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네티즌이 모였다. 100여 명의 네티즌들은 18일 저녁 7시 광화문에서 두번째 집단성폭력사건 규탄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부산 촛불집회는 네이버 카페 아이디 '호르헤'를 사용하는 네티즌에 따르면 30~40여명이 모였다.
네티즌들은 추운 날씨에도 13-14명 정도 돌아가며 자유발언을 해 집단성폭력 사건을 규탄했다. 중간중간 "커닝하면 구속이고 강간하면 훈방이냐"하고 구호를 외치며 의견을 모았다. 집회는 8시경 경찰측의 해산 요청이 있기까지 계속됐다.
네티즌 스스로 집회 사회, 서명책상 준비, 요구문 작성ㆍ배포
네티즌들은 집회 현장에서 즉석으로 사회를 맡는가 하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날라 온 책상 4개를 진열하고 10시경까지 1200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또 인터넷에서 논의해 작성한 요구문 800여 장을 준비, 현장에서 나눠주며 관심을 유도하는 열정을 보였다. 집회 피켓, 플래카드, 대자보도 모두 자발적으로 준비했다.
주최측도 수뇌부도 없는 상황. 네티즌들은 네이버ㆍ다음ㆍ디시인사이드ㆍ마이클럽ㆍ웃긴대학 등 '밀양연합 강력처벌'을 위한 네티즌 연대를 결성했다. 이 연대로 함께 집회를 준비하고 치러냈다. 연대카페 운영진들은 다른 네티즌들보다 한 발 앞서 자신을 희생하며 집회를 치러냈다.
디시인사이드의 아이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집회 참가 인원이 적었지만 결국에는 큰 흐름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솔직히 모인 인원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곳에 모인 분들이 (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초라하다거나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차게 흐르는 큰 물줄기도 처음으로 흘러내린 물방울이 있을 것이고 제 아무리 높은 산에도 가장 바닥에 쌓인 한줌의 흙이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 곳에서 추운 한 시간을 보내신 남자분들, 정말 훌륭하십니다. 이 땅의 남자들이 성적인 수치와 상처로 괴로워하는 여자들에게 얼마나 인색한지 절감하는 저로서는 그 분들의 모습이 가슴 뭉클할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마이클럽의 아이디 'punkysun'을 쓰는 네티즌은 성범죄처벌법의 관대함에 비춰 시위법은 너무하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정말 할 말 많은, 말하지 않으면 답답하신 분들도 많이 오셨던 것 같은데 계속 압박을 주는 경찰들 때문에 일찍 해산한 게 너무 아쉽네요. 끝에 너무 아쉬워서 촛불행진이라도 하자 외쳤는데 행진은 또 불법이라네요. 성범죄처벌법은 이리도 간단한데 시위법은 왜 이리도 세심하게 만들어 놨는지…."
25일 4시 성폭력규탄 광화문 피켓시위, 정식집회 허가신청 예정
다음카페 아이디 'wneldlftk'를 쓰는 네티즌은 크리스마스에도 피켓시위로 규탄집회가 지속된다고 밝혔다.
"다음 주 집회는 25일 크리스마스라는 난제와 만나게 됐지만 낮 4시에 시작되는 피켓시위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다시 모입니다. 거리서명운동 역시 계속될 것이며 네티즌 요구문 배포 또한 계속됩니다. 오늘의 상당한 성과에 미루어 법개정과 수사관행 개정에 대한 저희의 관심이 좋은 결실로 나타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광화문의 집단성폭력사건 규탄 1, 2차 촛불집회를 보면 학생들이 주축이고 여성보다는 남성참가자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초등학생들도 서명을 받는 등 어느 때보다도 자발적인 참가가 눈에 띤다. 네티즌들이 이렇듯 자발적으로 촛불집회를 진행하는 이유는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회에 대한 원망 섞인 아우성으로 보인다.
이들이 이 날 나눠준 요구문은 ▲밀양 집단강간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경찰의 강압적이고 원시적인 수사방식 탈피와 피해자 인권 존중 ▲성폭력 범죄 가해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과 현행법 개정 ▲언론매체의 정확하고 올바른 보도 등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다.
네티즌들은 크리스마스인 25일 4시에 피켓시위를 진행한다며 정식으로 집회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더불어 부산, 대구 집회도 운영진들에게 알찬 준비를 촉구하는 등 더욱 조직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밀양여중생 후원계좌 개설
한편 마이클럽의 아이디 'hasler'를 쓰는 네티즌은 이번 성폭력사건 무료변호를 맡은 강지원 변호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피해자들을 위한 후원을 말했다. 강 변호사는 후원금을 자신에게 보내기보다는 성폭력 상담소로 보내는 것이 낫다고 했다며 아래와 같이 동참을 호소했다.
"부담 없이 더도 말고 천원씩만 성금 하여 우리의 귀여운 딸이자 누이이자 예쁜 동생인 우리아이들을 지켜줍시다. 그 여학생들 학교도 못 가고 있을 텐데 자신들에게도 안식처가 있다는 마음을 갖게 안정을 찾아줍시다."
밀양여중생 후원계좌 - 우리은행 : 570-224994-13-102 예금주 : (사단법인)한국성폭력상담소
집단성폭력사건이 비록 10대들에 의해 발생했지만 그 아픔을 치유해 가는 과정에도 수많은 10대들이 있다. 그들은 네티즌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행동하고 책임지며 대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도 있고, 중학교 3학년생도 있다. 경기 북부에서도 오고 인천에서도 왔다.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기도 했다.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 권리를 확보하라는 요구. 이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 황금 같은 시간에 언 손을 촛불로 녹여가며 가슴을 열고 고민하자고 한다. 제발 성범죄가 없는 사회에서 살자고 한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사회 안전망을 더욱 튼튼히 해야 하는 이유다.
| | 12월 18일 촛불집회 네티즌 요구문 | | | 엄중처벌-인권존중-법개정-바른보도 4개항 요구 | | | |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에 관련한 네티즌 요구문
이번의 밀양집단성폭행 사건은 불과 14살 남짓 밖에 안 된 어린 여중생들을 상대로, 현재 밝혀진 것만으로도 무려 41명의(직접가담의 혐의가 확인된 범인은 현재 12명) 용의자들이 일 년 간에 걸쳐 집단적 조직적으로 행해졌다는 점에서, 성범죄 수법의 간악함이 청소년에게까지 퍼져있을 정도로 극도로 위험한 상태에 달해있음을 알려준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또한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피해자에 대한 비인권적 수사관행과 허술한 신상보호 그리고 가해자 측의 죄의식 없는 남성절대우월주의의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과 언론의 선정적이고 왜곡된 보도 등은, 이 사건 자체의 충격과 함께 대한민국 성범죄가 가지고 있는 총체적인 심각한 문제까지 모두 보여주는 것이기에, 밀양집단성폭행 사건은 그저 일례의 사건으로 간과할 수 없는, 이제는 성범죄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달라져야 할 때임을, 행동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때임을 통감하게 하는 사건입니다.
성범죄 발생률은 세계 선두권이나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에게 협박을 받고 경찰에게 폭언을 들어야 하며 미미한 처벌로 동일범인에 의한 중복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허다한 수준임을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네티즌들은 새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 땅의 수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의 무너진 인권이 곧 우리 모두의 보호 받지 못하는 인권 상황이란 깨달음과, 또한 누구나 언제고 성범죄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 내 만연하는 성범죄에 대한 절박한 현실 인식에서 발로하여 우리 대한민국의 네티즌들은 다음과 같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첫째, 밀양 집단강간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밀양사건의 경우 직접 강간에 참여한 범인 뿐 아니라 사건을 방조하거나 묵인한 간접가담자까지 처벌하라. 또한 범행의 악랄함을 들어 일반 소년범으로 분류할 수 없다. 또한 가만두지 않겠다고 피해자를 협박한 범인의 가족 등에 대해서도 엄중 처벌할 것.
둘째, 경찰의 강압적이고 원시적인 수사방식 탈피와 피해자의 인권 존중.
- 피해자에게 폭언을 한 경관에게 실질적으로 중징계 하고 자체감사로 폭언 뿐 아니라 비공개원칙과 피해자권리 원칙을 어긴 여타의 인권침해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 징계, 보도하라. 성폭력 전담 여경기동대를 설치하고 요청 시 부족한 인원을 충당할 수 있도록 태세를 보완.
셋째, 성폭력 범죄 가해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과 현행법 개정.
-성폭력범의 신상공개 등 미국 메건법에 준하는 재발방지와 중복범행에 대한 예방법을 마련하라. 집단강간, 강도강간, 어린이나 지체부자유 여성에 대한 범행의 경우 범인 신원에 대한 보도자유와 종신형 이상의 법제마련.
넷째, 언론매체의 정확하고 올바른 보도.
-피해자의 신상을 거론하는 일체의 보도를 중단하고 사건관련의 유사범죄나 선진국 처벌관례 등의 추가보도.
2004년 12월 18일
밀양집단성폭행 사건을 지켜보는 네티즌 일동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