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화순민주청년회 노래패의 첫 공연을 함께하는 여러분들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으로 이끌었다.
화순민주청년회 노래패의 첫 공연을 함께하는 여러분들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으로 이끌었다. ⓒ 박미경

11일 오후 5시 2004 전국농민문학의 밤 행사가 화순읍 제일초등학교 강당을 비롯해 강원 화천과 경남 김해, 경북 영천 등 4개 지역에서 동시에 열렸다.

화순 제일초교 강당에서 열린 농민문학의 밤 행사에는 화순농민회와 화순여성농민회회원, 화순민주청년회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화순군 농민회 박종섭 회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농민들은 한-칠레 무역협정으로 인해 근심에 쌓여있고 민족 농업인 쌀마저 시장경제에 밀려 내놓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탄하고 쌀 협상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화순 농민문학의 밤 행사 관계자는 쌀 협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농촌현실이 심각하다는데 공감한 민족문화작가회의 제의로 농촌현실을 반영한 문학작품이 부재한 실정에서 농촌의 현실을 알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화순에는 농민문학의 밤 행사를 위해 노래·영상·미술·사진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족문화작가회의 회원 17명이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5박6일간 농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이들 회원들은 화순군 도암면 도암리 마을회관에 머물면서 마을 주민들과 농촌현실에 대해 나눈 대화를 영상물로 제작하고 영정사진 촬영 봉사를 하는 등 창작농활 활동을 벌였다.

이날 열린 행사에서는 민족작가회원들이 제작한 영상물이 상영됐으며 도장리 마을주민들의 도암 밭 노래 공연과 농민회원들이 창작한 연극·시·노래 등의 작품이 발표됐다.

농촌의 아픈 현실은 외면한 채 실속차리기에 바쁜 사회를 꼬집은 작품들도 전시됐다.
농촌의 아픈 현실은 외면한 채 실속차리기에 바쁜 사회를 꼬집은 작품들도 전시됐다. ⓒ 박미경
도암면 주민들은 영상 메시지에서 "정말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농촌에 와서 하루만 일해봐라. 정말 살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는 말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농촌을 지키는 농민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또 창단한 지 두 달된 화순민주청년회 노래패는 자신들의 노래를 듣는 모든 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동안 연습한 '나를 키운 우리 어머니'와 '아스팔트 농사' 등 농촌의 아픈 현실을 읊은 노래 두 곡을 선보였다.

이날 화순농민회 회원 차금자(도암면)씨는 창작시 '땀방울'을 통해 수입쌀 수입농산물이 늘어나,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면서 그나마 농촌을 지키던 노인들조차 떠나가면, 마을과 농토가 사라져 결국 우리 쌀, 우리 농토, 우리의 건강을 책임질 이들이 없어질 것이라며 우리 농촌의 현실에 대해 뼈아픈 질책을 했다.

땀방울

긴 겨울을 지나 파릇파릇 못자리를 하고 황금물결이 출렁일 때 추수하는 기쁨도 잠시
자녀들에게 주는 기쁨도 수매하는 기쁨도 누릴 수가 없네.
논두렁에 앉아 오순도순 점심을 먹는 기쁨도 누릴 수가 없네.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들판을 바라보는 기쁨도 누릴 수가 없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을 수 있는 기쁨도 누릴 수가 없네.

휴경지네 대체작물이네 하면서 논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일하기 싫은 젊은이는 노동자가 되어 도시로 떠나가고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하나 둘 저 세상으로 떠나시네.
이마에 땀방울이 사라지고 어르신들이 가시고 마을마저 사라지고 농토도 사라지네.

수입쌀이 늘어나고 수입과일이 늘어나고
부채가 늘어나고 비리만 늘어나네.

이제는
누가 우리 쌀을 지키며
누가 우리 농토를 지키며
누가 우리의 건강을 책임질까.

조상님들의 넋이 우리를 보고 울고 계시네.

(차금자 지음, 화순 도암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어떤 사항에 대해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고 글로 남겨 같이 나누고싶어 글 올립니다. 아직 딱히 자신있는 분야는 없지만 솔직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