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4자회담 정국이 계속되는 가운데, '농사꾼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 본관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홀로 외로운 쌀 재협상 투쟁을 벌이고 있다.
강기갑 의원은 27일 오전 국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국내법 개정사항이 수반되는 '쌀개방 이행계획서'를 올해 안에 WTO에 제출하겠다면서, 국회에 관련 협상보고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헌법상의 국회 비준 절차를 무시하는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 제소 입장을 밝혔다.
지난 23일 시작된 강 의원의 단식은 이날로 6일째로 접어들었다. 강 의원은 "'의무수입물량 4%, 소비자시판 불허'인 현 상황에서도 쌀값이 폭락하는데, 이후 쌀 협상에서 '의무수입물량 100% 증가, 소비자시판 30%'를 허용하게 되면 한국 농업 전반이 나락에 빠질 것"이라고 농촌의 절박한 상황을 전하며 "단식농성은 농민의 대표임을 자임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밝혔다.
여성농민 출신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도 지난 24일 동료 의원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강 의원의 단식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심정"이라며 '쌀 재협상' 지원에 나섰다.
현 의원은 이 호소문에서 "낯선 서울 거리에서 낡은 트럭을 세우고 온몸으로 구호를 외치는 우리 농민들의 깊게 패인 주름살과 손주뻘 되는 전경들에게 온 몸이 들려 나가면서도 외침을 멈추지 않는 농민들의 눈물을 보며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며 쌀 재협상을 촉구했다.
그러나 두 '농민 의원'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쌀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올해 초 한-칠레 FTA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농촌 출신 의원들이 본회의 단상 점거 등 육탄저지를 통해 이를 막아선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미 지난 8일 여야 의원 76명이 '쌀 협상 전면 재협상 촉구 결의안'에 서명하며 정부의 연내 쌀협상 타결 입장에 반발했지만, 이 결의안은 해당 상임위인 국회 농해수위에서조차 논의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들도 이후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 22일 회의에서 결의안이 안건으로 올랐지만 (의원들이) 질문만 받고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회의 성원이 안 됐다"며 "위원장과 양당 간사에게 본회의 상정을 요구했지만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한-칠레) FTA가 국회에 상정됐을 때는 그렇게 난리를 치며 반대하더니 더 중요한 쌀 협상은 외면하고 있다"며 총선을 전후해 달라진 원내 분위기에 대해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