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각계 원로들이 급거 상경, 김원기 국회의장 의원실인 국회의원회관 329호실을 점거하고 김 의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29일 오후 4시 22분경 강희남 목사와 이강실 전북여성단체연합 상임의장을 비롯한 전북지역 원로 22명은 김원기 의장의 의원실에서 농성을 벌였다. 농성 20여분만에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장영달 의원과 이광철 의원이 찾아왔다.
이들 의원에게 강희남 목사는 "김 의장을 꼭 만나려하니, 이리 오시던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라도 만날 수 있도록 전해 달라"고 말 한 뒤, "만약 면담도 안 하고, 국가보안법도 폐지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몇 사람이 죽어나가는 한이 있어도 결코 그냥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르신들이 여기까지 오시게 해 송구스럽다"며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또 "김 의장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행 처리했을 때의 여론 향배를 우려하고 있고, 폐지한다면 내년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고민이 많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의원도 "이제 협의를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처리할 순 없는 일"이라며 "국가보안법 폐지의 유일한 방법은 의장이 직권 상정해서 처리하는 것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의원은 "올해 안에 국가보안법을 폐지 않으면 국회 앞에서 단식 중인 분들이 죽음의 행렬로 나갈 수 있는 절박한 심정"이라며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전북지역 각계원로들은 김원기 의장 의원실 점거에 앞서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원기 국회의장의 결단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하며, 국가보안법 폐지 안의 연내 직권 상정을 촉구했다.
전북통일연대 방용승 집행위원장은 "김원기 국회의장이 계속해서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의 소리를 들은 척 만 척하며 '지둘려'만 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의장 면담이 이뤄질 때까지 농성하면서, 반드시 연내에 직권 상정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