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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여름 <오마이뉴스>에서 전화가 왔다. '사는 이야기'에 소개되었던 기사 중 오십 편을 골라 책을 한 권 만들기로 했는데, 거기에 내 글도 한편 포함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전화를 건 이유는 동의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50명 속에 나도 포함되었다니 오히려 내쪽에서 영광이라고 하였다. 한길사는 지명도 있는 출판사인 만큼 책도 좀 팔리겠고(?), 50분의 1이라는 미미한 참여지만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무튼 그렇게 <오마이뉴스>로 부터 전화를 받고 난 다음, 잊은 듯하면서도 늘 마음 한켠엔 책이 언제쯤 나온다더니 왜 아직 안 나오지 하며 내심 궁금해 했다.

시간이 흘러 8월 하순경, 드디어 책이 나왔다는 소식과 함께 책을 부쳐주겠다고 하였고 책은 빠르게도 바로 다음날 도착하였다. 때 마침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내 집에서 2박3일을 보내게 된 두 친구가 있어 그들에게 각각 한권씩 나눠주었다.

친구들은 신기해하며 내 기사 '그때 정말 내 한테 삐삐 안쳤나?'를 먼저 읽었다. 그리고는 재미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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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정말 내 인데 삐삐 안 쳤나?"

“정말?”
“그래.”
“뭐 그렇기까지야.”
“아니야, 정말 재미있어. 컴퓨터로 볼 때 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네.”

그러면서 친구들은 앞장부터 읽기 시작하였다. 나 또한 읽어보니 처음 보는 내용들이 많아서 새 책을 산 느낌이었고 나름대로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조각 천을 바느질해서 만드는 퀼트 제품이 아름답듯이 <아유해피> 또한 퀼트 못지 않은 매력이 있었다.

팥빙수를 매개로 호랑이 같은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맛있게 그려준 김은식 기자, 남의 양복지어주는 일을 업으로 하다 기성복이 창궐하는 바람에 양복점을 접고, 양복 만들던 고운 손이 막일로 거칠어진 단벌신사 아버지에게 육순선물로 새 양복 한 벌 해드렸다는 효자 이봉렬 기자, 아빠가 가난한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것을 뱃속의 아기도 아는지 전진한 기자의 아내는 모처럼 호기를 부릴 수 있는 입덧의 시기에 겨우 먹고 싶은 것이 호떡이었다나.

편완범 기자의 기사 '내 직업은 예식장 전속 주례사'는 주례사의 이면을 볼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그 짭짤한 수입에 군침이 흘렀다. 그리고, 사위될 사람에게 어려운 한자시험을 치르게 했던 김령희 기자의 아버지 얘기는 읽는 내내 김 기자의 아버지가 내 옆에 계시는 것처럼 떨렸다.

아무튼 50인이 함께 만든 이 '퀼트 제품'이 대박까지는 언감생심이고, 그저 조금은 회자되길 바랐다. 그렇게 그저 누군가 읽어주길 마음으로 바라기만 할 뿐 나는 아무런 노력 내지는 판촉을 하지 않았다.

내가 그랬듯이 <아유해피>를 출산해놓고 기자들 모두가 나 몰라라 하지는 않았는지. 워낙 책이 안 읽히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50명 중에는 이미 단행본을 낸 분들도 있던데, 혹여 자신들의 단행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무심히 대한 것은 아닌지, 혹은, 단지 50분의 1일 뿐이므로 모두들 자기 자식이 아니라 생각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나는 무엇보다 <아유해피>가 나름의 향기가 나는 책이라 생각하였기에 모두의 무관심이 안타까웠다. 내게 돌아올 몇 만 원 원고료 때문이 아니라, 사실 그러한 것 때문에 아무에게도 얘기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한권의 가격으로 50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는 명분을 발견했다. 그래서 무엇보다 우선 나부터 <아유해피>의 독자가 되기로 하였다. 가끔 책 선물을 주고받는 지인에게는 다른 책이 아닌 <아유해피>를 선물하였다.

그리고 "요즘은 뭔 책을 사야 할지 몰라"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파리의 연인>의 수혁 버전으로 <아유해피>를 이야기하였다.

“한길사에서 펴낸 <아유해피>란 책이 있는데, 그 속에 내가 있다.”
“그게 무슨 말이고?”
“궁금하면 사봐, 줘. 그 속에 내가 있다고오.”

그러나 내가 아무리 그 속에 내가 있다고 해봐야 막상 사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나부터도 두세 번 <아유해피>를 보내니, 더 이상 부칠 데가 없었다. 그렇게 <아유해피>를 나도 잊고 남도 잊고 모두들 잊어가던 찰나, 서프라이즈'의 <도표로 보는 대한민국 사실은>(디알북)이 그 구성원들의 엄청난 관심과 노력으로 급속도로 퍼저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오마이뉴스가 자신들이 가진 인프라를 이용할 줄 모르는 것이 안타까웠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 십이월의 끝자락에서 잊었던 <아유해피>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냥 이대로 소멸이 아닌, 부활을 꿈꿀 수는 정녕 없는 것일까. 내가 너무 터무니없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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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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