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천여 단식농성 참가자들이 외치는 "국가보안법 폐지하여 민주주의 완성하자"는 구호가 찬 겨울 공기를 가른다.
1천여 단식농성 참가자들이 외치는 "국가보안법 폐지하여 민주주의 완성하자"는 구호가 찬 겨울 공기를 가른다. ⓒ 이민우
"사상 초유의 대규모 집단 노상 단식 농성이 이제 보름을 넘겨 단식농성자들이 하나 둘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여전히 파행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여야간의 타협으로 국가보안법이 올해를 넘길 수 있는 위기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오늘 다시 1천명 규모로 단식 농성단을 확대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하자!" "한나라당 해체하라!"

20일 오후 2시. 올 겨울 들어 수은주가 가장 낮다는 영하의 추위도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농성단 1천명이 내지르는 함성 앞엔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하루 단식 참가자를 포함하면 단식참가자 수가 총 1314명에 달한다는 걸 뜻하는 표식을 붙이고 있다.
하루 단식 참가자를 포함하면 단식참가자 수가 총 1314명에 달한다는 걸 뜻하는 표식을 붙이고 있다. ⓒ 이민우
지난 6일 단식농성이 시작된 이후 1주일만에 560명을 넘어섰던 단식농성 참가자가 20일 오후 현재 1천여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날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농성에 참가 중인 각계인사들은 단식농성단 1천명 확대를 맞아 여의도 국회 앞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안에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킬 것을 국민 앞에, 역사 앞에 엄중히 약속한다"고 선언했다.

"수구세력들 국보법과 함께 붕괴시켜야"

사회를 본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아래 국민연대)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병원에 실려간 동지들도 있지만 우리의 견결한 투쟁으로 1천명이 넘어섰다"며 "기어이 올해 안에 보안법을 폐지시키도록 힘차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오종렬 상임대표는 대회사에서 "요즘 시중에 개혁은 물 건너갔다느니, 국보법은 존속될 거라느니 하는 이런 저런 헛소리가 있다"며 열변을 토했다.

"여기 계신 1천여 동지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역사의 정도를 보지 못한 채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을 타고 안은 사대매국노들이 노동자와 농민의 피를 빠는 전횡을 끝내야 합니다."

오종렬 상임대표는 또 "조국분단을 고착시켜 온 한나라당 수구세력의 권력 복귀를 국가보안법과 함께 붕괴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그렇기에 우리는 거룩한 민주의 장정, 조국통일의 대장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동지들! 우리의 간절한 호소, 피눈물에 의해 이땅의 양심과 민중이 일어설 것입니다. 비록 힘들고, 배고프고, 서럽고, 유혹도 있지만 내가 쓰러지면 동지가 일어서고, 우리가 일어섭니다. 우리가 일어설 때 사천팔백만 민중이 일어섭니다. 승리를 위해 당당하게 걸어갑시다. 동지들!"

"기필코 세상 바꾸고, 보안법 폐지시켜야"

오종렬 상임대표의 연설이 끝나자 단식농성장엔 "국가보안법 폐지하여 민주주의 완성하자"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이날 새롭게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단식농성단을 소개했다.

인천지역에서 170명, 부천지역 45명, 서총련 52명, 경기지역 25명, 부산 14명, 충남 12명 등 총 343명이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농성에 합류했다. 각 지역 단식농성단이 소개될 때마다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단식 농성 참가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의지가 담긴 손도장을 찍고 있다.
단식 농성 참가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의지가 담긴 손도장을 찍고 있다. ⓒ 이민우
이어 부천민중연대 최은빈 공동의장은 "이 자리에 서니 가슴이 메어진다"고 말문을 연 뒤, "많은 분들, 특히 어르신들이 앞장서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단식하는 걸 보며, 기필코 세상을 바꾸고, 보안법을 폐지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새로 단식농성에 참가한 결의를 밝혔다.

"작은 힘이나마 함께 하려고 휴가도 내고, 조퇴도 하고 이 자리로 달려왔습니다. 반드시 올해 안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합시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민주개혁의 의사봉을 들라"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농성에 참가한 1천여명을 대표해 결의문을 낭독하는 민주주의민족통일대경연합 박계영 조직국장.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농성에 참가한 1천여명을 대표해 결의문을 낭독하는 민주주의민족통일대경연합 박계영 조직국장. ⓒ 이민우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단식 중인 1천여 각계인사들은 민주주의민족통일대경연합 박계영 조직국장이 낭독한 결의문에서 "해방 60주년을 국가보안법 없이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2004년의 남아 있는 열흘을 모든 것을 다 쏟아 투쟁의 불길 속을 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계 인사 1천여명은 결의문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국가보안법 개정안이라는 것은 국가보안법의 또 다른 변형이고 존속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한 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4자 회담이나 하며 타협하는 건 수구세력과 야합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이들은 또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해 "타협의 여지가 없는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계속 여야 합의만을 종용하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기회주의적 행태를 중단하고 즉각 민주개혁의 의사봉을 들라"고 촉구했다.

22일과 23일에 이어 24일 오후 5시 광화문으로

한편 단식농성에 참가 중인 각계인사들은 오는 22일(수) 오후 4시부터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1천인 단식단 묵언 평화행진'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또 23일(목) 오후 7시엔 "국회 본회의에서 국보법 폐지를 선언하는 의사봉 소리가 들리도록" 국회 앞 촛불집회를 개최하며, 24일(금)엔 명동과 인사동, 서울역, 서대문 등 동서남북에서 촛불을 들고 광화문까지 행진하여 문화제를 펼치는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촛불대행진'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국민연대 김성란 사무총장은 "끝내 국가보안법 폐지가 안 된다면 29일과 30일엔 전국에서 서울로 총집결해 결사의 정신으로 1박 2일간 철야촛불시위를 벌일 것"이라며 "단식단들도 쓰러지지 말고 투쟁에 함께 할 수 있도록 건강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