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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국보법 폐지 총력투쟁을 반대하는 자당 의원단에게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민주노동당은 국보법폐지 투쟁을 둘러싸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최고위원들은 지난 14일 의원단과의 연석회의에서 당 차원의 국보법폐지 총력투쟁을 공식 요구했지만 의원단은 대부분 이를 거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최고위원 사이에서는 의원단에 대한 불만이 높다. 최고위원회에서도 "밖에서 대중들이 싸우고 있는데 뭐하고 있는 것이냐, 의원단에 문제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주말동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개혁입법 연내처리를 놓고 협상에 들어감에 따라 일단 민주노동당의 당내갈등은 정리국면에 들어갔다. 최고위원 사이에서도 "국보법 폐지 연내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의원단 역시 20일 회의에서 "여야 타협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1일 농성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보법폐지 투쟁 과정에서 드러난 최고위원과 의원단의 갈등의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당내 논란이 가라앉는 현재의 상황은 정국 변화에 따른 것이지, 민주노동당 자체의 토론과 협상을 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보법 폐지는 민주노동당의 존재 이유"

이런 가운데 김 사무총장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국보법 폐지의 연내처리가 상당히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국보법을 없애는 일은 민주노동당의 존재 이유"라고 국보법 폐지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13명 중 5명은 단식이나 삭발 등을 통해 '국보법 폐지 국민연대'의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 역시 지난 17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반면,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국보법 폐지 투쟁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결과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높다.

김 사무총장은 이러한 당내 비판에 대해 "'소아병적 사고'"라고 일축한 뒤 "국보법 폐지투쟁을 누가 더 헌신적으로 하는지에서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이 (더욱) 드러난다"며 "국보법을 폐지하면 진보정당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사무총장은 "10석에 불과한 민주노동당은 (다수 의석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정국주도권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가 50석, 100석 정당처럼 안 굴었으면 좋겠다"고 의원단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어 김 사무총장은 "의원단에게 서운한 게 사실"이라고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밝히면서 "이것은 정치사상적 차이라기보다는 원내외의 정세인식의 차이인 것 같다"고 당 안팎의 '노선투쟁' 시각을 경계했다.

김 사무총장은 "내년이면 분단된 지 60년이자 6·15 공동선언이 나온 지 5주년"이라며 "통일운동의 전면에 나서는 사업을 헌신적으로 펼쳐내야겠다"고 밝혀 통일투쟁을 내년도 주요 투쟁사업의 하나로 배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김 사무총장은 "의회 2년차가 되는 내년에는 비정규직과 신용불량자, 청년실업문제 등을 구체화해 사회이슈화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는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민주노동당사 사무총장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김창현 사무총장과의 인터뷰 전문.

"국보법 폐지 투쟁에서 열린우리당과의 차이 더 잘 드러나"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국보법 폐지의 연내 처리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현실적으로 대단히 힘든 것은 사실이다. 김원기 국회의장이 단독국회에서 의사봉을 쥐지 않고서는 어렵다. (최연희 법사위원장 때문에) 법사위에서 통과되기도 어렵고…. 지금 생각해보면, 왜 법사위원장을 한나라당에 줬는지 기가 막힌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집권 여당이 국보법을 없애겠다고 나선 적이 없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세상에 어디 있냐. 밖에서는 사상초유의 대규모 단식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내놓고 열린우리당에서 국보법 폐지 연내 처리하자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완강한 싸움 덕분이다. 이런 싸움조차 없었다면 한나라당이 제일 좋아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 힘이 부족해서 (국보법 연내 폐지를)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우니까 투쟁하지 말자'는 것은 투쟁 주체의 힘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노력해야 할 때다. 올해 안 된다 해도 국민들이나 의원들 사이에 국보법 폐지의 필요성이 명확해졌다면 그 자체도 의미가 있다."

- 열린우리당의 연내처리 의지에 대해서 신뢰하나? 결과적으로 여당의 조력자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열린우리당은 근본적으로 통일된 집단이 아니어서, 끊임없이 눈치보고 타협하고 동요할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의 선의나 의지를 믿고 일을 펼쳐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강한 투쟁으로 압박해야 한다.

'여당의 조력자'라는 시각은 소아병적 사고다. 국보법 폐지운동의 주된 목표는 조중동, 한나라당과 같은 수구세력 질서를 해체하는 것이다. 수구세력이 사라지길 원하는 과반수 이상의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줬는데 실제로는 수구를 걷어낼 '진짜 진보'의 대명사는 민주노동당이다.

열린우리당과의 진정한 차별성은 국보법 폐지투쟁, 한나라당과의 싸움을 누가 더 헌신적으로 하는지에서 드러난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열린우리당의 본질이 드러나게 돼있다."

- '강경한 반한나라당 전선'이라는 정체성은 열린우리당의 개혁그룹과 차이가 없지 않나?
"열린우리당이 아무리 개혁색깔을 칠해도 민주노동당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쌀시장 개방,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열린우리당 개혁세력들도 그런 점은 찬성하지 않나?

또한 한미관계에 대한 시각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미국이 한반도를 떠나야 한다고 본다. 여당 개혁세력조차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깨자는 주장은 못한다. 그들과의 차별성 때문에 전전긍긍할 필요없다."

"민주노동당이 50석, 100석 정당처럼 안굴었으면 좋겠다"

- 국보법 폐지문제는 어떤 측면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국 주도권 싸움인데,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국보법을 없애는 일은 민주노동당의 존재 이유이고,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다. 분단 이후 반공 이데올로기로 다른 사상을 막아왔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없었던 것 아닌가. 국보법을 걷어내면 진보정당은 획기적으로 발전한다.

지지율 확대는 늘 고민이지만, 이 싸움에서는 주요한 변수가 아니다. 우리는 지지율 높이는 데는 도움이 안 되는데도 공무원노조를 지지했다. 10석의 정당으로서 여야가 정국주도권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50석, 100석 정당처럼 안 굴었으면 좋겠다. 당장의 능숙한 의회전술만 갖고 고심해서는 안 된다."

- 의원단의 어떤 의회전술이 문제인가? 국보법 폐지투쟁 과정에서 최고위원회와 의원단의 입장이 크게 달랐다.
"상징적으로도 의회 내에서 싸워야 하지 않나. 특히 여야의 야합 흔적이 드러나고 있는 국보법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히 농성이라도 해야 하다고 본다. 그런데 의원단은 '여야가 야합한 게 사실이고 올해 (국보법 폐지는) 물 건너갔으니, 빠르게 국면을 전환해 내년 싸움으로 가자'고 사고한다.

정치사상적 차이라기보다는 원내외의 정세인식 차이인 것 같다. 의원들은 다른 당 의원들을 늘 접하면서 '올해에는 끝났어' 그런 얘기 듣지 않겠나. 의원단에게 서운한 게 사실이다. 서로 서운할 것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최고위원들이 이번 투쟁에서 원내외를 아우르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나? 이후 최고위 체계를 어떻게 구상하나?
"최고위원들이 당 지도부로서의 자기 역할을 보다 높여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정책적 보좌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의회 내부 상황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도 의원단과의 접촉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나같은 경우, 하루에 한두 번씩은 국회에 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권 문제는 아직 논의할 때가 아니다. 애초 당 조직강화특위의 5개 의제 중 하나가 최고지도부 구성과 선거제도에 관련된 문제였는데 빼라고 했다. 이런 논의는 현 지도부에 대한 총평가를 하고 나서 해야 한다. 지금의 구조도 당헌까지 바꿔서 어렵게 만든 것이다. 지도부 임기가 2년이니까, 내년 하반기에 다시 논의하고 그 다음해 봄 선거를 치르는 게 적당하다."

"월 2000원 내는 열린우리당과 비교하면 불쾌하다"

- 4월 재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의석이 무너질 수도 있는데, 당의 전략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나?
"민주노동당에 대한 예우가 달라질 거라는데, 나쁜 일은 아니지만 10석인 것은 그대로인데 캐스팅보트 쥐었다고 환호할 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선거에서 의미있는 싸움을 해야 한다. 당선 혹은 3당다운 득표를 얻어내야 한다.

구체적 내용은 내년 1∼2월에 가서야 얘기할 수 있겠지만, 성남 중원구에 이상락 열린우리당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는데 지난 총선에서 그 지역의 정영주 후보 득표율이 20%가 넘었다. 의정부에서도 목영대 후보가 상당한 득표를 했다. 그런 곳에 당력을 집중해보겠다."

- 내년 주요 사업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비정규직 법안이 내년 국회로 유보되어 있는데, 안심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 내년 초에 시급히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재능수학 선생님이라든지 사무실 청소 아주머니라든지, 몇몇 포인트를 잡아서 한국의 비정규직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사회이슈화시키는 일을 하겠다. 또한, 신용불량자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의회 2년차가 되면서 이런 문제들을 구체화시키려 한다.

마지막으로 내년이면 분단된 지 60년으로 환갑이고, 6·15 공동선언이 나온 지 5주년이 된다. 통일운동에 전면에 나서는 사업을 헌신적으로 펼쳐내야겠다. 지금은 당면 투쟁이 바쁘고, 내년 1월달에 집중적으로 논의해 2월 중앙위와 전당대회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내년예산이나 올해 결산 문제는 당장 월요일(20일)부터 보고받을 것이다."

- 올해 임금을 둘러싸고 잡음이 있었는데, 내년도에도 임금이 동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안 그래도 그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각 지역위원회가 늘어나 지역에 내려가는 돈도 늘어났다. 이에 비해 당원 확대가 느리다. 제일 좋은 것은 교섭단체가 되는 것인데, 사실 당이 획기적으로 재정사업을 벌이기가 어렵고 현재로서는 당원확대가 가장 바람직하다. 1만명을 늘이면 월 1억이 늘어나고 1년이면 12억이다. 내년에는 재정위원회를 만들어 재정 확충에 더 힘을 쓰려고 한다.

전국 사무처장이나 중앙당직자들 중에는 인건비 투자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고, 사업비 삭감에 격렬히 반대하는 사람도 있어 균형이 필요하다. 임금도 잘 주고 사업도 잘 하고 싶지만, 지금은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야 한다."

- 10만당원확대운동을 펼쳤는데 아직 당원은 6만7000여명으로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친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기간당원 모집이 성공적인데 어떻게 보나.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열린우리당 당원이) 월 2000원 내는 것은 후원회원 수준이고, 일상적인 활동이 없지 않나. 우리 당원들은 분회활동 나오고 집회 나오고 자기 돈 써가며 일한다. 열린우리당과 비교하면 불쾌하다.

당원 확대사업 진도가 느린 것은 하반기에 투쟁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 투쟁들이 일단락돼야 사업이 본격화될 것이고, 내년 1월에 집중될 것으로 본다. 모범적으로 늘어난 데는 400명에서 800명으로 2배 증가하기도 했다. 입당 릴레이운동, 부부 입당시 커플티 증정 등 재밌는 행사도 많이 한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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