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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은 것만이 아니라 제대로 이름값을 치른 것에 대해서도 있다.
올해 3월경 나는 모 사이트에서 쪽지 하나를 받았다. 내 나이 열 여섯과 열 일곱을 넘어가는 시기에 알았던 '소녀'로부터 온 오랜 전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쪽지였다. 문득 내가 생각이 나서 '친구찾기' 사이트를 통해 내게 쪽지를 보낸 것이다. 나는 쪽지를 확인하고는 바로 답 글을 보냈다.
"음… 기억난다. 남원에 살지 않았었나? 편지 주고받은 거 물론 기억나고. 이렇게 날 찾아주다니 반갑구나.^^ 난 아직도 총각으로 열심히 살고 있단다. 서울 하늘 아래에서. 연락하려무나 어릴 적 친구는 시간이 흘러도 반가우니까. 017-312-****."
그렇게 그 소녀와 통화가 됐다. 소녀는 이제 결혼도 하고 서른을 넘긴 나이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통화만으로도 어릴 적 편지를 주고받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했다. 그녀는 내 이름이 워낙 특이해서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름값을 톡톡히 한 셈이다.
그 날 이후 몇 번의 통화와 약속을 통해서 한 번 보자고 했지만 그 때마다 뜻하지 않은 업무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난 그녀의 연락처를 잊어버렸다. 휴대폰에 저장해 둔 번호가 휴대폰 분실과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녀가 다시 연락을 주면 좋으련만 나의 계속된 약속 연기로 인해 내게 분노라도 한 것인지 연락이 없다. 혹 이 글을 읽는다면 다시 연락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내게는 이와 유사한 일들이 많다. 3년 전에도 친구찾기 사이트를 통해 소중했던 중학교 친구로부터 메일이 와서 여러 친구들을 다시 만난 것과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난 것, 그리고 최근 미니홈피 사이트를 통해 연락이 온 고등학교 친구들과 대학교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한결같이 내 이름을 찾아보면 오직 한 사람만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쉽게 나를 찾았다는 것이다.
뚜껑 열리게 하고 꽈당 하게 만드는 이름들은 뭔가?
사람들과 사물에는 그들을 부르는 이름들이 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들도 이름이 있다. 시민기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대한민국과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멋지게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반면에 비판과 비난을 받으며 이름값을 못하는 이름들도 수두룩하다. 우리나라 정치를 끌고가는 정당들과 그들의 대표자들, 이름값 못하는 전형적인 예다.
열린우리당 - '국민뚜껑 열리게 하고 개혁 우려되는 당(<오마이뉴스> 김상돈 만평 12월 8일자)'이라는 놀림을 면치 못한다. 이름값 못하며 지지자들에게 닫혀 있는 당이다.
한나라당 - 당명 공모한다는 공지에 인터넷에서는 다양한 이름들이 거론됐다. 딴나라당, 꽈당, 발끈해당, 놀고있당(같은 만평) 등 행동에 걸맞는 이름을 가지라며 네티즌들이 제안한 것들이다.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 - 국가보안법 폐지 '2부는 영 아니올씨다'. 국보법 폐지 관철해야 한다. 국보법 2부는 기대하지 않는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 천정에 배를 보이며 누워서라도 국보법 개정으로 빠지는 길을 막아라. 4자 회담을 통해 '천인공노할 정치 배신'을 하면 안 된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 국보법 입장 왔다갔다 '그네' 타지 마라. 국보법 폐지를 위한 성난 팔뚝질의 이두박근, 삼두박근이 보이지 않는가?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 - 도롱뇽의 처지와 비교된다. '도롱뇽'을 지키려는 지율 스님의 모습은 아름다운데, 국보법을 지키려는 '덕뇽'의 모습은 무척이나 안쓰럽다.
우리 제발 이름값 좀 합시다!
이름값을 못하는 이들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필자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이름에 얽힌 악몽 같은 기억은 '이름값'을 못했던 데 이유가 있다. 이름이 육상인데 달리기는 아이들 평균치 정도에 머문 것이다. 그러니 친구들이 '이름 바꿔', '이름값 좀 해라'고 그러지.
중학교 2학년 무렵 난 이름값을 하기로 다짐했다. 네 살 위의 형을 쫓아 새벽마다 운동을 다녔다. 노력하면 이뤄진다! 결국 나는 이름값을 어느 정도 해냈다.
오래 전 학생건강기록부를 꺼내보니 중학교 1학년 때 100m 달리기 '16.6초'이던 기록이 중학교 2학년 때 '14.0초'로 1년 사이 무려 2.6초나 빨라졌다. 거듭된 노력으로 난 고등학교 3학년 체력장에서 '12.7초'로 꿈(?)의 12초대에 진입했다.
필자 같은 개인도 이름값을 치르려 힘들게 체력단련도 하는데 정치와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정말 국민 뚜껑 열리게 할 겁니까? 한 나라로 모아도 모자란 판에 두 나라, 딴 나라로 만들렵니까?
이름값 못하겠으면 네티즌들이 추천하는 대로 이름을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개인적으로 '뚜껑열려당'과 '아까그당'을 추천 드린다. 그래야 이름값을 하는 것이 될 테니까.
2005년도에도 <오마이뉴스>의 수많은 시민기자들 모두 계속해서 이름값을 열심히 해주시길 부탁 드린다. 더불어 나라도 대통령도 국민들도 모두 이름값을 제대로 하길 바란다. 국민 모두가 제 자리에서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할 때 한 걸음 전진하는 대한민국이 될 것임을 믿는다.
나의 이름 최육상(崔陸相). 2004년 나는 '최육상'이라는 이름 석 자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2005년도에는 이제 나의 브랜드인 내 이름을 올바로 가꾸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름값 확실히 하자! 늦게나마 이름값을 확실히 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은 것, 올 한 해 내가 거둔 나만의 특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