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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한국어어학당에서 한국말을 공부한 지 일년 반이 지났을 때다.
당시 내 한국말은 여전히 서툴러 좀더 정확하게 배우기 위해서 그리고 프랑스 사람에게 한국말을 알리도록 한국책을 불어로 번역하기 위해서 난 한국 대학교에 입학하기로 했다.
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할 계획을 세웠다. 연세어학당 선생님에게나 한국 친구에게 이 계획을 말할 때마다 그들은 깜짝 놀라며 "그 공부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하며 걱정을 했다.
그럴 때면 난 웃으면서 "아, 괜찮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되지"하고 답했다. 지금에야 얼마나 무모한 계획인지 알았지만….
지난 여름 난 드디어 서울대에 입학했다.
난 '우와! 한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교에 입학했다. 재미있겠다'하고 순진하게 생각했다. 난 입학했기에 기분이 좋았고 친구들에게 이 좋은 소식을 알려 주고는 더는 고민하지 않았다.
9월이 왔다.
수업 첫날. 첫 수업을 들으러 수업 시작 10분 전 강의실쪽으로 향했다. 강의실에 가까이 가면서 내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같은 반 학생들은 어떤 사람일까? 내가 수업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덧 강의실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이 닫혀 있었다.
잠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용기를 발휘해 슬그머니 문을 열었다. 강의실을 휙 둘러보니 벌써 만원이었다. 빈 의자가 한 두 개밖에 없었다. 어디에 앉을까? 난 강의실 문과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의자에 재빨리 앉았다.
내가 앉을 의자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교실에 있는 학생들은 내가 들어왔다는 걸 점점 알아차렸고 강의실에 들어온 사람이 서양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내 옆의 여학생은 당황한 눈으로 나를 보면서 상대방 도움을 찾는 것처럼 자기의 왼쪽과 오른쪽을 쳐다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몰라 보였다. 나도 당황하면서 책상에다 내 소지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여학생은 내게 "실례지만…여기…국어국문학 수업인데…국어국문학에 다니는 학생이…아니시죠?"하고 동그란 토끼눈을 뜨고 물어 보았다.
나도 당황해서 마치 전날 한국말을 공부하기 시작한 외국인처럼 "음…맞아요…음…제가…국어국문학과…학생이에요"하고 부끄럽게 대답했다.
여학생이 깜짝 놀라면서 "어, 어…예, 알겠어요"하고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프랑스 말로 여학생이 느끼는 상황을 표현하자면 "자기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잊어버렸다"라고 했을 거다.
선생님이 강의실에 들어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선생님이 자기 학생들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려고 출석부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출석부에는 내 이름이 없었다. 난 그 출석부에다 내 이름을 보탰다.
난 '아이구 참! 웬일이야?'하고 속으로 한숨지었다. 어쨌든, 선생님이 자기 소개를 아주 재미있게 하기 시작했다. 모든 반 학생들이 까르르 까르르 웃어댔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사실…솔직히…
선생님의 말이 재미있다는 걸 몰랐다. 왜냐하면 내가 그 선생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외국어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시하고 유머라는 거 잘 아시죠?).
그 후에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했다. 무슨 수업이었는지 여기에서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딴 문제로 넘어간다(사실 무슨 수업이었는지도 확실히 잘 모른다…).
한 시간 반 후, 쉬는 시간이 생겼다. 거의 모든 반 학생들이 나갔지만 선생님하고 나는 그냥 강의실에 남아 있었다.
선생님이 내 쪽으로 와서 이렇게 말했다
"So, when did you come to Korea ?" (언제 한국에 왔어?)
난 "음, two years ago(이 년 전)"하고 당황하고 우울한 기분으로 대답했다. 어떻게 국어국문학과 선생님까지 나에게 영어로 물을 수 있나? 난 너무 어지러워서 더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수업이 끝나기 전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발표를 위해 방금 나눠 준 종이에 있는 시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내가 아는 시는 하나도 없어서 그냥 다른 학생들이 모두 고른 다음 남은 마지막 시를 받았다.
그 후로도 3주 동안 학교 수업을 들었다.
어느 날 어떤 시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한문으로만 된 한국시 하나를 칠판에 쓰고는 우리에게 이 시를 꼭 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깜짝 놀라면서 '이거 농담아냐?'하고 생각했다. 그 때는 한문을 거의 몰라서 (아직까지 비슷하다) 한문이 많은 수업이 너무 힘들었다.
국어국문학과에 다니려면 한문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기는 알지만 막상 한문을 배우기란 너무 힘들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보니 내가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기란 무리였다. 할 수없이 나는 자퇴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내 책임이다. 국문과 입학을 제대로 생각하지 않은 만큼 그만두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어 공부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계속 한국 사람하고 만나고 집에서도 혼자서 한국말을 공부하고 한문도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에서 재미있게 살면서 내 한국말이 계속 늘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PS1-자퇴 소식에 대한 프랑스 엄마 반응 "포기해서 다행이야".
PS2-자퇴 소식에 대한 한국 장모님 반응 "힘들어도 열심히 공부해라".
PS3-서울대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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