되면 스스로 단식을 풀고 걸어 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국보법에 의해 내 인생은 고통스러웠다"

여든 셋의 통일운동가 이종린 옹. 그는 단식하면서 김규철 범민련 서울시의장의 어머니 서옥순(88) 여사의 자서전 '내 삶을 돌아보며'를 읽고 있다. 서 여사는 부녀동맹 등의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여든 셋의 통일운동가 이종린 옹. 그는 단식하면서 김규철 범민련 서울시의장의 어머니 서옥순(88) 여사의 자서전 '내 삶을 돌아보며'를 읽고 있다. 서 여사는 부녀동맹 등의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14번의 구속영장 발부와 5번의 임의동행 등 야만적인 국보법에 의해 내 인생은 고통스러웠다. 국보법 폐지에 유일한 희망을 걸고 살아왔는데 천정배 열린우리당 대표의 연내처리 유보발언을 듣고 암담했다. 앞으로 5년을 더 살지 10년을 더 살지 모르겠지만 내 생명이 사는 길은 국보법을 해체하는 것이다"

이종린(83) 범민련남측본부 명예의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국보법에 유린된 자신의 고달픈 인생을 밝혔다. 평생을 통일운동가로 살아온 그는 6.15남북선언에 기초한 화해와 협력 그리고 교류와 통일을 소원처럼 밝히면서도 "여의도에 해가 지면 찬바람이 세게 불어 눈물이 난다"며 "찬 바닥에 오랫동안 앉아 있다보니 하반신이 휘청거린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전북 전주 출신인 그는 일본 오사카에서 헌병사령부에 의해 구속됐다가 8·15를 맞아 석방됐다. 해방 정국에 '조선민주청년동맹'과 '남조선노동당'에 가입했던 그는 여순사건이 발생한 1948년 민주애국청년동맹 사건으로 구속됐다. 또한 1995년 범민련 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했으며 현재 국보법 관련 사건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여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보법이 어떤 악법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국보법'이란 단어만 갖고 피상적인 이미지로 하는 여론조사는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며 "금강산 단풍이 아름답다고 말만 해도 국보법의 '고무찬양죄'에 저촉되는데 이런 법이 민주국가에서 존재할 수 있느냐"고 항변하듯 지적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한반도를 전쟁위기를 몰아가고 있는데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민족의 미래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미국의 허수아비 노릇만 하고 있다"며 "이 민족이 사는 길은 화해와 통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늙은이가 마지막 목숨까지 다해 국보법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이 악법이 민족의 장래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특히 "이 악법과 싸우면서 내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은 확인한다. 국보법이 내 인생을 망치고 민족의 운명을 분열시켰지만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것을 느낀다"며 "민족의 미래를 망친 공안검사와 국회의원들이 언젠가 민족의 심판을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꾸짖었다.

결혼 앞둔 예비신랑, 두 아이의 엄마 단식 참여... 단식 중단한 여학생의 분통

김지은 민노당 학생위원장이 단식 6일째인 8일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김지은 민노당 학생위원장이 단식 6일째인 8일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 민주노동당
'국보법폐지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는 웹사이트(freedom.jinbo.net)에 단식 참여자들의 사연을 담기 위해 '내가 단식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코너를 마련했다. 국민연대는 단식에 동참한 안광남(28·울산청년회 노래동아리 회원)씨는 오는 12일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랑이라고 밝혔다.

안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어 부모님과 상의할 일과 친구들과 만나 해야될 일이 많다"며 "결혼할 친구는 같은 동아리 회원인 양혜경(28)씨로 몇 일 동안 토론을 진행하면서 결혼과 동시에 국보법을 끝장내보자는 생각으로 참가했다"고 단식 참여 계기를 밝히고 있다.

안씨는 또한 "결혼식을 위해 울산에 내려갈 예정이지만 결혼을 하고도 국보법이 폐지되지 않으면 신부와 함께 다시 올라와 단식에 참여할 생각"이라며 "신부 혼자 고생하게 해서 미안하다. 나는 국회 앞에서 신부는 울산시청 앞 천막 농성장에서 국보법 폐지될 때까지 열심히 투쟁했으면 한다. 며칠 떨어져 있는데도 너무 그립고 보고 싶다.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10일 오전 11시 30분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 참석한 이은영(여·39·울산여성회)씨는 "17대국회 파행 주범이자 차떼기당인 한나라당과는 한 하늘에서 같이 살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씨는 10일 "국보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울에 갔다온다고 했더니 다섯 살, 일곱 살 아이들이 잘 갔다 오라며 이해해주었다"며 "해솔이 엄마(울산여성회)가 국보법 때문에 잡혀간 것을 알기 때문에 아이들이 엄마와의 잠시 헤어짐을 이해한 것 같다. 아이들은 회원들이 돌봐주고 있다"고 말해 주변을 숙연케 했다.

김지은(여·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씨는 단식 6일째인 지난 8일 병원에 입원했다. 검진결과 혈당치가 낮아지면서 단식을 계속할 경우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사의 권유와 주변의 만류로 단식을 중단하면서 이렇게 분통을 터트렸다.

"국회 앞에 앉아 있으면서 검은 세단을 타고 들어오는 정치인들이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대부분이 미쳤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들의 뻔뻔한 무표정과 국회에서 벌이고 있는 행각을 보면서 그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진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 모든 것을 다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몸이 약해 단식을 오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6일만에 병원에 온 내 신세가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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